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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6. 2018

10.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 (마지막 회)

<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심코 던지는 말들>



한때 전 세계를 울린『 마지막 강의』의 주인공인 카네기 멜론대학 랜디 포시 교수가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저서『 마지막 강의』는 지구촌 곳곳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의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2006년 9월. 췌장암 선고를 받은 그는 “남은 날들을 신나게 살 것”이라면서, 손가락으로도 꼽을 수 있을 만큼 짧은 삶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인생을 살면서 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잘 인식하고 있었다. 나는 시간 관리에 아주 능했고, 덕분에 갑자기 수명이 단축되었다는 통고를 받고도 남은 시간에 막대한 인생을 쑤셔 넣을 수 있었다고 믿는다.”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말이다. 랜디 포시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시간을 명쾌하게 관리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라. 옳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는가?

랜디 포시 교수가 암 선고를 받은 날과 거의 비슷한 시기인 2006년 10월 12일. 일본열도에서도 36세의 젊은 사장이 암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후지타 켄이치라는 IT 회사의 사장이었다. 후지타 사장 역시 짧고도 짧은 시한부 인생을 살았다.

“재발(再發)”
“사형 선고”
“어느 날부터 2개월 반이 경과하다”
“어느 날”
“암으로부터 한 번 살아나고 1년 반”
“2006년 1월 23일”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라이브 도어의 호리에(堀江) 씨가 체포되던 날”

후지타 씨가 생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쓴『말기 암에 걸린 IT사장으로부터의 편지』라는 책의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1970년생인 그는 일본의 주오 대 법학부를 졸업한 엘리트 청년이었다. 젊은 나이에 ㈜NCI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그는 IT 분야에서 촉망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호사다마랄까? 서른세 살 때 위암이 발견돼 치료를 했으나, 1년 반 만에 재발되어 ‘3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는 역풍을 맞았던 것이다. 후지타 씨는 “일전의 재발 진단은 오진이었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그토록 갈망하면서 신에게 빌었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그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답을 했다.

“평균적으로 3개월입니다. 1년 정도 생존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만…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쓰시기 바랍니다.”

‘수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나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 엉엉 울던 후지타 씨는 눈물을 닦고 새로운 결심을 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죽음이란 무엇일까?”
“여명(黎明)의 순간이 가장 어둡다.”
“도망갈 곳은 없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남은 시간은 ‘인생의 휴일’이 아니라 ‘세상에 공헌’하는 일이다.”
‘최후의 사업 계획, 타이틀은…’

• 타이틀: 인생의 총마무리
• 구체 실시: 지금까지 배운 인터넷 실력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미디어 전략을 수립한다.
첫 번째 할 일: 서적 집필
두 번째 할 일: TV 출연
세 번째 할 일: 접속이 많은 블로그에 데일리로 정보 발송
네 번째 할 일: 위 세 가지 방법에 의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거기에 찬동하는 의사와 환자들의 지혜를 결집하여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하는 암 치료법을 찾는다.

놀라운 일이다. 생명의 불이 꺼져 가는 데도 이러한 생각을 하다니. 후지타 씨는 계획서를 하나하나 완벽하게 작성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서 이러한 시간표가 나올 수 있을까? 보통 사람은 이런 경우에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업계획서대로 책을 냈고, TV에도 출연했으며, 인터넷을 통해서 암 치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세미나를 열어 미래 창업자들을 위한 정력적인 강연을 하고 다녔다.

2006년 1월. 암 재발 통보를 받은 그는 도쿄의 명물인 레인보우 브리지에 대해서도 이렇게 썼다.

나는 차를 타고 레인보우 브리지를 방심상태(放心狀態)로 달렸다. 2006년의 겨울은 예년과 달리 무척 추웠다. 차창 밖 공기도 마음속으로부터 차가웠고,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경이라는 이곳은 평소보다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야경을 즐겁게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후지타 씨의 공허한 마음 상태를 은유적으로 그려 낸 대목이다. 다가올 겨울 추위가 두려웠을까? 새로운 겨울이 다가오기 전인 그해 가을, 후지타 씨는 그토록 아름다운 도쿄의 야경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진정한 행복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의 주변에도 원대한 꿈을 펼치기 위해,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면서 자신을 돌보지 않다가 건강을 잃는 사람이 많이 있다. 성공도 좋지만, 자신의 건강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성공이란 것도 무의미한 존재다.

서머셋 몸의 소설『인간의 굴레』에서 ‘필립이 샐리’에게 청혼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한 글에 마음이 끌린다.

그처럼 공들여 만든 생활의 설계도도 결국은 실현하지 못할 일장의 꿈에 불과했던 것이다. 미래가 이제는 자기 앞에 황량한 빈터로 펼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무수한 인생사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아름답게 의장하려고 한 자신의 노력을 반성해 봤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까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공식, 사람이 태어나서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마침내 죽는 것도 완벽한 의장이 아닐까?

“아아, 난 행복해.”
“저 배가 고파요.”
“아- 샐리!”

필립은 웃으면서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그들은 일어나 미술관을 나왔다. 그리고 잠시 난간에 서서 트라팔가르 광장을 내려다봤다. 이륜마차·역마차들이 빗살처럼 왕래하고 사람들이 사방으로 바쁘게 오고 갔다.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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