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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3. 2018

05.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지식을 탐하다!

<미친 발상법>



몸을 알아야 누드를 그린다!

르네상스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가 조각한 5.49m의 거대한 ‘다비드상’은 막 돌을 던지려고 하는 다윗의 긴장된 모습과 강렬하고 도전적인 시선 그리고 발달된 근육등이 잘 표출되어 있다. 그 세밀함에 놀랄 지경이다. 돌산에 묻혀 있던 거친 돌덩이는 미켈란젤로의 손을 통해 불후의 생명체로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런 세밀함이 가능했던 건 인체 구조를 이해하려고 부단히 애를 쓴 미켈란젤로의 지식 욕구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전의 어떤 화가도 표현하지 못했던 미세한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포착했다. 몸의 근육만이 아니라 표정까지도 다양하고 풍부하게 그려냈다.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391명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빈센트 반 고흐, 미켈란젤로,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과 같은 위인들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탐구해 소설로 남긴 사람이 있다. 미국 작가 어빙 스톤(Irving Stone)이 그 주인공이다. 미켈란젤로가 부딪히는 세파와 자신과의 갈등을 자세히 그린 스톤의 소설 《고뇌와 환희(The Agony and The Ecstasy)》에는 인체의 구조를 이해하려는 미켈란젤로의 욕구를 묘사한 대목이 등장한다.



조각가는 동력의 원인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움직임을 창조해낼 수 없으며, 몸 안에서 작용하는 섬유 조직을 모두 보기 전에는 긴장과 갈등, 드라마, 압박, 힘 등을 표현할 수 없다.

실제로 미켈란젤로는 아무도 없는 지하실에 몰래 들어가 신선한 시체를 검시하고자 자신의 목숨까지 내걸었다. 미켈란젤로가 시체를 구하러 다니는 장면이다.

“요즈음 누가 인체 해부를 하는지 아시나요?”
“아니요! 시체를 난폭하게 다루었다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모르세요?”
“평생 추방 아닌가요?”
“사형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잠시 침묵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체를 구할 수 있을까요?”

그는 갖은 고통과 위험을 감내하며 자신의 창의적 영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예술은 대체 뭐고 창의적 발상은 또 뭔가? 진정 자신의 목숨과 바꿀 만큼 가치가 있단 말인가? 지식을 갈구하는 한 천재의 처절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모나리자 탄생의 비화!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로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전기를 쓴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이따금 자연이 하늘의 기운을 퍼붓듯, 한 사람에게 엄청난 재능이 내리는 것을 본다. 그런 사람은 하는 일조차 신성해서 뭇사람이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으니 오직 홀로 밝게 드러난다. 또 그가 내는 것들은 신이 손을 내밀어 지은 것과 같아서 도저히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 이상의 찬사가 존재할까? 다빈치는 미켈란젤로보다 23년 먼저 세상에 태어났다. 그역시 30여 구의 유체(遺體)를 해부했고, 그 결과 750여 점에 이르는 해부도와 해부 수첩을 남겼다.
와타나베 레이코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식탁》에 이런 글이 있다.

혈관에 관한 정확하고 완전한 지식을 얻기 위해 나는 10구 남짓한 인체를 해부하면서 모세혈관에서 나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피 외에는 조금의 출혈도 일으키지 않도록 혈관 주변에 있는 살을 미세한 조각까지 모두 제거했다. 그러나 시체 한 구만으로는 오랫동안 해부하기에 충분하지 않기에 차츰 더 많은 시체로 해부를 계속해야 했다.

르네상스 예술가들이 인체 해부에 많은 흥미를 느꼈듯 다빈치 또한 강렬하고 끈질긴 탐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탐구 정신은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비행기를 고안한 과학자로 기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모나리자>와 그 신비스러운 미소도 불쑥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지식을 탐하는 강력한 동인(動因)이 창의와 발상의 천재를 탄생시켰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두 사람 사이에 비록 나이 차이는 존재했으나, 두 사람은 동시대를 살며 실력과 자존심 대결을 펼친 경쟁자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질시, 충돌도 있었다. 실제로 다빈치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화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가리키며 “청년 몸과 노인 몸을 구분하지 않고 근육과 윤곽을 똑같이 그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아무튼 서로 좋은 경쟁자를 가진 덕분에 두 사람의 실력과 발상은 배가될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그들이 남긴 역작을 보며 큰 감동과 영감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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