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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6. 2018

03. 바쁘다는 말은 전형적인 핑계다.

<말기술>




회사를 망하게 하는 말, “너무 바쁘다”

바쁘다는 핑계에 맞서다.

현대 문화는 바쁨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바쁘다는 이유가 완벽한 핑계로 쓰인다. 우리는 제안이나 요청을 거절할 때 “스케줄이 꽉 차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즐겨 쓴다. 다음과 같은 진실은 차마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당신 말을 따를 생각이 없다.” 
“당신이 제안하는 방식을 따랐다간 그동안 내가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일했는지 들통이 날 것이다.” 
“난 너무 게으르기 때문에 그 방법이 정말로 좋은지 어쩐지 궁금하지 않다.” 
“난 모든 일을 내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 책임을 타인에게 위임하고 싶지 않다.” 
“괜찮은 아이디어 같지만 그러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나는 변화가 무섭다.” 
“나는 지나친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완벽한 실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시도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이같이 대응했다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겠지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하지만 지금 내가 너무 바빠서”라는 비싼 문장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바쁘다는 가짜 구실은 스스로에게도, 팀원에게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바쁘다는 주장은 거절을 쉽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절이 정답일 때도 있다. 즉,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면 “너무 바쁘다”는 말을 써도 괜찮다. 

첫째, 그 일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 
둘째, 너무 많은 돈이 들 때. 
셋째, 그 시점에서 우선순위가 낮을 때.

팀 차원의 결정을 영업부에 전달할 때는 “우리 팀이 너무 바쁘다”라는 말(또는 “지금은 우리 코가 석 자라서” 등등의 표현)을 써도 괜찮다. 나는 모든 말에 100퍼센트 진실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팀 내부에서는 당신이 거절하는 진짜 이유를 알고 있어야 한다. 편의상의 구실에 속아서 우리가 정말로 바쁘다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바쁘다는 구실이 습관이 되어서도 안 된다. 
  

바쁨도 중독된다.

누구에게나 너무도 바쁘고 다급한 시기가 찾아온다. 기부금이 30퍼센트나 줄어든 비영리단체라면 당분간 기금 모금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사무실을 이전하고 이삿짐을 푸는 와중에도 고객의 만족도를 유지해야 한다. 학업과 풀타임 업무를 병행하는 사람도 있고, 가족에게 건강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바쁜 위기가 오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그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리는 없다. 즉, 일정이 한번 바빠진 뒤로 그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된다면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있다. 

업무를 핑계로 개인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을 일중독자라고 한다. ‘일중독자’라는 개념, 즉 바쁨 중독은 수십 년 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점점 더 관심을 받고 학문적으로도 연구되고 있다. 학자들 이 이 주제에 대해 알아낸 바는 다소 놀랍다. 바쁨에 중독된 사람의 뇌는 약물에 중독된 사람과 거의 똑같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집단으로 바쁨에 중독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어떤 팀은 과도한 업무 일정이 겹치고 겹쳐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정상적인 스케줄로 돌아가지 못한다. 

당신의 팀은 바쁨에 중독된 상태인가? 다음과 같은 증거가 발견된 다면 그 답은 ‘그렇다’이다. 

“그 아이디어는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팀은 처리해야 할 일이 이미 너무 많네요.” 
“결국엔 그 방향이 맞겠지만, 지금 우리는 이 방향에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지금은 도저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바쁩니다.” 
“요즘 우리 팀은 숨도 안 쉬고 달리고 있어요.” 
과도한 바쁨은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창의력과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끝나지 않는 서바이벌 모드

자원이 부족한 팀은 당분간 어떻게든 버티는 ‘서바이벌 모드’에 들어간다. 서바이벌 모드는 말 그대로 단기적으로 주의를 집중하여 살아남자는 자세이고, 장기적인 계획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것은 합리적인 전술이다. 집에 오늘 당장 먹을 것이 없을 때는 당연히 다음 가을에 어떤 작물을 거둘지 계획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서바이벌 모드에 대해 기억해야 할 두 가지 경고가 있다. 

첫째, 생각의 힘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팀의 모든 구성원이 이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떨지 의심하기 시작할 때는 부정적인 사고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다. 리더는 정직해야 하는 동시에, 모든 사실을 누구와 공유할지, 어떻게 공유할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둘째, 서바이벌 정신은 조직에 해를 끼치는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행 중에 긴급한 기계적 문제가 생겼을 때 조종사가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 비행기를 계속 날게 하는 것이다. 리더는 조직의 단기적인 필요와 장기적인 건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는다. 단기적으로 다급하다는 이유를 들어 장기적인 발전까지 희생해서는 안 된다. 


바쁨은 나의 선택이다.

당신도 바쁘고, 나도 바쁘고, 우리 모두가 바쁘다. 우리가 때때로 잊어버리는 사실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똑같은 양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한 목표를 추구하는 데 시간을 쓴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누가 아니라 나 자신이 내린 결정을 따르느라 바쁘다. 그런데 혹시 당신은 쓸데없는 일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이 실제로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시간이 없다면, 바쁘다고 무시했던 문제가 점점 커져서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제때 올바르게 판단했다면 큰 이익을 가져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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