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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75초에 한 번꼴로 욕하는 청소년들

<국어에 답 있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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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사를 재인용하면, EBS에서 중고생 4명에게 소형 녹음기를 지참시켜 학교생활의 대화를 녹음했더니 1인당 75초에 한 번꼴로 욕을 했다고 한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의 대화에서 욕을 빼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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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들이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면 ‘졸라, ×발, 십××, 개××, 처××’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그래서 모두들 청소년의 언어를 걱정하고 있으며, 청소년 언어 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바른 말 사용을 위한 교육과 홍보에도 애쓴다.

참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청소년에게 ‘욕을 하지 말자’, ‘고운 말을 쓰자’라고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필자는 두 딸아이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켜보면서, 웃고 까불고 평온해 보여도 늘 현실에 힘겨워 하는 느낌을 받았다. 가뜩이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 시기에 입시 경쟁의 학교생활에서 오는 혼란, 불안감, 좌절감은 작지 않다. 청소년들의 언어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성장기의 불안함에서 욕설을 자주 쓰는 건 아닐까. 청소년들이 ‘깜놀, 생선, 엄빠주의, 고답이, 답정너’ 등의 유행어나 은어를 즐겨 쓰는 것도 청소년다운 발랄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언어유희를 통해 현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그들만의 방법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단지 습관적으로 욕을 하고, 욕을 하는 소수의 말을 그저 집단적으로 따라하고, 게임과 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거친 말을 쓰는 것도 맞다. 그것뿐이라면 평소의 언어생활 태도를 고쳐 주고, 미디어의 언어문화를 개선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청소년들이 쉽게 욕을 받아들이고 쓰는 데는 그만큼 욕에 공감하는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종종 청소년들이 역할극을 통해 상대방의 상황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소리 지르고, 욕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감정의 치료가 이루어지고 화해에 이르는 걸 볼 수 있다. 그렇게 상처받은 감정이 치유되면 평소 쓰던 욕설도 점차 사라지게 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고민을 귀담아들어 주고, 거친 말을 쓰는 경우에도 일방적으로 야단치기보다는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나 보구나”,“그런 말도 할 줄 아네. 그래도 이렇게 말하면 더 예쁠 것 같은데”처럼 공감하는 마음으로 바로잡아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운 말을 하자’라는 말에 앞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래서 청소년들의 불안감을 행복감으로 바꾸어 준다면 청소년의 언어문화도 자연히 밝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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