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공부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 명예다.

공부만 하는 것은 앵무새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by 더굿북
우리 마음속에 살아있는 한 죽은 자는 영원히 살아 있다.
- 클라우드 캠벨(Claude Campbell)


1852년,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큰헤드(Birkenhead)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65km 해상을 항해하고 있었다. 버큰헤드호에는 함장 시드니 세튼(Sydney Seton) 대령을 비롯한 젊은 병사 약 500명과 그들의 가족 130여 명이 타고 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갑자기 배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명정은 60인승 세 척에 불과했다. 버큰헤드호는 갑자기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세튼 대령은 병사들을 선미로 집합시켰다. 그리고 가족들을 먼저 구명정에 태웠다. 가족들은 아직도 자리가 많으니 구명정에 타라고 외쳤다. 그러나 구명정의 전복을 염려한 세튼 대령은 ‘우리를 위해 희생한 가족을 위해 우리가 희생할 차례’라고 말하며 부동자세로 서 있을 것을 명령했다. 그러자 누구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명령을 수행했다. 그것이 죽음인데도 말이다. 구명정이 멀어지자 병사들에게 배 위의 뜰만 한 물건들을 바다에 던지고 뛰어들 것을 명령했다. 나무판자를 잡고 있던 세튼 대령은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2명의 병사를 발견하고 나무판자를 던져주고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 이야기는 영국의 사회개량가로 활동하던 새뮤얼 스마일스(Samuel Smiles)가 1859년 그의 저서 「자조론(自助論)」에 소개했고, 이 책이 각국어로 번역되면서 세계에 알려졌다. 영국인들은 아이와 부녀자를 먼저 생각한 세튼 대령과 희생된 436명을 기리기 위해 ‘버큰헤드 스피릿(Birkenhead Spirit)’이라 부르며, 명예를 지킬 것을 다짐했다. 이들에게 명예는 ‘공부한 것이 아니라, 공부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공부하는 것 위에 있는 공부하는 목적이다.

이로부터 60년이 흐른 1912년, 당시 최고의 기술로 건조한 초대형 유람선 타이타닉(Titanic)호가 영국에서 출발해 프랑스, 아일랜드를 거쳐 미국의 뉴욕으로 향하다가 빙산과 충돌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타닉호는 270m에 육박하는 길이, 28m에 이르는 선폭, 20층의 높이, 최대 시속 42km를 낼 수 있는 최신 선박이었다. 탑승자는 2,200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1,500명 이상이 희생되고 겨우 711명만 구조되었다. 이렇게 타이타닉호는 두 동강 난 채로 수심 4,000m 해저로 가라앉았다.

제임스 캐머런(James Cameron) 감독의 영화 「타이타닉(1997)」에서도 잘 묘사되고 있지만, 배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에드워드 스미스(Edward Smith) 선장을 비롯한 많은 남자가 보여주는 ‘버큰헤드 스피릿’과 여덟 명의 악사가 승객을 안정시키기 위해 배가 가라앉는 3시간 동안, 연주할 수 없을 때까지 연주하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선다. 이 악사들은 매일 밤 벌어지는 파티에서 연주하기 위해 승선했지만, 자신들이 배운 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장 잘 알던 사람들이다. 이 악단의 단장은 당시 33살의 월리스 하틀리(Wallace Hartley)였다.

하틀리는 자신의 바이올린 가방을 몸에 묶은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하틀리와 그의 악단이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계속 연주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턱없이 부족한 구명정을 서로 타려고 다투는 상황에서 이들의 연주는 ‘버큰헤드 스피릿’을 생각하게 했다. 탈출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승객에게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신의 선율이 된 연주였다. 물론 그들이 연주를 선택했다는 것은 죽음을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하틀리의 장례식은 4만 명이 넘는 인파의 애도 속에 치러졌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013년, 영국의 한 경매장에 하틀리의 바이올린이 등장했다. 이 바이올린은 한화로 약 15억 원에 낙찰되었다. 타이타닉호에서 발견된 5,500여 점의 유품 중 최고가에 낙찰된 것이다. 이 바이올린이 어떤 가치가 있어서 이런 엄청난 금액에 낙찰된 것일까? 이 바이올린은 하틀리의 약혼녀가 약혼 기념품으로 그에게 선물한 싸구려 바이올린이었다. 게다가 연주조차 할 수 없는, 악기로서의 가치가 사라진 상태였는데 말이다.

20160829%B9%D9%C0%CC%BF%C3%B8%B0.jpg?type=w1200 경매에 나온 월리스 하틀리(Wallace Hartley)의 바이올린


이 바이올린은 평생 그녀의 약혼녀가 보관하고 있었다. 그녀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바이올린을 간직하고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죽은 후 바이올린도 사라졌다. 그러다가 67년 만에 다시 발견되어 경매에 등장한 것이다. 사라졌던 바이올린이 등장하자 진위 논란이 일었으나, 제작 시기와 바이올린에 묻은 소금기를 찾아내는 것과 같은 정밀한 감정을 거쳐 진품임이 확인되었다.

사실 타이타닉에서 발견된 5,500점의 인양품에는 상당히 고가의 물건이 많다. 금과 유리로 만들어진 머리 장식품,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만들어진 펜던트, 1캐럿도 넘는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반지 등 고가의 유품이 많다.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배에 탄 승객은 천차만별이었다. 배의 상층 객실에는 부유한 상류층 사람이 타고 있었고, 갑판 아래 하층의 싸구려 객실에는 700명도 넘는 이민자들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틀리의 바이올린이 최고가에 낙찰될 수 있었을까?

하틀리의 바이올린은 약혼녀의 사랑의 징표였다. 이 사랑의 징표는 하틀리를 통해 죽어가던 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용기가 되었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하틀리 자신은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약혼녀가 선물한 바이올린을 몸에 묶으면서까지 사랑을 간직하려 했다. 약혼녀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바이올린을 보관하며 하틀리의 사랑에 답했다. 이렇게 바이올린은 악기가 아닌 인간의 지성이 되었고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 세상에 이런 인간의 모든 지성과 사랑을 담은 바이올린이 있을까? 이 바이올린이 15억 원이 아니라 150억 원이어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인간이 경쟁하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공부했다면 아마도 지금의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하고 살육하면서 지금에 이르렀음에도 다른 누군가는 공부한 것들을 이타적인 인류애로 승화시켰다. 멈추지 않는 시리아 내전으로 매일 수많은 목숨이 위협받고 죽음에 내몰리는 현장에 하얀 헬멧을 쓰고 자신의 목숨을 던져가며 민간인을 구조하는 인간의 놀라운 모습을 지금도 마주하지 않는가? 공부한 대로 생각하고, 공부한 대로 행동하는 이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인류의 희망인 이유다. 그리고 저런 놀라운 사건들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자신만을 최고의 가치로 두는가, 아니면 주위 사람을 함께 바라보는가? 그리고 우리도 겪은 유사한 사례에서 어떻게 했으며, 무엇을 배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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