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술래>
바쁜데 일찍 일어나면 아침 식사가 부실하다. 물건을 챙기고 영업 첫 집에 도착하면 10시쯤 되는데 슬슬 출출해진다. 매번 그런 눈치를 채고 먹던 빵을 나눠주는 아줌마가 있다. 밀가루에 대한 소화 장애가 있어서 정작 자기는 먹지 않는다. 점심을 먹기에도 거북하지 않고 당장 시장기를 면하기 적당한 양의 빵을 커피와 준다. 정말 내 뱃속 사정을 너무 잘 알아준다.
문방구 복도 건너편에는 파리바게뜨 빵집이 있는데 심술쟁이 영감님이 주인이다. 도통 사람이 인사를 안 받는다. 매주 봐서 아는데 모른 체할 수도 없고. 요구르트 아줌마, 청소 아줌마, 관리소 아저씨, 화장품가게, 꽃가게 다들 눈에 익어서 말을 섞지는 않지만 목례 정도는 하는데 말이다.
여느 때처럼 아줌마가 상냥하게 건네준 갓 구워진 빵을 먹는데 앞집 파리바게뜨 영감님이랑 눈이 딱 마주친다. 영감님이 남자끼리만 아는 사인을 보낸다.
“너 죽을래?”
먹던 걸 뱉을 수도 없고 영감님의 순정이 잔뜩 묻은 빵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아직 뜨끈한 온기가 있는 빵 한 조각에 영감님의 순정을 발라서 아줌마한테 준 건데, 아줌마가 다정하게 커피를 타주면서 그 빵을 나한테 먹인 거다.
뻘쭘하지만 한입에 빵을 밀어 넣고 얼른 나오면서 인사를 해본다. 등 뒤에서 한마디 들린다.
"에이, 죽 쒀서 개 줬네.”
미묘한 삼각관계는 어쩌면 좋으냐.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