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콘서트>
수영만 해도 전염되는 기생충?
“미국의 9세 소녀가 뇌 먹는 아메바로 인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2년 전 인터넷에 뜬 기사다. 할리 유스트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호수에서 수영을 한 뒤 뇌수막염에 걸려 사망했는데, 그 원인이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라는 기생충이란다. 이게 기사거리가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다. 첫째, 그래도 선진국으로 알고 있는 미국에서 기생충으로 인해 사람이 죽다니. 그것도 9세 여자아이가. 둘째, 기생충은 날것을 먹는 등의 행위로 걸린다고 생각했는데 수영을 하다 걸리다니! 기사 자체는 충격적이지만, 사실 이런 기사는 매년 여름마다 올라오곤 했다. 시간이 되시면 작년 기사를 한번 찾아보시라. 사망자 나이와 이름만 제외하면 기사가 거의 똑같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올 여름에 수영 못하겠네”라는 댓글이 달리는 것도 늘 반복되는 패턴이다. 그래도 자유생활아메바인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생소한 기생충이니, 이에 대해 알아보자.
파울러자유아메바란?
아메바 하면 이질아메바(Entamoeba histolytica)와 대장아메바(Entamoebacoli)가 유명하다. 이들 아메바는 물속에 살면서 사람이 물을마실 때 감염되어 인체에서 증식하면서 병을 일으킨다. 즉 생활사를 완성하기 위해 사람의 몸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이와 반대로 자유생활아메바는 사람에게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생활사를 영위할 수 있는데, 파울러자유아메바가 그 대표적인 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대기 온도가 30도 이상이 되면 활발히 증식한다. 온도가 높고 먹을 게 많으면 영양형이라고 하는, 인체에서 병을 일으키는 형태로 있는다. 하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주머니를 뒤집어쓴 형태가 되어 오랜 기간 버티는데, 이를 포낭형이라고 한다. 영양형은 크기가 7~20마이크로미터로, 사람의 뇌에서 주로 발견되는 형태다. 포낭형은 9마이크로미터로, 주머니가 두 겹으로 돼 있다. 환경이 좋아지는 경우 포낭형은 잽싸게 영양형으로 바뀌어 수영하는 사람을 노린다. 여름에 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를 통해 침투해 뇌로 가다
기회감염성 병원체라는 게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얼씬도 못하지만, 몸이 좀 약해지면 우르르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그렇게 부른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니, 비겁하다고 욕하고 싶겠지만, 대부분의 병원체는 그런 속성이 있다. 사람 몸에 들어가긴 해야 하는데, 들어가려면 각종 방어막을 뚫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그런데 그런 방어막이 해제된 사람이 있다면 얼씨구나 좋다고 들어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파울러자유아메바는 그런 기회주의적인 병원체가 아니다. 하나같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만 병을 일으키니까. 그도 그럴 것이, 강이나 저수지에서 수영을 하려면 어느 정도 건강해야 한다. 물론 환자들 중에 아이들이 꽤 있다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어른과 아이를 가려서 침투하라는 건 기생충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인 듯하다.
대부분의 기생충이 숙주와 평화롭게 공존한다. 그런데 이 아메바는 왜 사람을 죽일까? 그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번식을 위해 숙주를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기생충과 달리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숙주가 없어도 나름대로 잘 살 수 있다. 특히 더운 여름은 그들이 마음껏 증식해 숫자를 불릴 기회이다. 그런데 거기 수영하러 온 인간들은 이 아메바가 보기엔 자기 서식처를 어지럽히는 침입자일 수 있다.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건 그런 이유인 듯하다.
대부분의 기생충이 입을 통해 감염되는 반면,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수영하는 사람의 코를 통해 감염된다. 특히 물에 다이빙을 한다든지 할 때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고 하니, 저수지에서 수영할 때는 물에 조용히 들어가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