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아토피에 걸린 이유를 알게 되다.

<내 아이를 해치는 위험한 세제>

by 더굿북

우여곡절 끝에 병의 실체를 알게 됐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도대체 아이가 왜 아토피피부염이라는 병에 걸린 것일까.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던 중 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환경의 역습>을 보게 되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알레르기의 원인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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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신혼살림을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페인트 냄새도 채 가시지 않은 그곳에 둥지를 틀면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재앙의 시작이었다. 아파트를 지을 때는 한 층을 올릴 때마다 시멘트와 같은 건축마감재를 충분히 건조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건설회사는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미처 마르지 않은 각종 유해 건축재료로 범벅된 아파트에 사람들이 입주해 살면서 난방을 통해 건조하며 지내는 일이 벌어진다.

문제는 사람들은 이런 건축자재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축자재로 주로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충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암물질인 라돈 가스를 비롯한 강알칼리성 독을 발생시킨다. 여기에 실내를 장식하기 위해 새로 산 가구와 마루 마감재, 접착제로 마무리한 벽지에서는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배출된다. 이 유기화합물에는 벤젠, 클로로폼, 아세톤, 스티렌, 폼알데하이드 등 여러 가지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부모인 나와 남편이 새 아파트에 살면서 나쁜 화학물질에 노출돼 우리 아이들 역시 아토피피부염에 걸렸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파트에 입주한 바로 다음 해에 태어난 큰아들 준이는 증세가 덜한 데 비해, 4년이 지난 뒤 태어난 찬이는 심한 아토피 증상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 아파트에 살면서 온 가족이 전에 없던 질환으로 고생했다. 나 역시 이사 온 후에 알레르기성비염에 걸려 환절기마다 재채기와 콧물로 고생했다. 남편도 여름만 되면 팔과 다리에 울긋불긋 발진이 올라와 가려워했다.

새집증후군 외에 또 한 가지 병의 원인으로 짐작되는 것이 있었다. 생활하면서 아낌없이 사용했던 각종 합성세제였다. 추위에 민감한 나는 새 아파트에 살면서 겨울에는 문을 꼭꼭 닫고 살았다. 그다음 해 베란다 벽에는 거뭇거뭇하게 곰팡이가 생겼다. 욕실에도 군데군데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곰팡이를 없애려고 곰팡이 제거제를 사 왔다. 곰팡이 제거제를 군데군데 뿌리고 락스를 잔뜩 묻힌 솔을 들고 박박 문질렀다. 곰팡이는 잘 지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곰팡이 제거제를 사용하고 나면 쉴 새 없이 재채기가 나오고 콧물이 줄줄 흘러 견딜 수가 없었다. 또한, 청소가 끝나면 기운이 빠지고 두통이 생기고 속이 메슥거려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염소계표백제의 주성분은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산성 물질과 혼합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맹독성 염소가스가 발생한다. 화장실이나 타일용 산성 세정제에는 염산이 9.5% 들어 있으므로 이것을 표백제와 섞어 쓰면 치명적이다. 흔히 락스와 산소계 표백제를 섞어 쓰거나 락스와 샴푸, 주방용 세제 등을 섞어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맹독성 가스가 발생하므로 함부로 섞어 사용하면 안 된다.

곰팡이 제거제나 표백제를 단독으로 사용해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염소가스가 소량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소가스는 소량이라도 흡입하면 콧속을 충혈되게 해 비염을 일으키고 눈물, 콧물, 기침 증상을 유발한다. 오래 흡입하면 피를 토하고 호흡곤란까지 일으킨다. 고농도로 흡입하면 순간적으로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켜 죽음에까지 이른다.

게다가 염소가스는 비중이 무거우므로 낮은 곳에 모인다. 그러므로 천장 가까이에 있는 환풍기를 돌려도 염소가스는 그대로 화장실이나 욕실 밑바닥에 남아 있다. 욕실 청소는 대체로 얼굴을 숙이고 하게 되는데, 이때 염소가스를 흡입할 위험이 커진다. 욕실이나 화장실 같은 좁은 밀실을 청소하다가 허리를 굽히고 얼굴을 바닥으로 향한 상태에서 질식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낮은 곳에 모인 고농도의 염소가스를 흡입하기 때문이다.

