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혐오 발언이 없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국어에 답 있다>

by 더굿북
%EB%B8%8C%EB%9F%B0%EC%B9%98.jpg?type=w1200&type=w1200



요즘 흔히 쓰는 말로 ‘맘충’이 있다. 외래어 ‘맘’에 벌레를 뜻하는 ‘충’이 결합한 말이다.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를 내버려 두는 등 자기 아이 중심의 양육 태도를 지닌 엄마를 비판적으로 칭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점차 아기를 키우는 엄마를 보편적으로 가리키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 ‘충’은 단어를 더 만들어 내어 중고생을 가리켜 ‘급식충’, 노인층을 가리켜 ‘틀딱충’, 한국남자를 가리켜 ‘한남충’이라고 하는 표현이 양산되었다. 이 말들은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공격성을 담고 있다. 그리고 공중도덕에 어긋나는 행위, 여성을 배려하지 못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은 잘못된 것이라는 나름대로 정당한 근거를 내세운다.

그러나 그 정당성은 사람을 ‘벌레’라고 부르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이런 식의 혐오 발언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라 무분별한 ‘비난’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남충’은 여성을 혐오하는 표현인 ‘김치녀’에 대응하여 메갈리아라는 한 커뮤니티에서 만든 말이라고 한다. ‘김치녀’라는 혐오 발언이 또 다른 혐오 발언을 부른 셈이다. 이런 악순환만 보더라도 왜 혐오적인 말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image_8374139961530765628097.jpg?type=w1200

우리말에서 ‘벌레’는 두 가지 세계를 보여 준다. ‘밥벌레, 밥버러지, 식충이, 인버러지(은혜를 모르는 사람)’와 같이 부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책벌레, 일벌레, 공붓벌레’처럼 긍정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책벌레, 일벌레, 공붓벌레’처럼 긍정적 의미를 담은 말을 더 사랑해 왔다.

그러던 것이 ‘맘충, 급식충’의 부정적 쓰임으로 기운 것은 안타깝다. 어쩌면 이는 경쟁에 내몰린 우리 사회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여성과 남성이,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를 공존이 아니라 경쟁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시대, 그래서 나를 지키려는 심리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게 된 것은 아닐까.

이제 경쟁보다는 공존의 사회로 나아갔으면 싶다. ‘맘충, 급식충, 한남충’과 같은 말은 아직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 올라 있지 않다. 이 말이 미처 사전에 오르기 전에 사라져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5. 걸음은 조용조용, 말씀은 가만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