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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9. 2018

10.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기

<천재들의 생각 수업>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방해도 없이, 어떤 편집도 없이, 어떤 부차적인 설명도 없이 말이다. 그건 바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런식이다. 만일 창조적 본능이라는 것을 생리학적으로 더 잘 나타낼 수 있었다면, 독창성을 드러내고 조종하는 것이 정신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이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좋아요. 여러분. 잘 들어보세요.” 
앨런 스튜어트는 어둑한 무대에 서 있었다. 이 공연장은 뉴욕에서 운이 없거나, 심하게 해진 신발 끈으로 근근이 버티며 생활하는 학생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앨런은 자신의 공연장을 절대로 맨하탄 14번가 위로는 옮기지 못할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무대 등만 해도 스위치를 켜면 반쯤은 등이 나가 있었다. 주변에 널려 있는 관객용 임시 벤치의 어둠 속에서 계속해서 타고 있는 담뱃불만 번쩍이고 있었다. 
  
깊은 어둠 속에서 거의 구별조차 힘든 한 무리의 청바지 차림의 연주자들은 작은 북과 전자피아노의 연주에 맞춰 소라고동의 깊은 울림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소리는 이상하고 음울했다. 마치 카론이 스틱스 강을 건너기 위해 장대로 배를 밀고 가는 저승의 소리 같았다. 한 사람은 ‘완벽해’라고 말하고, 다른 사람들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번 앨런 스튜어트의 기획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래서 그녀는 무화과 잼이 든 쿠키와 싸구려 커피로 아침을 마무리하고는 낡은 신발을 벗고, 소방차처럼 빨간 양말을 신은 채 무대 중앙으로 조용히 걸어 나와, 꽉 낀 검정 바지를 손으로 추스리고, 큐빅이 박힌 밝은 핑크색 스웨터를 입은 채 다시 해 보았다. 

“이제 괜찮아요. 여러분, 잘 들어보세요.” 주목을 끌기 위해 크게 박수를 치면서 이야기했다. 텅 빈 공간에서(그리고 그 동네를 고려해 보더라도) 마치 권총의 날카로운 총성 같은 끔직한 소리였다. 

이번에는 괜찮았다. 갑자기 연주가들이 멈추었다. 포부가 큰 젊은 배우들이 어두운 무대 뒤편에 앉아 있다가 쿵쾅대며 나타나서는 그녀 주위로 몰려들었다. ‘안녕, 엄마’, ‘봐요, 엄마’, ‘무슨 일이에요, 엄마’, ‘좋은 아침이에요, 엄마’, ‘네, 엄마’, ‘알겠어요, 엄마’. 그녀는 ‘오, 이런, 귀여운 아이들’하고 그들과의 인사에 답했다. 앨런은 살면 서 아주 많은 젊은이들과 어울렸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순간에는 그들 의 이름을 다 기억할 수가 없다. “우리는 오늘 바쁠 거에요.” 그녀는 허스키한 중저음으로 말하고는 바로 하던 일을 계속했다. 
  
“먼저, 로이드, 철물점에 달려가서 긴 막대를 사다 줄 수 있겠어요? 뭐 빗자루 막대든 그런 비슷한 걸로요. 여기 내 동전지갑이에요. 자, 여러분들, 누가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있나요? 어릴적에만 타봤었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데이비드, 오늘 할 수 있는지 볼게요. 앤드류, 저기 뒤쪽에서 스케이트보드 좀 가져다 줄래요? 두 시에 플라멩코를 가르치는 여자 분이 오실 거예요. 그리고 여기 이분은 데니히스… 뭔가 하시는 분이에요. 글을 쓰고 계시죠. 여기 불 좀 더 켤 수 있나요? 아니면 내가 전기료 내는 걸 깜박했나요? 좋아요. 자 주목하세요. 지니, 박자 좀 맞춰줘요.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말이에요. 내가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저 끈 있는 걸 사용해 보세요. 아하, 오예. 조금 키를 올려 봐요. 네 맞아요. 자 여러분 저 범람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할 건 이거에요…”
  
앨런이 가는 팔을 흔들 때마다 팔찌들이 번쩍거리고, 억센 머리카락을 정교하게 땋은 회색 머리는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흔들거렸다. 약간 느린 걸음걸이지만 몸동작에는 단호함이 드러나 있었다. 저 뚱뚱한 소녀가 자신감만 갖고 노래를 한다면 보이스오버(화면에 직접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만 나가는 것)를 충분히 잘해 낼 거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스케이트보드를 탄 사람이 멈추려고 끼익 소리를 내자 그녀는 어떤 가식도 없이 로사라는 이름의 긴장한 소녀에게 활짝 미소를 지어 안심시켰다. 로사는 연신 사과를 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은 연기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앨런 스튜어트가 일하는 걸 보면서 그녀가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할 때 우리는 어리둥절해야 할까? 냉소나 날카로운 모 순으로 가득 찬 분위기가 있을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솔직하게 말하거나 순진한 이야기로 치부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가 아니다. 일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 예술 에 대한 사랑, 음악에 대한 깊고 변치 않는 사랑. 이러한 정서는 앨런 스튜어트를 당당하게 만들며 그녀의 머릿속에 계속 떠 있는 중심 주제이자, 그녀의 창의력이 만들어지는 중심축이다. 만일 그녀의 삶이 연극처럼 무대에서 펼쳐진다면, 아마도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에서 다음과 같은 공연으로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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