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l 16. 2018

07. 100여 년의 변화, 미국 학생 평균 얼굴?

<모두 거짓말을 한다>




전통적으로 학자나 사업가들은 데이터를 원할 때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지의 숫자나 체크 박스를 통해 만들어진 데이터는 형태가 깔끔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구조적이고, 깨끗하고, 단순한 설문조사 기반의 데이터는 끝났다.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남긴 복잡한 흔적이 데이터의 주된 원천이다.

단어가 데이터다. 클릭이 데이터다. 링크가 데이터다. 오타가 데이터다. 꿈속에 나온 바나나가 데이터다. 어조가 데이터다.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데이터다. 심장박동이 데이터다. 비장의 크기가 데이터다. 검색어는 가장 계시적인 데이터다.

사진 역시 데이터로서의 모습을 드러냈다.
한때 먼지 쌓인 선반의 책과 정기간행물에 갇혀 있던 단어가 디지털화된 것처럼 사진 역시 앨범이나 상자에서 해방됐다. 사진은 비트로변형되고 클라우드로 방출된다. 글이 역사적인 교훈(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등)을 주듯이 사진 역시 우리에게 역사적인 교훈(사람들이 자세를 취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등)을 준다.

브라운대학교와 버클리대학교의 컴퓨터 과학자 네 명이 한 팀으로 기발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들은 디지털 시대의 발전을 기회로 이용했다. 많은 고등학교가 졸업앨범을 스캔해서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게한 것을 활용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인터넷에서 1905~2013년의 미국고등학교 졸업앨범 949개를 찾았다. 여기에는 졸업생 수만 명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들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10년을 단위로 ‘평균적인’ 얼굴을 만들었다. 달리 말해, 그들은 사람들의 눈, 코, 입, 머리의 평균적인 위치와 형태를 알아낼 수 있었다. 성별로 나눠 살펴본 지난 100여 년 동안의 평균적인 얼굴은 다음과 같다.


눈에 띄는 게 있는가? 미국인들, 특히 여성들이 웃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에는 돌처럼 무표정했으나 마지막에는 환하게 웃고 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미국인들이 더 행복해진 것일까?
아니다. 다른 학자들이 이 질문의 답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줬다. 적어도 내게는 그 이유가 대단히 흥미로웠다. 사진이 처음 발명됐을 때 사람들은 사진을 그림처럼 생각했다. 그 밖에 사진과 비교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없었다. 때문에 사진의 대상은 그림의 대상을 따라 했다.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림이 그려지는 긴 시간 동안 미소를 짓고 있을 수 없어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의 대상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무엇이 사람들을 바꿔놓았을까? 기업, 이윤, 마케팅이다. 20세기 중반, 필름·카메라 회사인 코닥(Kodak)은 사람들이 특별한 때만 사진을 찍는 데 불만을 느끼고 사람들이 더 자주 사진을 찍게 하는 전략을 고안했다. 코닥은 광고에서 사진과 행복을 결부시켰다. 목표는 사람들이 자신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남들에게 보여주고자 할때마다 사진 찍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미소를 짓는 고등학교 졸업앨범의 사진은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의 결과물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Instagram)에 올라오는 사진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사진 데이터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치즈”라고 말하기 시작할 때가 언제인지에 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놀랍게도, 이미지는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이야기해줄 수 있다.

〈우주공간에서의 경제성장 측정(Measuring Economic Growth from Outer Space)〉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학술논문을 생각해보자. 논문에 이런 제목이 붙으면 나는 틀림없이 읽어본다. 이 논문의 저자인 J. 버넌 헨더슨(J. Vernon Henderson), 애덤 스토리가드(Adam Storeygard), 데이비드 N. 웨일(David N. Weil)은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기존의 국내총생산GDP을 측정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경제활동 대부분이 기록되지 않고, 경제 산출량을 측정해야 하는 정부기관의 자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조금 비전형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밤에 조명이 얼마나 많은지가 GDP 측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은 하루에 열네 번 지구 주위를 도는 미국 공군 위성이 찍은 사진에서 정보를 얻었다.

어떻게 야간 조명이 GDP를 측정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까?
가난한 지역은 전기료를 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경제 상황이 나쁘면 가정과 마을은 밤에 전기 사용량을 극적으로 줄인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인도네시아의 야간 조명은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은 1992~2008년 사이에 야간 조명이 72퍼센트 증가했다. 눈에 띄는 강력한 경제성과와 부합하는 결과다. 같은 기간 북한의 야간 조명은 형편없는 경제성과에 따라 감소했다.

1998년 마다가스카르 남부에서 엄청난 양의 루비와 사파이어가 발견됐다. 한적한 트럭 정류소였던 일라카카는 무역의 중심지가 됐다. 1998년 이전에 일라카카에는 야간 조명이 거의 없었으나 5년 후에는 엄청나게 많이 생겨났다.

연구자들은 야간 조명 데이터가 경제 산출량을 완벽하게 측정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한다. 위성이 밤에 얼마나 많은 조명을 사진에 담는 지를 통해서 경제 상황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연구자들은 이 방법을 기존의 경제 데이터가 더 정확한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개발도상국에서도 야간 조명은 비공식적인 수단 정도의 유용성만을 지닌다. 하지만 취약한 정부 데이터와 불완전한 야간 조명 데이터를 결합하면 한 가지만 사용할 때보다 더 나은 추정치가 나온다. 달리 말해, 우주공간에서 찍은 사진으로 개발도상국 경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