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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4. 2018

07. 광고, 발상 전환의 치명적 매력

<미친 발상법>



특명뇌를 설득하라!

누군가는 광고(advertising)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뇌 설득의 예술!’

필자는 광고의 의미를 이렇게 생각한다.
‘발상 전환의 산물!’

따지고 보면 광고만큼이나 창의력과 발상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는 잣대도 드물다. 광고에 잠재되거나 드러나는 메시지는 하나같이 창의와 발상의 정수(精髓)다. 그래서 광고는 발상 전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래 네 장의 광고 사진을 보라. 그리고 각각 어떤 제품을 광고하는 건지 맞춰보라.


구두? 바지? 스쿠터? 레스토랑?
접시? 테이블? 양산? 의류?

모두 정답이 아니다. 그렇게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광고라면 애당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네 장의 광고 사진은 그냥 봐서는 대체 무슨 제품을 광고하는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간접적으로 ‘이 제품 사세요’ 하는 카피(copy) 한 줄조차도 없다.

정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배치하고 설명하는 편이 뇌 설득과 이해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왼쪽 위의 광고부터 상황을 설명해보자.

갈색 구두에 흰 양말 그리고 바지를 입은 한 남성이 카펫 위에 서 있다. 뒤쪽엔 출입문이 보인다. 지인의 집을 방문해 막 들어선 순간처럼 보인다. 물론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남성의 하반신이다. 그것이 전부다. 보이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어떤 제품의 광고인지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이목을 끄는 게 있다면 바지의 주름이 크게 잡히며 양말이 드러날 만큼 치켜 올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까닭에 7부 바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그 오른쪽 광고에 대한 설명이다. 한 남성이 스쿠터를 몰고 있다. 뒷좌석엔 여성이 유난히 짧은 원피스를 입고 앉아 있다. 특이점이라면 뒤에 앉은 여성이 남성과 같은 방향이 아닌 등을 맞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자세로 오토바이를 탄다면 꽤 위험할 테고, 분명 교통 경찰관들의 적발 1순위일 것이다. 그런 위험까지 무릅쓰고서 이런 자세를 취했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연이 있을 법한데, 그게 과연 뭘까?

왼쪽 아래의 광고를 보자. 긴 테이블 위에 새하얀 접시가 두 장씩 놓여 있다. 자줏빛 쿠션 의자도 보인다. 테이블 끝엔 접시 둘 사이로 물 컵도 하나 놓여 있다. 컵 위치가 수상하다. 이 광고에서 유독 균형을 깨는 장면이 하나 있다. 왼쪽 테이블 가운데 놓인 접시 두 장이 안쪽으로 밀려나 있다. 왜 이런 걸까?

이제 마지막으로 오른쪽 아래 광고를 보자.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고 양산(우산)을 쓴 여성의 뒷모습이 보인다. 양손엔 방금 구입한 듯 보이는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 있다. 의문 하나가 곧바로 뇌리를 스친다. 대체 양산은 어떻게 들고 있는 걸까? 팔이 세 개는 아닐 테고, 목과 어깨로 고정한 걸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양산을 너무 제대로 들고 있다. 바로 그 점에 힌트가 숨겨져 있다.
이 정도 설명이면 광고 제품을 눈치챈 독자도 제법 있을 것 같다.

재차 묻는다.

“네 장의 사진은 각각
어떤 제품을 광고하고 있는 걸까?”


필시 무릎을 치리라!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문득 한 투자사의 TV 광고가 생각난다. 필자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카피 중 하나다. 앞서 제시한 네 장의 광고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만 언급했다면, 우리 발상은 구두, 바지, 스쿠터 등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자, 여기서 결정적인 힌트! 네 장의 광고 사진은 모두 동일한 제품의 광고다. 이쯤 되면 “아하, 그렇지!” 하고 손뼉을 치는 고단수 독자도 있을 법하다. 반면 “도통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독자도 있을 테고.

위 광고들은 모두 ‘브래지어’ 광고다. 광고하는 제품, 즉 푸시업 브라(push-up bra)를 착용하면 여성의 가슴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보정)을 코믹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쿠터에 올라탄 남녀의 모습 속에서 여성의 새하얀 원피스를 유심히 살펴보라. 여성 원피스에 두 줄의 깊은 주름이 잡혀 있는데, 그건 큰 가슴 때문이다. 여성이 위험을 무릅쓰고 역방향으로 앉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큰 가슴이 원인이다.

또한 접시가 테이블 안쪽으로 밀려난 이유는 잠시 뒤 차려질 진수성찬을 맛보려면 접시를 거대한 가슴으로 가려선 안 되기 때문이고, 두 손에 짐을 잔뜩 들고도 양산을 쓸 수 있는 건 큰 가슴 사이로 고정이 가능해서다.

끝으로 구두를 신은 한 남성의 하반신만 클로즈업한 광고는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 남성의 바지가 7부인 양 위로 치켜 올라가면서 주름 잡힌 이유를 떠올려보라. 세상의 수컷이라면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느낌을 잘 안다. 물론 암컷들도. 어딘가 참 야(野)하다.

대놓고 특정 신체 부위를 클로즈업해 직접적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보다 관찰자의 발상을 총동원하게 만드는 기법이 훨씬 더 창의적인 광고는 아닐까! 위 네 장의 광고 사진은 그런 인간의 본능을 창의적으로 소화시킨 사례라 하겠다.

만약 당신이 직장이나 학교, 가정 등지에서 발상의 벽에 부딪혀 한 발도 내딛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면, 세상의 다양한 광고를 가급적 자주 그리고 많이 접해보라. 광고는 창의적 발상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을 지녔다.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혁신을 시도하며 시장 개척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면 광고를 통해 영감을 얻어라. 요샛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과 같은 막막함도 타파 가능하다.

광고 속에 숨겨진 코드 하나하나는 발상 전환에 목말라 동서남북 여러 갈래의 길에서 헤매는 우리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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