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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9. 2018

10.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가능할까?

<미친 발상법>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서양 격언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가능할까?

발상을 바라보는 창의적 천재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내가 떠올린 게 아니다. 애초부터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걸 새롭게 조합한 것뿐이다.”

어느 날 포드 자동차의 창업자 헨리 포드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무(無)에서 엄청난 유(有)를 일구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까?”
그는 답했다.
“제가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대부분 사람은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여기에 다 있었답니다.”

실제로 포드는 시카고 가축 수용소에서 움직이는 조립 라인을 보고 컨베이어(이동식 조립 라인)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리가 아는 공식 ‘포드=이동식 조립 라인’이 아니었다.

조선 후기의 정치인이자 실학자요 문인이었던 다산 정약용(丁若鏞). 그는 수원 화성 건축 당시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 작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거중기를 만들어 공사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에 크게 공헌했다. 그는 말한다.

“다른 귀로 듣고, 다른 눈으로 보는 것을 머리와 마음으로 합칠 때 새로운 것이 만들어진다.”

정약용은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고 듣고서도 전혀 다르게 느끼고 해석하며 이를 조합할 때 창의적인 발상과 새로운 제품이 탄생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빌 게이츠는 “하늘 아래 정말 새로운 것은 없다. 단지 새로운 조합만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고,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이란 그저 사물들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전무한 상태에서 전혀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많지 않고, 이미 존재해 있던 요소들의 새로운 조합일 뿐이라는 주장이 창의적 천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휠(바퀴)+의자=휠체어
•연필+지우개=지우개 연필
•시계+알람=알람시계
•비디오게임+운동=닌텐도 Wii
•홈 무비+인터넷=유튜브
•전화+휴대(이동)=휴대폰
•휴대폰+컴퓨터=스마트폰
•스마트폰+각종 모임=SNS

다음 장에 세월이 흘러 흐릿해진 광고 하나가 보일 것이다. 흰 백지 한가운데에 자그맣게 ‘abcdefghijklmnopqrstuvwxyz’라고만 적혀 있다. ‘무슨 광고가 이래?’라며 떨떠름해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이 광고는 지난 1961년 미국 도서 주간(National Library Week)에 행해진 것이다. 모두 26개로 이루어진 알파벳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놀라지 말라. 이는 셰익스피어의 손을 통해 《햄릿》이 되었고, 마크 트웨인은 이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탄생시켰으며, 존 밀턴은 이를 《실낙원》으로 다듬었다. 또한 조앤 K. 롤링은 《해리포터》를 집필해 전 세계 동심을 뒤흔들었다.

이야기를 더 진행시켜보자. 피타고라스는 ‘1, 2, 3, 4, 5’로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완성했고, 박경리는 ‘ㄱ, ㄴ, ㄷ, ㄹ, ㅁ’으로 《토지》를 집필했다. 또한 시오노 나나미는 ‘あ, い, う, え, お’로 《로마인 이야기》를 집필해 세계인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뭔가를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떤다. 예를 들어 보자. 태양계 내 행성 중 가장 신비롭다는 토성. 아름다운 고리(테) 덕분에 늘 사랑받는 행성이다. 토성 고리는 1610년에 갈릴레이(Galileo Galilei)에 의해 최초로 관측되었고, 1656년에 네덜란드 천문학자 호이겐스(Christian Huygens)를 통해 고리라는 게 판명되었다. 토성은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다. 다만 우리가 1610년 이전까진 그 존재를 몰랐을 뿐이다.

단어와 기록, 색, 원재료와 그 합성물 등도 이미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존재했다. 따라서 발상 전환을 위해 그것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결합시키기만 하면 된다. 새로운 것은 없지만 조합과 연결을 통해 얼마든지 색다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창의력, 쉽다》의 저자 짐 랜덜은 지적한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보이는 90% 정도는 기존의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변화시키거나 결합한 것들이다. 구글은 검색 엔진을 발명한 회사가 아니다. 물론 최초로 광고를 판매한 인터넷 회사도 아니다. 구글이 만든 창의적 아이디어라면, 사용자들이 얼마나 자주 클릭을 했고 링크되었는지에 따라 웹사이트의 등급을 매기는 방법을 발전시켰을 뿐이다. 기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정말 약간 비튼 것뿐이다. 페이스북도 구글과 마찬가지다. 온라인상에서 사진과 프로필 등을 올리고 회원들 간에 소통을 용이하게 하는 아이디어는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업하기 전에 이미 인기를 얻은 서비스였다. 다시 말해 저커버그가 최초로 개발한 것이 아니다. 그는 약간 비틀기만 했을 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창의력 비결은 누군가의 아이디어(원천)를 숨기는 방법을 아는 것”이라고 했고, 에디슨은 “독창성이란 근원을 숨기는 예술”이라고 했다. 이처럼 20세기 창의력 천재들의 생각은 결국 하나다. 즉 창의적 발상이란 이미 존재하는 뭔가를 새로운 형태로 재정리하거나 확장시키거나 결합하고 연결하는 거다. 그런 발상을 한 번 더 뒤집는 ‘전환’까지 이뤄질 때 최고의 아이디어가 창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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