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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4. 2018

03. 바보와 싸울 가능성이 있는 사람 ②

<화가나도 바보와는 싸우지마라>



책임감이 강한 사람
  
이 또한 일종의 정의감인데, 자신의 정의가 아닌 조직을 위하는 마음을 배경에 두고 있기 때문에 헌신적이며, 이기적인 정의감보다 수준이 높다. 인사, 업적, 전략에 책임을 느끼기 때문에 타인과 싸우고 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조직에게 기적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조직을 위해 몸을 던져 조직 내의 바보와 맞서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방법에 문제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바보라 여겨지는 상대와 싸워서는 안 된다. 그것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건, 소속된 조직 전체를 위해서건, 상대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과 맞선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바보는 조직 전체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래서 바보인 것이다.

책임감을 느낀다면 조직을 위해서 싸우지 말아야 한다.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어 조직을 위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 질투사회인 일본에서는 원래대로라면 출세해야 할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은 바보들의 결탁으로 인해 도중에 발목을 잡혀 끌어내려지기 십상이다. 바보는 권력에 접근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권력의 중추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런 인간을 적으로 삼고 화를 돋우는 것은 조직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

타인을 조직 전체를 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상당히 고도의 전술로, 성공한다면 훌륭한 일이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그와 맞서 화를 돋우고 제어불능의 상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존심이 센 사람
  
자존심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걸림돌일 뿐이다. 가져도 좋은 자존심은 맡은 일의 수준에 대한 자존심뿐이다.

‘자존심이 강하다’라는 말을 듣는 이들은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다’라는 생각이 강한 것일 뿐이다. 상대에게 얕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때로 화를 내고 언짢아하는 이는 그런 성향의 인간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평가받을 때, 확실히 중요한 상대에게는 얕보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수준 높은 일을 한다’라는 자존심을 갖고 일을 대강 하려는 자신과 싸우면서 일을 해나간다면 상대방이 업신여길 만한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고, 그래도 업신여기는 상대와는 일을 하지 않으면 된다.
자존심이나 체면이 구겨졌다? 그게 어떻단 말인가?
그런 것쯤은 중요하지 않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
  
이 또한 일종의 정의감이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을 바로잡아주려는 마음이다. 타인의 싸움을 중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설교를 늘어놓는 성향의 사람이다. 친절하게도 바보를 고쳐주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을 고치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훌륭하게 논파하더라도 이런 바보들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보란 듯이 논파당하고 나면, 당신에 대한 증오만 깊어질 따름이다. 다음에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복수하려 들 것이다. 아니, 누가 봐도 훌륭하게 논파했다고 하더라도 바보는 논파당했다고 여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트집을 잡혔다거나 상대가 억지를 부렸다고 생각하고 피해의식에 휩싸여 당신을 미워할 것이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대부분 사람이 좋고 순수한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보면 자신감이 있어서 자신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참견을 하며 개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적다.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자’를 신조로 삼고 있다. 타인의 기분은 통제할 수 없다. 아무리 설득해도, 아무리 상대가 이해했다고 말하고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짓더라도, ‘만의 하나’, 0.01퍼센트라도 이해해주었다면 횡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즉 ‘만의 9999’는 미움을 사서 배로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오지랖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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