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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2. 2018

05. 당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조건을 인식하라.

<천재들의 생각 수업>



우리는 아침 식탁에서 신문을 보면서 아주 놀랍고 위대한 발견에 대해 말한다. ‘정말 창의적이군. 잠재력이 넘쳐나. 돈 좀 벌겠는 걸. 그런데 왜 그걸 내가 먼저 생각하지 못했지? 우리 눈에는 창의력이 일어나는 이러한 놀라운 순간은 웅장한 기념비처럼 아주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분명 천재가 해낸 일일 거라고 믿는다. 그런 추측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일은 일종의 지루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된다고 믿기 보다는 오히려 뭔가 강력한 손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지상에 있는 천재를 도와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우리에게는 훨씬 편한 것 같다.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의 세계에서 도전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벼락처럼 갑작스러운 일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그래서 어떤 창의적 작업 뒤에는 실제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실망하고 만다. 그런 노력의 일환에는 창의적 본능을 일깨워주기에 적당한 환경을 의식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도 포함된다.



    
어떤 환경일까?

그것은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취향과 본능을 파악해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시행착오나 징크스, 미신, 그리고 우연도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환경이란 많은 시간, 이야기, 돈, 편안한 공간, 건전하고 도움이 되는 친구, 가사도우미, 적절한 자극 같은 것들이다. 대강 이런 정도는 우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 외에 다른 조건들도 창의적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만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지만 우리가 나름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이렇다. 가능한 조건들을 조화롭게 연결하고 그 외의 조건들도 각각의 위치에 적절하게 놓일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창의성은 어디에 있는가?

창의적 활동을 위한 조건들 중 또 다른 하나를 생각해 보자면 자신이 살고 있는 문화 속에서 용기와 자신감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 안정, 올바른 자극, 좋은 친구, 그리고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여러 조건들과 달리, 우리가 숨쉬고 살아가는 문화는 한 개인이 조절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하지만 동시에 문화적 수용성이 없다면 창의적인 작업도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하거나 시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불명예스럽게 사라지기 쉽다. 
  
창의적 활동이 받아들여질지 그렇지 않을지 여부는 그것이 사회적 통념에 맞는지, 그리고 빠르게 변하는 가치관에 부합하는지에 달려있다. 지금과 같은 황금 만능시대에 경제적 동기는 금새 바닥을 드러낸다는 걸 잘 알면서도 우리는 이를 쉽게 잊어버린다. 다른 사회에 서는 전통이나 집단에 대한 충성, 가문의 명예, 애국심 같은 다른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앞으로 다가올 사회에서는 생 태계의 안전이나 문명의 진보를 이루는 것 같은 다른 동기에 가치를 더 둘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추구할지 그리고 무엇이 편협 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여겨져 버림을 받을지는 그 문화가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많은 맥아더상 수상자들이 언급했던 바이다. 특히 하버드대학 출신의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 박사는 지능의 본질과 창의성, 그리고 정신의 신비에 관한 주제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다. 

“창의성에 관한 제 생각이 최근에 많이 변했어요. 중국에도 다녀오고, 또 이곳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 예술로써 교육을 증진시키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1967년 넬슨 굿맨에 의해 설립된 하버드대학 내 기관)’에서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라고 가드너 박사는 설명했다. “저는 한때 창의성을 일종의 개별적인 문제로 생각했어요. 창의성은 사람 개개인의 자질이라고 생각했죠. 어떤 이들은 창의적이고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제 그건 틀린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창의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창의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적당하죠. 이런 식으로 질문을 바꾸면 무엇을 주목해야 하고 무엇을 주목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결정하는 사람과 제도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어떤 작업을 보고 ‘이건 이해가 되지만 저건 모르겠네요, 이건 좋지만 저건 아니에요, 이건 독창적이지만 저건 그렇지 않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정 관습의 영역과 그에 연관된 특정한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창의력을 행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의 기준에 대한 규정은 없죠.” 
  
