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우연한 만남을 계획적인 만남으로, 쿠바

<여행의 이유>

by 더굿북

드디어 오랜 벗을 만나다


중남미로 떠날 여행 기회가 다가왔다. 드디어 쿠바의 아바나를 돌게 되었다. 헤밍웨이를 만난다는 기대로 흥분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바나의 주요 관광지는 모두 헤밍웨이와 연계된 곳이었다. 그는 쿠바의 완벽한 관광홍보 대사였다.

1.jpg?type=w1200 ⓒ이명구 쿠바 아바나


아바나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세 곳이었다. 당연히 헤밍웨이와 연계된 관광지였다. 먼저 간 곳은 아바나에 자리한 암보스 문도스 호텔이었다. 이곳은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호텔이다. 헤밍웨이는 511호 객실에 머물면서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를 집필했다.

fffffffffffffff%BC%B6%B3%D7%C0%CF%C3%D6%C1%BE_ffffffffff.jpg?type=w1200 암보스문도스 호텔(Ambos Mundos Hotel)


지금도 511호는 타자기를 비롯하여 그가 사용했던 그대로를 전시해놓았다. 그가 미국인이기 때문인지 특히 미국 관광객들이 많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테라스 노천 바도 사람들로 꽉 찼다. 그가 즐겨 마셨던 모히토(Mojito) 칵테일이 불티나게 팔렸다. 나도 럼주로 만든 모히토 칵테일 한 잔을 주문하여 마셨다.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모히토 한 잔의 라임과 민트 향이 쿠바의 더위를 시원하게 씻어줬다. 눈앞엔 아바나 구시가지가 테라스 너머 오래된 영화의 장면으로 펼쳐졌다.

쿠바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지인 코히마르(Cojimar)와 그가 살던 집이었다.

먼저 찾아간 곳은 헤밍웨이의 단골 식당이던 라 테라사(La Terraza)다. 내부에 걸린 그의 사진들이 반가웠다. 카스트로와 찍은 사진이 돋보였다. 파리에서 처음 만나 멀리 아프리카에서도 만났고, 이곳 쿠바까지 오게 했던 헤밍웨이, 그가 자주 왔다는 레스토랑에 들어와보니 남다르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창밖 바다를 관망하며 모히토 한 잔을 기울이는 기분이 묘했다.

레스토랑을 나와 해변을 따라가니 선박 정박장이었다. 헤밍웨이의 흉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그토록 동경했던 바다를 홀로 바라보는 흉상을 보니 왠지 외로워 보였다. 동상 앞에서는 쿠바 중년 부부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애절하게 불렀다. 관광객들을 위해 열창하는 ‘베사메무쵸’가 가슴을 울렸다. 20년 넘는 세월을 쿠바에 머물렀던 헤밍웨이, 그는 코히마르에서 낚시를 즐겼다. 인생을 낚은 것일까, 세월을 낚은 것일까. 쿠바 시가를 물고 노인과 럼주를 기울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마지막으로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살던 집을 찾아갔다. 쿠바 시내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망루 농장이라는 뜻의 핑카 비히아다. 대저택이었다. 세계적인 대문호의 체취가 곳곳에 배어 있다. 사냥한 짐승들을 박재하여 벽 이곳저곳에 장식품으로 걸어뒀다. 서재는 대문호답게 책들로 가득했다. 이 서재에서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집필했다. 잘 꾸며진 거실과 식당과 서재, 침실을 보며 소설가와 여행전문가의 흔적을 느꼈다.

쿠바의 여행길은 다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아마도 헤밍웨이와 직접 눈을 마주하지는 않았지만 나란히 서서 걸어다니고 담소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머물고 마시고, 사색했던 거리와 낭만을 그대로 느꼈으며, 고민했던 그 시대를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되었다.

쿠바는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해도 현지인들의 순수하고 행복한 미소가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되었다. 기후는 적도와 가까워 연중 따뜻했다. 겨울에 갔는데도 31도로 무더웠다. 투명한 카리브 해가 아름다웠다. 푸른 바다 저 멀리 뭉게구름 사이로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사회주의 때문인지 저렴한 현지 물가는 여행자의 천국이었다.

밤이 새도록 라틴 음악에 흠뻑 젖은 라이브클럽의 뜨거운 열기, 아름다운 쿠바 여인들의 열정에 금방 녹아들었다. 이 모든 것이 헤밍웨이와 나의 여행 세계를 충족시킨 것이 아니었을까. 그는 아침에 글을 쓰기에 쿠바의 쾌적한 아침을 특히 좋아했다.

지금도 쿠바를 떠올리면 낚시 배를 타고 헤밍웨이의 망망대해로 떠나고 싶어진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태양이 있는 한 절망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명언이 기억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작품을 위하여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와 열정이 헤밍웨이의 이미지다. 하지만 그의 실제 삶은 네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만큼 그 여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 겪은 두 번의 비행기 사고, 쿠바혁명으로 20년 넘게 그의 삶이 안착된 쿠바에서의 강제 추방, 쿠바에서 추방된 다음 해인 1961년 7월, 미국 아이다호 주 자택에서 엽총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61세였다.

2.jpg?type=w1200 ⓒ이명구 쿠바 아바나


헤밍웨이는 갔지만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쿠바에 남아 그를 흠모하는 전 세계의 여행객들과 모히토를 마시며 바다낚시를 여전히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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