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발상법>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이제 발끝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그 순간, 동네 골목길이나 산길을 걷다가 무심히 지나쳤던 담장, 나무, 돌, 꽃, 풀, 벌레 등이 눈에 들어온다. 어떤 목적 없이 걷더라도 한 걸음 두 걸음 걷다 보면 그동안 묵혀왔던 새로운 발상이 펼쳐진다. 오가는 이 하나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거닐다가도, 바람이 귓전을 울리는 공원을 거닐다가도, 비 오는 날 골목길을 홀로 배회하다가도 발상과 조우할 수 있다.
걷고 또 걷자. 다만 한 가지! 의식하며 사물을 즐기자. 발로만 걷는 게 아니다. 눈으로도 걷고, 느낌으로도 걷고, 심지어는 앉아서도 걸을 수 있다. 수영장의 넘쳐나는 인파 속에서도, 절로 흥을 돋우는 야구장 응원석에서도, 최근 개봉한 영화를 심취해 있다가도, 갑론을박이 오가는 세미나 참석 중에도,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려오는 도서관에서도, 산 정상에 올라 막걸리 한 잔을 나누다가도, 연구실에서 향긋한 녹차에 취해 있다가도, 언제 어디에서든 관찰의 끈은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평소 당신은 관찰했다고는 하지만 늘 허상(虛像)만 봐왔다는 점이다. 이는 주위를 의문과 의식을 가지고 유심히 바라보는 습관이 부족해서다. 어떤 행동이든 습관이 되려면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처음부터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撤)할 만큼 빨간 눈을 켜지 않아도 좋다. 우선 소소한 호기심에서부터 관찰 습관을 길러나가자. 머리가 이문화(異文化)를 마음껏 체험하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생활 속에서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팁 몇 가지는 이렇다.
집안
• 창문을 통해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심히 지켜보라.
• 평소 보거나 듣지 않았던 TV나 라디오 채널을 감상해보라.
• 아이들의 행동과 놀이를 가만히 지켜보라.
• 구글에서 특정 영어 단어의 이미지(image)를 검색해보라.
• 별 관심이 없던 운동(종목)이나 책을 접해보라.
• 집안에 나뒹구는 전자 제품 하나를 완전히 분해해보라.
• 이따금 자신의 직업, 취미와 무관한 것에 주목해보라.
집 밖
• 목 좋은 커피숍 창 쪽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옷차림, 헤어스타일 등을 유심히 살펴보라.
• 성향이 딴판인 두 신문 기사와 사설을 비교하며 읽어보라.
• 서점과 도서관을 늘 친구로 삼아라.
• 컬러풀하고 묵직한 여성 잡지를 넘겨보라.
• 전공과 무관한 책이나 잡지를 읽어보라.
• 전공이나 교양 과정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청강해보라.
• 이른 새벽 (동대문) 시장에 가보라.
• 버스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전경을 살펴보라.
• 대형 마트에 전시된 각종 상품과 고객 표정을 지켜보라.
• 재래시장을 구석구석 둘러보라.
• 오전(오후) 내내 서울역 구내에 머물러보라.
• 길거리 간판의 디자인과 색깔, 업종 등에 주목해보라.
•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한 바퀴 돌며 승객들이 오가는 모습과 행동을 지켜보라.
인간은 자신만 지켜보고 있어서는 절대 자신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오히려 자신 밖의 사물에 눈을 돌릴 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팁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 중 다른 사람에게 이상하게 비치거나 급기야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다 자칫 실수할지도 모른다. 유별난 사람이라 불리는 것도, 실수한다는 것도 두려워 말라.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은 관찰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행동(관찰)의 목적은 괴짜 인간이 되려는 게 아니다. 진정한 목적은 발상 전환을 통해 유쾌한 창의적 인물로 거듭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