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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유학서류 준비, 쉬운 게 하나도 없네

<회사 그만두고 유학을 갑니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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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으면 공식 문서가 하나 날아온다.

이 문서를 시작으로 비자 신청을 해야 한다. 보통 유학원을 통해 수수료를 내고 비자 서류를 준비하는데 나는 이왕 혼자 시작했으니 비자 신청도 혼자 해보자 싶었다. 조기교육이 아닌 이상 캐나다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주권이나 적어도 졸업 후 주어지는 워킹비자까지는 고려하게 된다. 만약 시작을 스스로 해보지 않았다면 학생비자 연장이나, 졸업 후 취업했을 때 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영주권 신청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다시 처음부터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때마다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지만 어차피 서류 준비는 스스로 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이트 이곳저곳을 다 클릭해보고 문의 메일도 보내다 보니 오히려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어려움에도 ‘해보면 되지’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미국으로 유학 가는 친구들이 준비하며 힘든 과정을 겪는 걸 본 적이 있다. 그에 비해 캐나다 비자는 인터뷰도 없고 서류 준비도 많이 까다롭지 않다. 특히 나처럼 해외에서 여행 이외에 장기 체류 경험이 없고, 범죄 기록도 없고,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한국 내에서 모든 서류를 2~3일 내에 준비할 수 있다. 또, 전문번역이나 공증을 받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서류 번역은 스스로 해도 괜찮다.

캐나다 이민국 사이트에는 매뉴얼이 친절하게 나와 있었다. 학생비자와 워킹비자, 그리고 배우자 워킹비자까지 한꺼번에 신청해야 해서 준비할 서류 양이 꽤 됐다. 다른 항목은 나온 그대로 준비하면 되는데 가장 애매한 건 ‘재정보증서류’였다. 학비와 생활비를 스스로 충당할 수 있는지, 혹은 가족이 도와줄 수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라고 쓰여 있었다. 결국 ‘너 돈 얼마나 있니?’ 묻는 질문이었다.

주거래 은행이 기업은행이라 가까운 지점에 가서 영문으로 잔고내역서와 통장거래내역서를 출력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통장거래내역서는 영문으로 발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접 1년 치 거래 내역을 전부 번역해야 하나 싶어 답답했다. 다행히 국민은행은 모두 영문으로 발급해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기업은행 거래내역서는 국민은행 발급본을 보며 혼자 번역했다. 잔액, 거래일자, 내역같이 소제목에 해당하는 한글만 영어로 바꿔주면 되는데, 왜 이렇게 간단한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캐나다는 매뉴얼로 움직이는 나라라는 인상을 처음 받았다. 가족관계 증명서나 혼인증명서 같이 영어로 발급되지 않는 문서의 경우 번역을 해야 했는데 당연히 번역 공증 업체에 가서 공증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홈페이지에 ‘반드시 공증을 받으라’는 말이 없으면 스스로 번역해서 올려도 상관없다는 의미였다. 혹시 틀리게 번역하면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궁금했지만 내가 올린 번역본은 어떤 지적도 없이 무사히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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