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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6. 2018

02. 스트레스에 관한 대처, 회복력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스트레스 관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대처하는 법과 연결되며, 가장 친숙한 대처 형태는 ‘머리를 간신히 물 밖으로 꺼내놓고 있는’ 모양새다. 즉 스트레스의 상황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홍수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은 상황이 가라앉을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리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처’가 아닌 ‘생존’이다. 

우리는 스트레스 대처법에 관한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머리를 추켜올리게 만드는 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즉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 자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물을 보려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며, 진정한 도전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다. ‘때로는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취해야 할 마음가짐의 절반에 불과하다. 재수 없는 일은 가끔 일어나기도 하지만 불행은 선택 사항이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홍수가 덮친 것처럼 위협적인 기분이 드는데도 싫어하는 직장에 매여 있으라는 뜻은 아니다. 대신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다. 나는 대체 뭐가 두려워서 행동에 옮기지 않는가? 아마도 상상하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즉 되풀이해서 생각하는 반추(反芻)가 원인이다.
     
때로는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불행은 선택 사항이다.
     
회복력은 개인이 지닌 능력, 어려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또는 이후에 개인의 행동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불행히도 학문적 정의가 다양하게 제시되어 왔다고 해서 회복력의 의미가 더 분명해지지는 않았다. 회복력의 정의는 주로 사람들이 대응하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주어진 상황을 단순히 진행 중인 변화로 보고, 여기에 부정적인 감정 판단을 더하지 않는 것을 회복력의 특성으로 보면 어떨까? 회복력은 스트레스 상황에 간신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 그 자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래프팅을 하고 있다. 아찔한 급류를 이제 막 첫 번째로 통과할 참이다. 커브를 돌면 강이 넓어지면서 물살은 느려질 것이다. 그런데 코앞에서 급류가 몰아치는 소리만 들릴 뿐 높은 절벽이 급류의 굴곡을 가려 모퉁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그 순간에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잔잔한 물에 있을 때의 안도감을 상상하며 래프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 무슨 기분이 드는가? 짜릿하고 흥분되지만 모퉁이를 돌면 어떤 급류가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스럽고 두려운 마음도 들 것이다.
     
회복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삶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다.

강은 우리 삶을 비유할 때 자주 등장한다. 삶이라는 강에서 영원히 급류에만 휩쓸리는 사람은 없다. 가장 힘든 시기조차도 끝이 있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늘 잔잔하고 평온한 상태에만 머무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인생은 급류와 잔잔함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지금이 잔잔하고 평온한 상태라면, 곧 내 앞에 급류가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닥쳐오는 급류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이것을 본질적으로 스트레스라고 할 수는 없다. 다음 급류가 가까워 올 때 늘어나는 건 스트레스가 아닌 압박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압박감은 무언가를 수행해야 할 의무감일 뿐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직장에서 업무 계획이 틀어졌을 때에 이르기까지 압박감은 우리 삶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압박감은 동기부여가 되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앞의 예시에서 볼 수 있듯이 보트가 다음 급류로 향할 때 사람들의 절반은 당황하기 시작한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보트는 뒤집히고 사람들은 급류를 통과하는 데 실패한다. 보트 안의 사람들은 스스로가 느끼는 압박감을 스트레스로 바꿔버린다. 회복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문제해결에 있어 자신의 관점을 잃지 않는다. 회복력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삶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스트레스란 무엇인지 다음의 예시를 통해 살펴보자. 당신이 기르는 고양이가 방바닥에 잠들어 있다고 가정하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보자. 고양이는 아직 당신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고양이는 황급히 깨어나고, 너무 놀란 나머지 등을 바짝 구부리고 털을 곤두세운 채로 공중으로 점프한다. 이 반응은 투쟁도피반응(Fight or Flight, 긴박한 위협 앞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이라고 불리며, 아드레날린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발생한다. 다음 순간 고양이는 주인을 알아본다. 곤두섰던 털들은 납작해지고 고양이는 다시 안정을 취한다. 우리가 보는 외면의 평온함은 내면의 평온함에서 비롯된다. 과도하게 분비된 아드레날린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재빨리 대사되고, 고양이는 휴식 상태로 돌아간다. 이때 고양이는 불필요한 생각을 이어가는 것을 하지 않는다. ‘우와, 옆집에서 셰퍼드가 온 줄 알았어! 저쪽에 사는 다른 개는 어디 갔지? 마당에 그 개들이 있으면 어쩌지? 여기가 내 집이 아니면 좋을 텐데!’ 만약 고양이가 이런 식으로 생각을 이어간다면, 고양이의 털끝은 계속해서 곤두서 있을 것이다.

이제 이 이야기를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시켜보자. 가장 최근에 누군가가 나를 짜증나고 화나게 했던 말이나 행동을 생각해 보자.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그 일에 대해 계속 생각했는가? 이 생각을 반복할 때마다, 고양이가 보인 행동처럼 아드레날린의 급증과 함께 신체는 투쟁도피반응을 일으킨다. 아드레날린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아니다. 아드레날린은 인간의 행동을 촉진시키는 호르몬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문제는 아드레날린의 증가가 아니라 그것이 필요한지의 여부다. 내가 쓸모없는 후회와 걱정을 반복할 때, 나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또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것인가? 나는 그저 머릿속의 자신의 생각과 싸우고 있을 뿐이다. 그 언쟁에서 졌다고 느끼더라도 그 싸움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매번 스스로를 승자로 만들 때까지 되새김은 계속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졌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모든 모욕과 분노와 다시 씨름한다. 상승된 아드레날린에서 비롯된 신체의 압박과 함께 분노와 화는 계속된다.

스트레스를 ‘감정적인 혼란의 되새김’으로 정의하면 급성 스트레스와 만성 스트레스를 구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만성 스트레스가 우리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많이 있지만, 두 스트레스 사이의 확실한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급성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인식하지 않음으로써 두 스트레스의 차이를 단순화 할 수 있다. ‘급성 스트레스’란 앞에서 고양이가 겪었던 것 같은 일시적인 현상이다. 일시적으로 압박감이 상승하는 현상은 다른 모든 압박감이 그렇듯 곧 사라진다. 그에 반해 만성 스트레스는 실제로 우리가 스트레스라고 일컫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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