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요즘 tvN 채널에서 방송되는 <문제적 남자>라는 프로그램이 꽤 인기다. 여섯 명의 남자 연예인이 전문가 혹은 각 분야의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들과 함께 상당한 수준의 문제를 풀어가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진은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 등 명문대학 출신이거나 아니면 지능지수가 매우 높은 사람들이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문제를 풀면서 쩔쩔매거나 혹은 어려운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풀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tvN에서 방송하는 <문제적 남자>
<문제적 남자>에 나오는 뇌섹남들이 푸는 문제는 어떤 유형일까? 이 프로그램의 출제 문제는 고교생들의 퀴즈 프로그램인 <장학퀴즈>나 일반인 대상의 <1대100>과는 사뭇 다르다.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전형적인 학교 시험문제가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전혀 규칙성이 없는 숫자들을 보여 주고 그다음에 올 숫자를 묻기도 하고, 결론을 주고 상황을 추리하라고 하거나, 스파게티 국수 가락으로 탑을 높게 쌓게도 한다. 또는 면접 상황을 설정해 난처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을 보면,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아는 게 많은 것을 ‘뇌가 섹시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마치 그저 힘이 세다고 ‘몸이 섹시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은 제작 초기부터 필자가 자문과 감수를 하고 출연도 몇 차례 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제작진과 교감을 한 것이 ‘지식을 테스트하는 것은 실제 두뇌 역량의 일부분만을 측정하는 것이므로 지양하자’는 것이었다. 뇌과학적으로도 퀴즈왕은 기억력이 우수할 뿐 다른 능력도 우수하다고 볼 수 없다. 제작진으로서도 대중들이 그런 퀴즈왕을 지적으로 섹시하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를 내야 ‘뇌섹남’들이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나며, 동시에 유머 감각도 있는, 지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오랜 생각과 회의 끝에 주관을 뒷받침하는 논리성을 평가하는 문제를 만들고, 언변이 필요한 면접 상황을 설정해 유머 감각과 관련 깊은 창의성과 유연성을 테스트했으며, 집중력과 기억력 등 지적인 능력이 발휘할 수 있는 문제와 패턴 찾기 같은 과제들을 선정하고 개발했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프로그램 속 ‘뇌풀기 문제’와 ‘오늘의 문제’들이 선정된 것이다.
여기에는 특정한 이론적 배경이 활용되었다.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의 린 멜처(Lynn Meltzer) 박사가 제안한 ‘전두엽의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 6단계’로, 우리 뇌가 문제를 해결할 때 사용하는 6단계의 기능을 말한다. 계획하기(planning), 조직화하기(organize), 우선순위 정하기(prioritize), 단기 기억력(working memory), 점검하기(monitoring), 사고의 전환능력(shifting)의 6단계 기능이 결국 학습 그러니까 공부를 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시간이나 업무 그리고 공부를 계획하는 능력, 내용이나 일을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능력, 해야 할 것들이나 알아야 할 것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내용의 이해와 활용에 필요한 단기 기억력, 자신의 계획이 목표에 맞는지 혹은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판단력, 계획한 방식으로 과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력이 공부하는 데 핵심 기능이라는 의미다.
이 견해는 많은 교육현장에 적용되어 신뢰를 얻고 있다. 필자 또한 학습클리닉을 통해서 학생들의 지능과 전두엽 기능을 평가하고, 그들의 학습 능력과 성적 등을 비교해보면 이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대부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지능지수가 높은 아이들이 아니라 전두엽 기능이 높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진짜 공부는 전두엽 실행 기능을 훈련하는 공부다.
<문제적 남자>가 진행되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두뇌학습 이론에 입각한 문제들을 내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출연진의 문제풀이 능력이 뚜렷하게 향상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언어적 능력을 활용해서 표현하고, 시각적․공간적 퍼즐과 패턴을 찾는 문제들을 푸는 동안 처음보다 그런 능력들이 향상되고 더 잘 발휘된 것이다. 이는 전두엽 실행 기능이 훈련을 통해서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여기서 말한 전두엽 실행 기능 훈련이란, 다름 아닌 학습 즉 공부다. 다만 주입식 교육과 암기식 공부가 아닌 제대로 된 공부야말로 최고의 전두엽 실행 기능 훈련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공부란 무엇일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나누어 정리하고, 기억하고 활용해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비교하고 때로는 새로운 접근법과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공부로 전두엽의 실행 기능을 100%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서 강해진 전두엽의 실행 기능은 우리의 학습 능력, 즉 ‘공부하는 능력’을 한층 더 강화한다. 그리고 공부를 통해 우리의 뇌는 점점 더 섹시해지고 우리의 경쟁력은 점점 더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전두엽 실행 기능은 단순한 기억력보다는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관련이 깊다. 그래서 전두엽 실행 기능 훈련은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인 경우가 많다. 몇 가지 훈련의 예를 들어보자.