“제 생각에 창의적인 사람이란, 처음에는 낯설고 특이하지만 결국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방식으로 한 영역 내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에요. 누군가가 이전에 없었던 이색적인 뭔가를 시도하고 또 그것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특정 문화의 가치 판단에 따른 것이에요. 

인류 역사상 거의 모든 문화에서는 실제로 창의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사회는 그들을 무시하거나 말살시켜버렸죠. 창의성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말이죠.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라는 책의 저자인 소설가 살만 루슈디의 경우에서 보다시피, 혁신적인 사람을 없애려는 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죠.” 
  
“지식의 측면에서도 비슷한 걸 관찰할 수 있어요.” 그는 덧붙였다. 한 개인의 지적 잠재능력이 발현될 수 있는지 여부는 문화적으로 용인 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니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논리 수학적 잠재력(숫자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수학이나 과학, 논리학, 체스 분야의 잠재력을 장려하는 문화가 없다면 숫자 10까지만 덧셈할 수 있는 걸로 충분하겠죠.” 
  
이건 정확한 지적이다. 재능과 재능을 가지고 이룬 성취를 오랫동안 보면 모든 문화에서 창의적인 천재들이 같은 비율로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창의성을 예를 들어, 일본이나 중국, 또는 러시아에서 나타나는 창의성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20세기의 창의성을 21세기나 25세기의 창의성과 비교할 수 있을까? 창의성이 비옥한 시대와 개성도 없고 창의적인 결실도 없는 시대를 어떤 요소로 구분할 수 있을까? 
  
학자들은 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으로 많은 변수들을 언급한다. 가령, 사람들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의학의 발전을 비롯해 사상의 상호교류·교육·여행 기회의 증가, 자유롭게 창의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부의 증가, 영웅숭배나 상명하복 문화의 몰락, 그리고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을 자유롭게 만드는 결정권자들의 승인이나 추천 등의 요인은 창의력을 증진시킨다. 반면 규칙이나 관습의 순응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문화에서는 예외적이고 일탈적이며 혁신적인 사람들이 숨을 쉴 자리는 없을 것이다. 

어떤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비록 자신은 새로운 사고에 관대할 뿐더러 나아가 그런 태도가 필요하며 장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자신의 개성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일을 해야 할 지, 사회에서 교육받은 대로 살아야 할지 늘 고민해야만 한다. 
  
“만약 다른 이들이 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기로 한다면, 여러분은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가드너 박사는 계속 얘기했다. “엄격한 문화와 거리가 먼 서양에서도 어떤 분야에서 일반적인 관심을 끄는 것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우선시 한다면 주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명한’ 심리학자나 그런 류의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문제일 겁니다. 이를테면, 그들은 상을 받지 못하거나 특별위원회에 소속될 가망성도 없어지게 되고 그 분야에서 반듯하게 일해 온 사람들이 받는 것과 같은 강력한 지지나 인정을 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처음부터 사람들의 호감을 살 일은 없을 테고, 당신에 대한 형편없는 이야기가 떠돌거나 승진에서 누락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는 것은 개인적인 결정이지만 사회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주변부의 삶. 쉽지는 않겠지만 흥미진진할 수는 있다. 관용을 베풀지 않는 문화에서라면 잠재적으로 문제가 되는 측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적어도 두 가지 있다. 

첫째, 의사소통의 기술에 관한 것이다. 이는 인간의 눈이라는 보석 같은 유기체를 조사하는 데 관심이 있는, 맥아더상 수상자 로버트 샤플리(Robert Shapley) 박사의 설명이다. 하워드 가드너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이렇게 강조한다. 여러분이 창의적 활동을 한다면 말 그대로 평범 한 경로에서 벗어나 빈 공간이 아닌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이다. 또한 새로운 사고나 발견, 성취를 통해 자신의 문화를 뛰어 넘을 때 혹 너무 멀리 뛰면 자신이 십자가에 매달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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