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에 답 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표현이 자주 쓰이고 있다. 특히 상점에서 직원이 손님에게 말할 때 이와 같이 사물을 높여 말하는 일이 잦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만 원이세요.”
“주스는 없으세요.”
우리말의 ‘-시-’는 사람과 어울리는 게 일반적인데, 이 표현들은 ‘커피, 값, 물건’ 등 사물을 높이고 있어 이상하다. 이는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표현이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머물고 있는 중국 웨이하이에도 한국어를 사용하는 카페가 적잖이 있지만, 모두 ‘20원입니다’라고 하지 ‘20원이십니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여학생도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 ‘커피 나왔습니다’, ‘만 원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외국인 학생들은 오히려 커피는 사람이 아닌데 왜 높여 말하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사물 주어와 어울린다고 해서 꼭 잘못된 표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말에서 “(주문하신 커피가) 아메리카노세요”, “(커피가) 뜨겁지 않으세요” 등처럼 사물 주어와 어울려 ‘-시-’가 자연스럽게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같은 인사말도 그렇고, “넥타이가 잘 어울리세요”와 같은 표현도 그렇다.
우리말에서 ‘-시-’의 쓰임은 꽤 미묘하다. ‘아메리카노세요’, ‘넥타이가 잘 어울리세요’ 등도 사물을 높이는 것이어서 지나친 존대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어디까지가 올바른 표현이고 아닌지 그 경계가 상당히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법적으로 그 경계를 명확히 규정짓기 어렵다고 해도 ‘커피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이를 정상적인 화법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세요’ 등과 달리 사물을 높인다는 느낌이 너무나 뚜렷해서일 것이다.
이렇게 그 말을 듣는 사람 스스로 거북하게 여기고, 그 말을 쓰는 사람조차도 ‘잘못된 말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쓴다’고 할 정도이면 자연스러운 경어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이 표현은 경어법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경어법의 진정한 가치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에 있다. 그러나 ‘커피, 값, 물건’을 높이는 데서는 사람에 대한 존중보다는 오히려 고객과 종업원 간의 수직 관계가 느껴진다. 서로 존중하는 표현이라면 손님도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하지 않을까.
“아메리카노 있으세요”
“카드 되세요”
“만 원 여기 있으세요.”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경우를 본 적은 없다. 누구나 “아메리카노 있어요”, “카드 돼요”, “만 원 여기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것이 예의에 벗어난 말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유독 종업원만 손님에게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정상적인 대화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커피 나왔습니다”, “만 원이에요”,“주스는 없어요”가 바람직한 말하기이고, 오히려 그와 같이 대등한 표현에서 상호 존중의 뜻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