우선 ‘틀린 그림 찾기’나 ‘숨은그림찾기’를 하면 주의집중력과 시각적 기억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시간을 정해놓고 찾거나, 순서를 정해놓고 찾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런 훈련이 필요한 이유는, 대부분 현대인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새 집중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활용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렇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이 훈련을 해보면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나 일반인들도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운동처럼 하기 좋은 훈련이다. 매일 20~30분 정도만 투자해보자.
또한 ‘디지털 치매’로 가장 많이 손상당하는 능력 중 하나인 단기 기억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번호 거꾸로 외우기’ 연습이 도움된다. 처음에는 다섯 자리 숫자 정도로 시작해서 점차 자릿수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훈련한다. 또 전화번호 단축 저장을 최대한 하지 않고 번호를 다 외우는 것도 유익한 훈련법이다.
‘패턴 찾기 퍼즐’도 전두엽 실행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다음 순서에 올 모양이나 글자를 맞추는 문제들을 풀면, 우리 두뇌는 패턴으로 가능한 경우들을 찾아 분류하고 어느 것이 맞는지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퀴즈를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난센스 퀴즈보다는 논리력이나 수리력을 활용하는 퀴즈가 더 좋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천하자면,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볼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유연한 사고와 상상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이다.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전두엽 실행 기능 중 ‘사고전환 능력’에 해당하는데 위와 같은 훈련으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공부 잘하는 뇌를 만드는 습관
<문제적 남자> 출연자들도 이런 종류의 문제를 많이 풀고 나서 전두엽 실행 기능이 더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관은 좀 더 논리적이 되었고, 언어적 표현력은 풍부해졌으며, 유머 감각에 필요한 유연한 사고력도 향상되었다. 덕분에 제작진은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찾아야 했다. 시즌1 마지막에는 출연자들의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능검사를 포함한 인지 기능 검사를 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이런 전두엽 실행 기능 훈련을 효과적인 공부법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습관이 필요할까?
첫째는 계획하는 습관이다. 어떤 일이든,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 그저 할 일을 생각하고 시간을 배분하면서 계획을 세우다 보면 목표 설정, 우선순위 결정, 유연성, 기억력을 모두 활용하는 좋은 습관을 키울 수 있으며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계획을 세우는 습관만으로도 성적이 향상될 수 있으므로 자기 주도 학습 센터들은 대부분 계획 세우기를 가장 중시한다.
두 번째는 마인드맵을 작성하는 습관이다. 마인드맵은 중요한 요소들의 관계를 한눈에 파악하면서도 각각의 항목들을 빠뜨리지 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학생들의 경우, 이 방법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수학 성적이 단번에 30점 이상 오르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경우는 아이디어 발상에 도움이 되고 업무 능력도 향상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도 숙달되고 효율을 높이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또 마인드맵 형식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목록 형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밑줄 긋는 습관이다.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때 많은 사람이 하는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습관 중 하나가 밑줄 긋기다. 밑줄을 긋는 게 뭐가 어려우랴 싶겠지만, 밑줄을 정확하게 긋고, 각각의 위계체계에 맞춰 서로 다른 기호나 색을 사용하면 보기도 좋을뿐더러 뇌에 체계적으로 입력된다. 실제로 클리닉에서 밑줄 긋기 훈련을 하면서 꼭 필요한 것에만 밑줄을 긋고 나머지는 없애라는 과제를 주면(보통 30%만 남기고 다 지우게 한다) 대부분 당황한다. 모두 중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독서할 때 소제목을 붙이는 습관이다. 특히 실용서나 교과서를 공부할 때 유용한 방법으로, 단락마다 소제목을 달아보는 것이다. 단어나 구절 모두 상관없다. 다만 한 문장 이상은 소제목으로 적절하지 않다. 이 방법은 조직화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해서 핵심을 찾아가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방법을 알고만 있을 게 아니라 평소에 연습해서 습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전두엽 실행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고 공부 효과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