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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7. 2018

08. 공식 데이터가 말해 주지 않는 암울한 진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인터넷은 충격적인 태도뿐 아니라 충격적인 행동에 관한 식견을 준다. 사실, 구글 데이터는 평범한 정보원이 흔히 놓치는 위기 상황을 알아내는 데 효과적이다. 문제가 있을 때 사람들은 구글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미국 대침체 동안의 아동학대에 대해 생각해보자. 2007년 말 심각한 경제침체가 시작됐을 때, 많은 전문가는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많은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감에 시달리면 학대 위험이 커질 테고 따라서 아동학대가 급증하리라고 본것이다.

공식 데이터가 나오자 이런 걱정은 근거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동보호서비스 기관은 학대 사건이 줄고 있다고 보고했다. 더욱이 이러한 감소세는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장 심각한 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아동복지 전문가 리처드 겔스(Richard Gelles)는 2011년 연합통신에 “비관적인 전망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관에 반하는 듯하지만, 경기침체 동안 아동학대는 크게 감소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어른들이 직장에서 일자리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아동학대가 감소했을까? 나로서는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구글 데이터를 찾았다.

아이들은 구글에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검색을 했다. ‘엄마가 나를 때려요.’ ‘아빠가 나를 때려요.’ 이러한 검색은 대침체 기간에 크게 늘었다. 실업률을 바짝 뒤쫓고 있었다. 이런 식의 검색을 통해 이 기간에 일어난 일을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내 추측은 이렇다. 감소한 것은 아동학대 신고지, 아동학대 자체가 아니다. 아동학대 중 적은 사례만이 기관에 보고된 것으로 추정한다. 대침체 동안, 아동학대를 보고하는 교사와 경찰과 사건을 처리하는 아동보호서비스 담당자 등 대부분은 과로를 하거나 일자리를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침체기 때 잠재적 사례를 보고하려 했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 신고를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실제로, 아동학대가 침체기 때 증가했다는 증거는 더 많이 있다. 이번에는 구글 데이터가 아니다. 학대나 방임으로 아동이 사망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경기침체의 영향을 심하게 받은 주에서는 드물긴 하지만 그러한 사망 사건이 증가했다.

그리고 구글에는 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에서 학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증거도 있다. 어려움이 가장 많았던 주에서 상대적으로 아동학대와 방임에 대한 검색이 증가했다. 실업률이 1퍼센트 증가할 때마다 ‘아동학대’나 ‘아동방임’에 대한 검색률이 퍼3센트씩 늘어났다. 해당 주의 신고 건수가 크게 감소한 것을 보면 이 지역에서는 학대 신고 대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통받는 어린이들의 검색은 증가하고 아동 사망률은 급등한다. 경제적 타격이 심한 주에서는 학대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검색이 늘어난다. 하지만 신고는 감소한다. 어린이들은 구글에 부모가 그들을 때렸다고 이야기하고, 자신이 학대를 목격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품은 사람은 늘어났다. 하지만 기관은 할 일이 너무 많아 처리할 수 있는 사건 자체가 줄어들었다.

대침체가 아동학대를 악화시켰지만 전형적인 척도는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심이 들 때마다 나는 구글 데이터에 의존한다. 이 새로운 데이터가 가진 그리고 그것을 해석하는 방법을 아는 데 따르는 잠재적 혜택 중 하나는 당국이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법원이 최근 낙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법의 영향력을 조사할 때 나는 구글의 질문 데이터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 법에 영향을 받는 여성들이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비공식적인 방법을 찾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말 그랬다. 낙태 금지법이 통과된 주에서 이러한 검색 빈도가 가장 높았다.

이 경우 검색 데이터는 유용하기도 하지만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2015년 미국에서 자가낙태를 찾는 구글 검색이 70만 건을 넘어섰다. 이와 비교해 같은 해 낙태 시술 병원에 대한 검색은 340만 건이었다. 이는 낙태를 생각하는 여성의 상당수가 이를 혼자서 처리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성들은 ‘임신중절약 온라인 구입’, ‘무료 임신중절약’ 등 비공식적인 경로로 약을 구할 방법을 16만 회 검색했다. 구글에 파슬리 같은 허브나 비타민 C를 이용한 낙태에 관해서도 질문했다. 옷걸이로 낙태하는 방법을 찾는 검색은 4,000건에 달했다. 이 중 ‘옷걸이로 낙태하는 방법’이라는 정확한 표현이 담긴 검색 질문이 1,300건이었다. 자궁에 표백제를 사용하거나 배 위에 구멍을 뚫어서 낙태하는 방법을 찾는 질문도 수백 건이었다.

어떤 이유로 여성들이 자가낙태에 관심을 갖게 될까? 구글 검색이 일어난 지역과 시점이 용의자를 가리킨다. 여성들은 공식적인 임신중절수술을 받기 어려울 때 비공식적인 방법을 찾는다.

자가낙태에 대한 검색률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거의 변화가 없다가 2008년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와 그 후의 경기침체와 함께 일어난 현상이다. 자가낙태 검색률은 2011년에 40퍼센트로 크게 증가했다. 생식권 단체인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는 2011년이 최근 미국이 낙태에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한 때라고 지적한다. 낙태 접근권을 제한하는 92개의 주(州) 규정이 제정된 것이다. 생식권을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았던 캐나다의 경우, 이 기간에 자가낙태에 관한 검색이 미국과 비교할 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자가낙태에 관한 구글 검색이 가장 많았던 주는 미시시피다. 미시시피의 인구는 약 300만이지만 임신중절 병원은 단 한 곳이다. 자가낙태 검색률이 높은 열 개 주 중 여덟 곳은 낙태를 강력하게 또는 대단히 강력하게 거부하는 주라는 것이 구트마허 연구소의 지적이다. 검색률이 낮은 열 개 주는 한 곳도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았다.

물론 구글 검색만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이 혼자서 낙태에 성공하는지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증거를 통해 상당수가 성공한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를 밝히는 한 가지 방법은 낙태와 출생률을 비교하는 것이다. 2011년, 즉 주(州) 수준의 완벽한 낙태 데이터가 나온 마지막 해에 임신중절수술 병원이 거의 없는 주의 여성들은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훨씬 적게 받았다.

인구당 임신중절수술 병원이 가장 많은 열 개 주(뉴욕과 캘리포니아 포함)와 가장 적은 열 개 주(미시시피와 오클라호마 포함)를 비교해보자. 임신중절수술 병원이 적은 주는 합법적인 낙태가 54퍼센트 적었다. 이는 15~44세 여성 1,000명 중 열한 명의 차이다. 따라서 이곳 여성들은 출산을 더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차이는 낮은 낙태율을 메꾸는 데 부족했다. 출산 여성은 가임기 여성 1,000명당 여섯 명 비율로 더 많았을 뿐이다.

달리 말해, 낙태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기록에 잡히지 않는 임신이 있었던 것 같다. 공식적인 정보원은 이 지역에서 출산하지 않은 1,000명당 다섯 명의 여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구글은 아주 좋은 단서를 제공한다.

정부 데이터는 맹목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정부는 아동학대나 낙태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고 정치인들은 이러한 성과를 축하할테다. 하지만 우리가 본 것은 데이터 수집 방법의 한계에서 비롯된 인위적인 결과일 수도 있다. 진실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때로 진실은 훨씬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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