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의 뇌는 이성이 지배할까, 감성이 지배할까?

이성만 키우면 감각이 죽는다

by 더굿북

감성은 주로 감각의 자극을 받아 발현된다. 드라마를 한번 생각해 보자. 드라마에 몰입된 상태에서 들어오는 시각적 정보와 청각적 정보는 이성과 감성에 모두 전달된다. 이성은 상황을 끊임없이 판단하면서 다음 상황을 예측하기도 하고, 지난 과정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하지만 감성으로 들어온 신호는 무척 통합적이거나 아주 편협한 관점으로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에 변화를 만든다. 편협한 관점이 될 때는 오로지 그 상황에만 몰입하여 제삼자인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눈물을 쏟게 한다.


이렇게 감성은 주로 감각의 자극으로 변화한다. 이 변화는 다시 이성과 감각에 새로운 신호를 보낸다. 이성의 추론이 너무 메말랐다는 신호도 보내고, 그러니 주인공의 측은한 모습에 더 집중하라고 시각과 청각에도 신호를 보낸다. 이성은 이 신호를 해석해 받아들이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하면서 감성과 서로 교류한다. 교류의 결과로 이성과 감성(좌뇌와 우뇌)은 결론을 내리고 그 결과가 감각에 다시 전달된다. 감각은 이성과 감성(뇌)의 명령을 그대로 수행한다. 감각이 명령을 수행한 결과는 다시 이성과 감성에 동시에 보고된다. 이와 같은 삼자 간의 상호관계는 그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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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감각의 자극 없이 감성이 자극을 받는 일이 있을까? 있다. 그것은 기억과 같은 것이다. 어떤 특정한 기억을 떠올렸을 때, 그 당시의 감정이 복원되면서 감성이 자극을 받는 경우다. 대학 첫 학기에 낙제점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면 그때의 감정이 복원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913~1927)」에 등장하는 마들렌 과자와 보리수 꽃차의 맛과 냄새가 복원시킨 기억과는 반대의 경우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경우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감각의 자극이 감성의 기억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설명한 것처럼, 지각된 감각은 이성과 감성에 각각 신호를 보낸다. 이성과 감성은 이 감각을 해석하고 상호 교류를 통해 또 다른 명령을 감각에 내린다. 이 과정에서 이성과 감성의 결론이 달라지면 서로 상대의 결론에 반발하면서 접점을 찾는다. 드라마의 주인공에 몰입되어 눈물을 쏟는 경우는 감성의 영향력이 더 세진 경우지만, 곧 이성이 ‘눈물까지 흘릴 필요가 있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 이때 이성과 감성이 접점을 찾으면 그 판단에 따라 주인공에게서 자신을 분리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성과 감성은 상호보완적이기도 하지만 서로 대립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쪽이 너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때다. 이것이 일시적인 경우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변화를 탐닉하는 정상적인 창조적 과정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이성이 월등하게 우월한 위치를 점유하게 되면 감성은 이성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모든 것을 이성이 가진 과거의 학습 데이터와 경험의 산물에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는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자극이 되어 들어오고 있지만, 이성이 가진 학습과 경험의 잣대로만 매번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치명적인 문제가 한 가지 발생한다. 지금까지 이성에 쌓인 데이터들이 새로운 데이터나 감각된 자극 자체를 거부하는 현상이다. 수많은 학습과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학습과 경험의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앞선 연재에서 설명한 대로 나이라는 시간이 축적한 이성의 크기가 새로움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감각이 던져주는 자극이 이성을 자극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감각조차 기능을 상실하는 것이다.

반대로 감성의 크기가 이성보다 훨씬 더 커진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이런 경우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극히 드물 것이다. 그러나 감성이 이성보다 확실하게 커진 경우는 서번트 신드롬(Savant Syndrome)이 정확하게 설명한다. 서번트 신드롬은 좌뇌에 문제가 생겨 인체의 보상기능에 의해 우뇌만을 집중적으로 발달시킨 경우다. 배운 적 없는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하거나 작곡하고, 그림에서 놀라운 소질을 보이는 우뇌의 엄청난 통합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서번트 신드롬이다. 하지만 서번트 신드롬에는 이성의 논리가 빠져있다. 왜 그렇게 되는가를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보여줄 방법론이 쌓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이성이든 감성이든 크기를 키우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게 해서는 안 된다. 크기가 완전히 달라지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킨 일만 잘하는 것과 각자 알아서 새로운 방식으로 일한 결과는 너무나 다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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