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눈에 사는 기생충이 있다?

<기생충 콘서트>

by 더굿북

만일 동양안충의 성충을 직접 다른 동물의 눈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이론적으로는 안 되는 게 맞지만, 이게 가능하다면 실험동물 눈에 넣어 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으니 편리한 점이 있다. 이런 취지에서 우연히 얻은 살아 있는 성충 네 마리를 실험용으로 기르던 개의 눈에 넣어 봤다. 동양안충은 정말 자석에 이끌리는 철가루처럼 개의 눈으로 들어갔다. 성공이라고 좋아했지만,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난 뒤 눈을 검사를 해 보니 동양안충은 보이지 않았다. 또 한 차례 같은 시도를 해 봤지만, 역시 실패했다. 따라서 동양안충에 걸린 사람과 눈을 비비다 감염될 우려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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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jpg?type=w1200 동양안충 수컷(위)과 암컷



인체 감염 경로와 증상

동양안충의 인체 감염은 3기 유충을 가진 초파리가 사람의 눈물을 핥을 때 이루어진다. 야생 초파리가 주로 들판이나 산기슭에 거주하는지라 산에 갔다가 동양안충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등산할 때 벌레가 눈을 공격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게 바로 동양안충의 벡터일 확률이 높다. 가을에 환자 발생이 가장 많은 것도 가을이 등산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물론 초파리의 동양안충 감염률은 굉장히 낮아서 눈에 벌레가 들러붙었다고 해서 다 걸리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등산을 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보고된 환자는 2011년까지 39례에 불과한 게 그 증거다. 물론 실제 발생된 건수에 비해 보고되는 환자들은 극히 일부일 테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등산 인구를 감안해 봤을 때 그 비율은 아주 미미할 것이다. 그러니 동양안충을 핑계로 등산을 회피하진 말자. 7개월 때 동양안충에 걸려 우리나라 최연소 감염자가 된 어느 아이는 눈에서 벌레가 돌아다니는 것에 혼비백산한 어머니에 의해 병원에 왔는데, 그 아이의 눈에는 다섯 마리의 동양안충이 들어 있었다. 7개월짜리가 대체 왜 걸렸을까? 그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를 안은 채 동두천의 산에 오르곤 했다니, 그때 초파리가 아이의 눈에 들러붙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눈에 벌레가 다니는 것을 목격해서 병원에 오는 수도 있지만, 가장 흔한 증상은 이물감이다. 한 15세 소녀의 예를 보자. 그녀는 며칠간 오른쪽 눈에 뭔가 있는 듯한 이물감에 시달렸는데, 심지어 가렵기까지 했다. 안 되겠다 싶어 거울을 보던 이 소녀는 결국 동양안충 한 마리를 직접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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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사람의 눈 안에 있는 동양안충이 보인다

이 소녀가 현명했던 건 그 뒤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대신 병원에 달려왔다는 점이다. 의사는 그녀의 눈에서 두 마리의 동양안충을 더 꺼냈다. 많이 놀라긴 했겠지만, 동양안충은 대부분 눈에 별 이상을 일으키지 않고, 꺼내는 것으로 진단과 치료가 모두 이루어진다. 이물감 이외의 증상은 결막염, 가려움증, 과도한 눈물, 눈에 뭔가가 떠다니는 느낌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들은 동양안충만 없애 주면 깨끗이 나을 수 있다. 경계해야 할 것은 동양안충이 아니라 가렵다고 눈을 마구 비비다 세균에 감염되는 것과, 혼자서 빼 보려고 하다가 각막에 손상을 입는 일 등이니, 동양안충이다 싶으면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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