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독서법>
책이란 당대의 진정한 대학이다.
_ 칼라일
“요즘 대학 인문계 졸업생들이 워낙 취직하기 어렵다 보니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는데요, 실제로 대학 교육비용과 미래 수익을 계산해봤더니 인문계가 매우 불리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것은 10년 전 조사에서 인문사회계의 수익률이 자연계보다 높았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문과생들 취업이 힘들어져 많은 분이 공무원에 도전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_ 2016년 1월, SBS 뉴스 내용 중에서
‘문송합니다.’는 ‘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화석 선배’는 ‘취업이 안 돼서 학교에 오래 남아 있는 선배’, ‘캥거루족’은 ‘부모에게 철저히 경제적으로 얹혀사는 젊은층’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압축적 고도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정보화 사회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취업하기가 어려워졌다. 최근 들어 문과 출신들은 더욱더 힘들어졌다.
기업이란 수익을 내야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를 주요한 채용기준으로 볼 것이다. 문과 분야는 아무래도 실용적인 경영이나 통계, 실제 업무에 필요한 무역이나 법과 같은 영역과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컴퓨터나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수학적 언어에 밝은 것도 아니다. 문과를 나온 학생들은 요즘 같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시대에 많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신입사원 선발에 불리할 것은 당연하다.
문과 공부를 한 것은 한 분야에 대한 노력이다. 예를 들어 철학을 공부했다면 철학적 관점을 배운 것이다. 다른 부분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면 지금부터 하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업에 관한 공부를 덧붙여서 필요한 전문가가 되면 된다.
나는 대학 때 철학을 전공으로 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아 커다란 회사에 취직하려 하였으나 전공 때문인지 취업이 잘 안 되었다. 나는 그래서 영어 공부를 했다. 영어 실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큰 규모 있는 회사에는 취업이 되지 않아 소규모 무역회사에 취업했다. 회사에서 3년가량 무역과정과 상품(섬유, 원단)에 대해서 배우고 공부했다. 그리고 회사를 퇴직한 뒤에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난 뒤에 따로 학위를 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독서를 통한 공부를 계속해왔다. 특히 최근 5년 동안은 집중적으로 책을 읽었다. 독서는 스스로 등록할 수 있는 최고의 학문과정이다.
물론 조금만 찾아보면 사회인 대상으로 만들어놓은 세미나나 강좌, 어학 공부를 위한 실용외국어 강좌, 혹은 실제 학위를 딸 수 있는 교육과정이나 대학원 과정 등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평생교육 평생학습의 방법은 많다. 그 방법을 통해서 독서를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과 똑같이 거치는 학창시절이 지나고 난 뒤에 돈과 시간을 들여 다시 일정한 장소에 가서 많은 시간을 투여해 가며 공부를 한다는 것을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한두 번이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늘 습관이 되도록 공부를 한다는 것을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독서는 언제 어느 상황이라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공부이자 최적의 학습방법이다. 우선 독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시간’과 ‘습관’이다. 이 시간과 습관은 누가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준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본인의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으로서만 가능한 것이다.
고반룡은 “재주가 없다고 근심하지 마라. 앎으로 나아가면 재주 역시 발전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넓지 못하다고 근심하지 마라. 보고 듣는 것이 넓어지면 생각 역시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부를 평생 하지 못한다면 독서라도 평생 해야 한다. 학창시절에 배운 지식만 갖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기술을 배우는 전문학교를 나왔다면 전문학교에서 배운 전문적인 기술만 갖고도 평생의 업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 갖고는 부족하다. 현대 사회는 직업도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시대다. 내가 하는 직종이 어느 한순간 없어질 수도 있다. 미래를 향한 통찰력을 갖지 않는다면 나의 세대는 물론이거니와 자신을 이어 자식 세대에까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문과 공부, 다시 말해 인문학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높이게 해주는 공부다. 인간과 인간의 역사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을 증진해 주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이 뒷받침되어야 현재의 시대와 사물에 대한 올바른 통찰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물을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매우 불리한 시대가 올 것이다. 생각하는 일, 즉 일을 기획하고 그것을 실행하거나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수행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정사원으로 회사의 중심이 된다. 그 이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종은 아르바이트나 파견사원으로 구성될 것이다. 결국, 생각하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그 사람의 인생을 크게 좌우하게 된다”
_ 사이토 다카시,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중에서
근대는 산업혁명시대였다. 산업혁명시대는 대량생산시대였다. 생산의 양을 늘리기 위해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얼마나 이른 시일 안에 얼마나 많이 완수하는가 하는 ‘이행능력’이 최우선으로 중요했다. 현대는 정보혁명시대다. 정보화 시대에는 변화 속도가 무척 빠르다. 새로운 상황을 인식하고 새롭게 상황을 판단하고 제어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물의 본질과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제 눈앞에 닥쳐오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계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감성을 가진 창조적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시간적 제한 속에서 단순 확대재생산을 가장 우선시하는 근대사회를 지나 현대 사회로 오면서 더욱더 필요해지는 것은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사회는 1+1=2와 같은 수학적 계산처럼 분명한 답이 주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더욱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인류의 문자 문화가 생겨난 이래 발전해온 인문학적 고전과 유산을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문학이나 고전은 인류 지혜의 뿌리이자 토대이다. 뿌리와 토대에 근거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가공의 설계구조물도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