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l 18. 2018

05. 회피하는 행동을 바꾸는 방법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회복력의 심리 측정 척도 
④ 회피 대처

대처를 정의하는 방법에 따라 ‘회피’는 전혀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직면한 상황을 외면하고 문제가 사라지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이 전략의 문제점은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정신적 외상에 관한 문헌에는 회피의 결과에 대한 수많은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어 겉으로는 분명 모든 일에 잘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실을 회피하고 반응을 억누르고 있을 수도 있다. 회피하면 단기적인 효과는 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계기만 있으면, 설령 그 계기가 원래의 사건과 관련이 없을지라도, 회피했던 모든 감정들은 다시 자신에게 몰려온다. 회피했던 감정들이 되돌아오면 그때는 해결책이 없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수년간 지연됐던 엄청난 양의 트라우마로 결국 고통받게 된다.

회피의 위험성에 관한 이러한 사례는 주로 극단적인 충격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 책의 초점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경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유용한 출발점은 문제를 피하려고 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무거운 바구니 안에 있는 특정 물건과 같이, 피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진부한 표현이 있다. 하지만 그 물건은 왜 애초부터 그곳에 있었을까? 반대의 관점에서, 왜 어떤 것들은 절대 그곳에 있지 않을까? 

지금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자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오늘은 내가 학교로 아이들을 데리러 갈 차례다. 하던 업무를 중단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분명 아이들을 데리러 갈 것이다. 만약 가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는 검토를 요청받은 보고서를 읽고 있을 수도 있다. 곧 보고서 검토가 만만치 않은 업무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업무는 타 부서의 일이기 때문에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은 학교로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일보다는 훨씬 더 쉽게 피할 수 있다. 내가 제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지 않으면 아이들은 화가 날 것이고, 나의 무신경함에 학교 선생님과 배우자도 화가 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가 보고서 검토를 완료하지 않으면, 업무에 대한 무신경함에 동료는 화를 낼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그 행동을 위한 동기부여를 느낄 만큼 타인이 느끼는 감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결과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동일하다. 자신의 행동은 다른 팀이 나(그리고 아마도 기본적으로 나의 팀)를 적대적으로 보게 되는 기회를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모두는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기준을 사용해 해야 할 일을 평가하고 우선순위를 매긴다. 즉 일의 우선순위를 매길 때 실제적이고 합리적인 측면 대신 감정적인 측면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행동과 마찬가지로,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감정의 강도다. 대개의 경우 가장 피하고자 하는 상황은 감정 강도의 가장 극단에 위치한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일은 쉽게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예로 든 지나치게 무거운 바구니는 감정 강도의 극단에 위치한 것일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부하직원을 해고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생각해 보자. 때때로 사람들은 이메일로 해고를 당하기도 하고, 소문을 통해서만 극단적인 구조조정의 예상되는 결과를 듣기도 한다. 우리는 기업의 관리자들에게 훈련 프로그램의 4단계를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마지막 두 단계는 특히 중요하다. 특정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면, 상황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문제를 회피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감정을 버려야 한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것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버리라는 뜻이 아니다. 이것은 심리 척도 중 하나인 세심성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 우리는 ‘객관적인 동정심(Detached compassion)’이 필요하다.
  

회피 행동을 바꾸는 법

사람들이 문제를 회피하는 것으로 대처할 때,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기도 한다. “일단 이 일은 제쳐두고, 나중에 다시 처리해야지.” “이 일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당분간 이 일은 접어둬야지.” 물론 우리가 이와 똑같은 말로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이런 종류의 생각은 분명 합리적인 반응이 아님에도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게 만든다. 회피 대처를 다루는 핵심은 그 행동이 직면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대한 감정적 반응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회피의 모순점은 결국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를 때까지 미뤄온 수많은 일들이 때론 너무 간단하고 단순한 업무라는 것이다. 나중에 미뤘던 업무를 처리하면서 스스로가 그 일에 대해 왜 그렇게 회피하려고 애를 썼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피해왔기 때문에 그 문제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고, 어쩌면 더 단순해진다. 처음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처리할 수 있었다. 일을 미루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멀어지게 만들었다. 왜 굳이 이런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흔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하는 행동을 정당화한다. 다시 말해 모든 사소한 일들을 감수하기에 스스로 너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너무 바빠서 업무를 처리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기적이고 감정적인 의사결정보다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새로운 일에 모두 주의를 집중할 수는 없다. 

멀티태스커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업무 간에 재빠르게 주의력을 이동하는 데 무척 능숙한 사람들을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때로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먼저 집중해야 할 업무를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우선순위가 아닌 다른 업무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나머지 업무들을 미뤄뒀을 때 그 업무들이 기억에서 어떻게든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의 여부다.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회피하는 행동이다. 나머지 업무들을 제쳐두고 직면한 업무를 먼저 처리한 후, 다시 남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때, 이것은 전략적인 결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과정을 고찰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흔히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하는 행동을 정당화한다.
     
감정의 영향을 받은 회피는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결국 주의력을 통제하는 능력을 잃게 한다. 미루는 버릇은 시간을 빼앗기보다는 주의력을 빼앗는 도둑이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무엇이든 간에, 원칙은 직면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깨어 있는 심사숙고의 결정이 필요하다. 버려야 할 업무를 결정하는 데 스스로 확신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 경우 간단한 해결책은 상사나 팀 리더에게 그 업무가 실제로 중요한지 확인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의 결정을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감정이 끼어들지는 않는지 분명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나는 이미 반란을 꿈꿔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