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에 답 있다>
접두사 ‘처-’가 갑자기 많이 쓰인다.
• 비를 처맞고
• 실수로 처날리고
• 옷을 처사고
• 계란을 처던지고
위 예들뿐만 아니다. ‘처때리다, 처잡다, 처죽다, 처신다, 처입다, 처던지다’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어사전에서 ‘처-’가 결합한 동사는 스무 개를 넘지 않는데, 갑자기 그 몇 배로 늘어나 버린 느낌이다.
이 ‘처-’가 붙은 말은 ‘마구, 많이’의 뜻에 더하여 ‘처먹다, 처마시다’처럼 어떤 행동을 비하하여 속된 느낌을 준다. 하필 그런 점이 대중의 마음을 끌었나 보다. 어찌 된 일로 좋은 말, 이쁜 말 다 놔두고 ‘처-’와 같은 거친 말에 빠져드는 것일까. 그 이면에는 현실에 대한 집단적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사회의 집단적 불안감이 갑자기 급속도로 ‘처-’의 증식을 일으키는 것 같다. 그러나 타인에 대해서든, 나에 대해서든 행동을 비하하여 표현하는 이 말은 좋지 않다. 이런 말을 쓰는 나는 타인으로부터도, 미래의 나로부터도 존중받기 어렵다. 인터넷을 통하여 새로운 표현이 빠르게 생산되고 전파되는 시대, 좋은 말이 그 주인공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