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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7. 2018

04. 당장 하지 않으면 왜 두려운가?

<말기술>





회사를 망하게 하는 말, “당장 그것부터 하자”


두려워하면 판단이 흐려진다.

우리는 즉시 병원에 가지 않으면 상태가 악화될까 두려울 때 응급실에 간다. 그렇다. 다급함은 두려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론 건강이나 안전이 위험할 때는 재빠르게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올바른 판단이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나머지 틀린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든 머릿속에만 존재하든 간에, 두려움은 우리가 원치 않는 것들을 돋보기처럼 크게 과장함으로써 결정 과정에 혼란을 일으킨다. 다른 여러 감정과 편향들이 그렇듯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우리가 없애겠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지금 두려움에 조종당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고, 그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이며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쪽이 더 현실적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이성을 동원하여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 분석할 수 있고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사회 초년 시절에 나는 한 멘토에게 직장을 옮기는 일에 대해 상담했다. 그가 물었다. “당신은 어딘가로 향하고 있나요? 아니면 어딘가에서 도망치고 있나요?” 나의 내적 동기에 직접 칼을 대는 듯한 질문이었다. 나는 비로소 이렇게 자문했다. ‘나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탐색한 뒤 제대로 된 이유에서 이직을 원하는 것인가, 아니면 당장 뭐라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행동에 나서려는 것인가?’ 스스로 어떤 행동의 실질적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할 때,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두려움일 확률이 크다. 
  

당장 하지 않으면 왜 두려운가?

두려움 중에서도 다급함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유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잃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고객을 잃을까 봐, 경제적 손실을 입을까 봐, 아끼는 물건이나 인간관계를 잃을까 봐 두려운 나머지 빠르게 행동을 취하려고 한다. 심지어 아직 내 것이 아닌 대상에 대해서도 강력한 상실의 두려움을 느낀다. 입사 지원자가 다른 회사를 선택할까 봐, 세일이 내일 끝난다고 해서, 큰 계약 건을 딸 기회를 놓칠까 봐 조급해하는 것이다.

또한 놓칠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어떤 리더들은 순전히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고, 혹은 원하는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특정한 테크놀로지를 도입하고, 업계의 유명 이벤트에 참석하며, 특정 유형의 고객을 유치하는 등 급한 방법들을 쓰는 경향이 있다. 당장에 손해를 볼 가능성이 없는데도 늘 다급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놓칠 것 같다는 실체 없는 두려움을 의심해보자. 

실망시킬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다른 사람의 만족이 곧 내 기쁨인 사람들은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 다급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 ‘누군가’는 그의 삶에서 중요한 인물(배우자, 상사, 부모 등)일 수도 있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공개 강연의 청중이나 온라인 논객 등)일 수도 있다. 이 두려움은 수행 불안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다는 두려움, 명성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기다리면 복이 온다.

이 모든 두려움은 얼마든지 타당할 수 있다. 근거 있는 두려움은 진짜 위험과 리스크에 집중하게 해주고 더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한다. 어쨌든 간에 일단 두려움이 감지되면 그 정체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파악되지 않은 두려움은 점점 몸집을 불리면서 거짓된 다급함을 연출하며 우리의 결정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속도는 관점의 문제다. 거북이 두 마리에게 습격당한 달팽이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경찰이 와서 진술을 요청하자 피해자인 달팽이가 난처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그게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거듭 반복되는 다급함은 근시안적 사고방식을 뜻할 수 있다. 당신의 팀은 이번 달 목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가, 아니면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가? 조직의 리더에게는 장기적인 사고와 단기적인 행동 양쪽이 요구된다. 당신의 팀이 조직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방향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잘못된 다급함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일이 줄어든다. 반대로, 모두가 이 회사의 앞날이 당장 이 달의 판매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면, 다급하다는 감각이 훨씬 더 막강한 힘을 가질 것이다. 
  

파티의 첫 손님이 될 필요는 없다.

‘시장 진입 속도’라든가 ‘퍼스트 무버(빠른 선도) 전략’ 같은 용어는 빠른 행보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 가장 먼저 진입한 사람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때도 종종 있지만, 개척자로서 어려운 길을 갈 때가 더 많다. ‘피를 볼 정도로 날카로운 모서리(bleeding edge)’라는 생생한 표현은 한 분야를 선도하지만 사업적 성공은 누리지 못하는 첨단 회사와 상품을 가리킨다. (그래서 경제적 손실 때문에 ‘피를 본다’는 뜻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개척자는 고생만 하고 후발 주자가 열매를 거두는 사례가 넘쳐난다. 잔탁은 최초의 위궤양 치료제가 아니지만, 시장에 유통되고 있던 다른 제품들보다 부작용이 적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 되었다. 애플은 MP3 플레이어를 발명하진 않았지만, 아이팟이라는 새로운 상품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구글은 이미 붐비고 있는 검색 엔진 분야에 들어와 결국 모두를 제압했다. 

흔히 새로운 테크놀로지나 콘셉트가 시장에 진입할 때는, 수익이 날 정도로 제품이 널리 채택되고 판매량이 늘 때까지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 반면 후발 주자에겐 명백한 이점이 있다. 상품의 용도에 대해 소비자를 교육할 필요가 없고, 다른 회사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기존 생산 방식에 얽매일 필요 없이 가장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파티의 첫 손님이 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급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실은 늦게 온 손님이 더 재미있게 놀 때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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