찬이를 임신했을 무렵 이상하게 집에 바퀴벌레가 들끓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댁에서 받아 온 채소 상자를 통해 몇 마리가 옮겨 온 듯했다. 낮이면 잘 안 보이다가도 저녁만 되면 스스슥 하는 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불을 켜면 꽁무니만 보였다. 다른 집에 물어보니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역시 시댁에서 붙어 왔구나 싶어 자기 전에 바퀴벌레 살충제를 매일 뿌리고 잤다. 하지만 효과가 없어 결국에는 해충박멸 업체를 불러다 해결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살충제가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공격했다. 살충제에는 피레스로이드계 화합물과 같은 환경호르몬은 물론 독성물질인 클로로피리포스가 포함되어 있는데, 공기 중 함유량이 0.05ppm만 되어도 인체에 굉장히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클로로피리포스 화합물은 일반적으로 신경 독성작용이 있어 곤충에게 쇼크를 일으킨다. 사람들은 살충제가 곤충에게만 치명적이라 생각하지만, 이 물질은 인간의 눈, 코, 목 등의 점막도 자극한다. 그 밖에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 이명 등을 일으킨다. 미량의 중독으로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기 쉽고 중증이 되면 시력 저하, 의식 혼탁, 전신 경련, 혈압 상승, 폐부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외국의 연구 사례에 따르면, 살충제의 약 18%와 살균제의 90%에 발암성 물질이 들어있으며 이 물질은 인간의 호흡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살충제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천식, 기관지염에 걸릴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2%)에 비해 약 7배(15%)나 높다고 한다. 클로로피리포스는 환경부가 내분비 교란 추정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유기인제(인을 함유한 유기화합물 가운데 살충제로 쓰이는 약제) 살충제의 원료로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다가 아이들의 지능을 저하하는 사례들이 계속 발표되자 미국에서는 농업제품 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바퀴벌레약, 개미약, 모기약 등에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과일 및 채소류의 해충 방제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유럽에서 안전성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는 포스팜 등 72종의 살충제를 우리는 연간 수십만 킬로그램씩 뿌려대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집 안을 청결히 유지하고 아이를 깨끗이 키운다는 명목 하나로 각종 합성세제를 분별없이 사용해왔다. 더 어리석었던 것은 찬이에게 아토피 증상이 나타난 다음 더 많은 양의 세제를 더 열심히 사용했다는 것이다. 아이의 옷이 워낙 진물과 피에 절어 누렇게 변해 있었기 때문에 합성세제와 표백제를 가능한 한 많이 넣어 세탁기를 돌렸다.

빨래를 말린 뒤 옷을 개면 군데군데 허연 가루가 투두둑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표백제와 세제 덩어리였다. 세제를 너무 많이 넣어 잘 녹지 않고 옷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많이 넣는다고 옷이 더 깨끗해지는 것도 아닌데 그땐 그 사실을 몰랐다. 그 때문에 새로 빨아 말린 옷을 입히는 순간 아이가 유독 더 심하게 몸을 긁어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찬이는 시판 보습제에도 심각하게 반응을 했다. 조금 잘 맞는 것 같아 계속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가 악화하곤 했다. 천연성분으로 만들었다고 주위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제품도, 유아용 제품이라 자극이 없다는 제품도 잘 맞지 않았다. 미국 아이들에게 인기 있다는 오트밀이 들어간 화장품을 정말 어렵게 구해 사용해도 아토피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아토피 전용 로션이나 크림은 왜 그렇게 비싼지…. 생활비 대부분이 아이 보습제, 보디워시, 샴푸를 사는 데 들어갈 정도였다. 아이를 깨끗하게 키운답시고 더 많은 양의 합성세제를 사용하다 보니 내게도 문제가 생겼다. 찬이를 출산한 후 6개월쯤부터 손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꺼칠꺼칠하던 손끝이 갈라지고 손톱 주위가 퉁퉁 부어서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합성세제에 의한 주부습진이라며 면장갑을 먼저 끼고 고무장갑을 낀 후 설거지나 빨래를 하라고 했다. 아토피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이해할 것이다. 아토피 아이들은 가려움으로 인해 예민하고 수면 시간이 무척이나 적다. 찬이가 잠이 들면, 자는 틈에 조금이라도 빨리 몸을 움직여 집안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고무장갑을 낄 새도 없이 맨손으로 주방 세제나 세탁세제를 만지며 일을 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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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세제의 위험성을 내가 직접 느끼자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제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했었는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빨래할 때 사용하는 빨랫비누와 가루세제, 희고 깨끗하게 하려고 사용한 섬유표백제, 정전기를 방지하는 섬유유연제, 24시간 켜두었던 플러그형 방향제, 모기에 물리지 않게 하려고 곳곳에 뿌렸던 살충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마다 뿌렸던 살균제, 욕실과 베란다 곰팡이를 없애고자 사용했던 곰팡이 제거제, 각종 세균을 없앤다고 사용했던 세제 류, 비누보다 덜 자극적이라고 생각해서 아이들을 목욕시킬 때 꼭 사용했던 보디워시, 보습을 위해 발라주었던 보디오일…. 이 밖에도 습관적으로 매일 사용한 샴푸, 치약, 각종 비누 등 집과 몸을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 1년 365일 내내 우리 가족을 화학제품에 노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찬이는 대부분 단백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상한 체질로 변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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