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거짓말을 한다>
월마트(Wal-Mart)는 전 매장의 매출 데이터를 이용해서 어떤 제품을 선반에 얹을지 파악한다. 2004년 미국 동남부를 강타했던 파괴적인 폭풍, 허리케인 프랜시스가 상륙하기 전에 월마트는 도시 사람들의 쇼핑 습관이 변할 것을 정확하게 추측했다. 그들은 이전에 허리케인이 왔을 때의 매출 데이터를 자세히 연구해 사람들이 무엇을 사려 하는지 확인했다. 가장 두드러진 품목은 무엇이었을까? 스트로베리 팝타르트(Strawberry Pop-Tarts: 굽거나 데워 먹는 딸기잼이 든 페이스트리)였다. 이 제품은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을 때 평소보다 일곱 배 많이 팔렸다.
월마트는 이 분석을 기반으로 스트로베리 팝타르트를 실은 트럭들을 95번 고속도로를 통해 허리케인 경로에 있는 매장에 보냈다. 실제로 이 팝타르트는 불티나게 팔렸다.
왜 팝타르트일까? 아마도 냉장이나 복잡한 요리가 필요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딸기 맛일까? 아무런 실마리가 없다. 하지만 허리케인이 찾아오면 사람들이 딸기 맛 팝타르트에 손을 뻗는 것만은 분명하다. 따라서 허리케인이 불어닥치기 전 월마트는 딸기 맛 팝타르트를 선반에 가득 채운다. 그 둘의 관계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관계 자체다. 언젠가 식품 과학자들이 허리케인과 딸기 맛 페이스트리의 연관성을 알아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설명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월마트는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딸기 맛 팝타르트로 선반을 채우고, 라이스 크리스피(Rice Krispies: 시리얼의 한 종류)는 맑은 날을 위해 치워둘 것이다.
이 교훈은 올리 아센펠터(Orley Ashenfelter)의 이야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자인 아센펠터는 와인에 적용했다.
약 10년 전, 아센펠터에게는 불만이 하나 있었다. 그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레드 와인을 다량으로 구매했는데 높은 가격만큼 맛있고 가치가 있을 때도 있었지만 실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아센펠터는 같은 값을 지불한 와인의 품질이 왜 이렇게 다른지 궁금했다.
어느 날 아센펠터는 저널리스트이자 와인 감정가인 친구로부터 한 가지 비법을 들었다. 좋은 와인인지 알아볼 수 있는 비결은 생장기의 날씨라고 했다.
이는 아센펠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친구의 말이 정말인지 파악하기 위한 탐색을 이어갔고 그는 계속해서 더 좋은 와인을 살 수 있었다. 그는 30년에 걸친 보르도 지역의 날씨 데이터를 다운로드했다. 와인의 경매가도 수집했다. 와인이 처음 팔린 때로부터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벌어지는 경매는 와인의 품질이 어땠는지를 말해준다.
결과는 놀라웠다. 생장기의 날씨만으로도 와인 품질의 상당 부분을 설명할 수 있었다. 와인의 품질은 ‘포도 재배 제1법칙’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순한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격=12.145+(0.00117×겨울의 강수)+(0.0614×생장기 평균 기온)–(0.00386×가을의 강수)
보르도 지역의 와인 품질이 이렇게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포도 재배 제1법칙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센펠터의 와인 공식은 포도가 적절하게 익으려면 열기와 초기 관개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어느 정도는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예측 공식의 세부사항은 모든 이론을 넘어서며, 와인 분야의 전문가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겨울 강수 1센티미터가 왜 숙성된 와인의 가격을 평균적으로 정확히 0.1센트 올리는 것일까? 왜 0.2센트가 아닐까? 왜 0.05센트가 아닐까? 이런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겨울에 비가 1,000센
티미터 더 온다면 와인 한 병에 달1러를 기꺼이 더 내야 할 것이다.
아센펠터조차 이 회귀분석 결과가 왜 이렇게 나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와인을 구매하는 데 이 공식을 이용했고 그에 따르면 “결과가 아주 좋았다”. 그가 마시는 와인의 품질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
어떤 와인이 좋은 맛을 낼까, 어떤 제품이 팔릴까, 어떤 말이 빨리 달릴까, 이처럼 당신의 목표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면 당신의 모델이 어떻게 좋은 효과를 내는지 정확한 이유를 너무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정확한 수치만 얻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