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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7. 2018

09.페이스북 뉴스피드는 소름 끼치는 스토커 같은 기능



2006년 9월 5일 이른 아침, 페이스북은 홈페이지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이전 버전에서는 사용자가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려면 친구의 프로필을 클릭해야 했다. 940만 사용자를 거느린 이 웹사이트는 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몇 달에 걸친 힘든 작업 끝에 엔지니어들은 ‘뉴스피드(News Feed)’라는 것을 만들었다. 뉴스피드는 사용자에게 모든 친구의 활동을 업데이트해준다.

사용자들은 뉴스피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바로 불평했다. 노스웨스턴대학교를 다니던 벤 파(Ben Parr)는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반대하는 학생’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뉴스피드는 소름 끼치고 스토커 같은, 사라져야 하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며칠 만에 이 모임에는 파와 같은 느낌을 받은 회원 20만 명이 모였다. 미시간대학교 3학년 학생 한 명은 《미시간데일리(Michigan Daily)》에 “새로운 페이스북이 정말 무섭다. 내가 스토커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커크패트릭(David Kirkpatrick)은 페이스북 역사에 관해 공인된 책인 《페이스북 효과: 세상을 연결하는 회사의 속 이야기(The Facebook Effect: The Inside Story of the Company That Is Connecting the World)》에서 이 이야기를 한다. 그는 뉴스피드의 도입에 “페이스북이 직면한 전례 없는 위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커크패트릭은 이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의 창립자이자 책임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를 인터뷰할 때 그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커버그는 디지털 자백약에 관한 접근권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클릭하고 방문하는 숫자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커크패트릭은 이렇게 적었다.

사실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관련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실은 뉴스피드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는 이를 증명할 데이터가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뉴스피드 론칭 전보다 페이스북에서 평균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이, 극적으로 더 많이 활동했다. 8월에 사용자들은 페이지를 120억 개 봤다. 하지만 뉴스피드가 실행 중인 10월에는 220억 개를 봤다.

저커버그가 평정을 유지하게 해준 증거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뉴스피드에 반대하는 모임의 입소문조차 뉴스피드가 가진 힘의 증거였다. 이 모임이 그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뉴스피드를 통해서 자신의 친구들이 그 집단에 가입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친구의 일상을 상세히 보는 것이 유쾌하지 않다고 소리 높이는 집단에 가입하면서, 한편으로는 페이스북으로 돌아와 친구들의 삶을 자세히 살폈다. 뉴스피드는 지속됐다. 현재 페이스북 1일 사용자는 10억 명이 넘는다.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인 피터 틸(Peter Thiel)은 그의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위대한 기업은 비밀(자연에 관한 비밀이나 사람들에 관한 비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제프 세이더는 좌심실의 크기가 말의 성적을 예견한다는 자연의 비밀을 발견했다. 구글은 링크 속의 정보가 엄청나게 강력하다는 비밀을 발견했다. 틸은 “사람들에 관한 비밀”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자신에 관한 것 또는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숨기는 것”으로 정의한다. 위대한 사업은 사람들의 비밀을 바탕으로 한다.

저커버그가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알게 된 ‘사람들에 관한 불편한 비밀’이 페이스북의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저커버그는 2학년 초에 친구들을 대상으로 페이스매시(Facemash)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는 ‘내 외모 괜찮나요?(Am I Hot or Not?)’ 라는 사이트를 모델로 했다. 페이스매시가 하버드 학생 두 명의 사진을 보여주면, 다른 학생들은 둘 중 누가 더 잘생겼는지를 판단한다.

이 사이트는 공분을 샀다. 《하버드크림슨(Harvard Crimson)》은 사설을 통해 사람들의 “추악한 면에 영합한다”며 저커버그를 비난했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그룹은 그를 성차별주의자에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하버드대학교 관리자들이 저커버그의 인터넷 접근을 차단하기 전, 즉 사이트가 만들어지고 몇 시간 후 이미 450명이 이 사이트를 봤고 사진에 투표한 횟수는 2만 2,000건이었다. 저커버그는 중요한 비밀을 배웠다. 사람들은 화가 나고 불쾌하다며 어떤 것을 매도하면서도 여전히 클릭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가 배운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사람들은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존중, 책임, 진지함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다른 사람 외모를 평가하는 데 관심이 크다는 점이다. 하버드대학교 학생들조차. 조회수와 투표수가 이를 말해준다. 페이스매시에 너무나 논란 거리가 많다는 것이 밝혀진 덕분에,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 관한 피상적인 사실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깨달았고 그 지식으로 그의 세대에서 가장 성공적인 회사를 만들었다.

넷플릭스도 설립 초기에 비슷한 교훈을 얻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믿지 말고 행동하는 것을 믿어라’라는 교훈 말이다.

본래 넷플릭스에는 보고 싶지만 당장은 시간이 없어서 못 보는 영화를 담아두는 칸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사용자들에게 여유 시간이 생길 때면 이 영화를 상기시켰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데이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용자들은 많은 영화를 채워놓지만 며칠 후에 상기시켜도 좀처럼 클릭하지 않았다.

뭐가 문제였을까? 앞으로 보고 싶은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사용자들은 야심차게 2차 대전을 다룬 흑백 다큐멘터리나 심각한 외국영화 등 식자층이 즐겨 보는 영화를 골랐다.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면 그들은 평소에 즐겨 보던 코미디나 로맨스 영화를 보려 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이런 차이에 직면한 넷플릭스는 사람들에게 보고 싶은 영화를 말하라고 하지 않고 비슷한 고객들의 클릭수와 조회수를 기반으로 한 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이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영화가 아닌 데이터가 그들이 즐겨 본다고 말하는 것을 기반으로 영화 목록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자 고객들은 넷플릭스를 더 자주 방문하고 더 많은 영화를 봤다.

“알고리즘은 당신보다 당신에 관해 더 잘 알고 있다.” 넷플릭스의 데이터 과학자였던 그자비에 아마트리아인(Xavier Amatriain)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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