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완주의 조건, 열정으로 갈아신어라> 연재 예고

<완주의 조건, 열정으로 갈아신어라>

by 더굿북
신발산업은 중국과 동남아에 내준 사양산업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에 아시아 1위 신발 기업이 탄생했을까?
왜 등산화는 무겁고 단단해야만 하는 걸까?


그것은 산이라는 험한 환경 때문이다. 산행 도중에는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야 하고 암벽 위를 걸어야 한다. 길이 평탄하지 않기 때문에 발목도 보호해야 하고, 수풀과 바위에 긁혀 신발이 쉽게 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등산화는 내구성이라는 화두에 천착하여 ‘더 단단하고 더 튼튼하게’ 진화해왔다. 물론 재료가 두꺼워지면 무게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보통 등산화의 무게는 적게는 600g에서 많게는 1,400g까지 나간다. 험한 산길을 걷기 위해서는 딱딱하고 견고한, 그래서 무거울 수밖에 없는 등산화가 적합하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었다.

어느 날 나는 부산의 한 야산에 올라 등산객들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것은 내 오랜 습관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나는 산에 올라 등산객들의 옷차림과 등산화를 관찰하면서 머리를 쉬는 한편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러던 중 평범한 운동화를 착용하고 산을 오르는 등산객이 눈에 들어왔다. 등산로가 잘 다져진 대도시 주변의 야산에서는 등산화가 아니라 간편한 운동화를 신고 산을 오르는 사람이 더러 있는데, 그날따라 유독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그들은 운동화를 신고도 별 무리 없이 산행을 즐기고 있었다. 오히려 투박한 등산화를 신은 이들보다 발걸음이 훨씬 가볍고 경쾌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등산화도 운동화처럼 가볍게 만들 수는 없을까?’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등산화, 290g의 '윙'이 잉태하는 순간이었다.


거미 신발의 정식 명칭을 공모합니다!

나는 우리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거미 신발의 명칭을 공모한다고 발표했다. 신발 명칭에 선정된 당선자에게는 3박 4일의 휴가와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엄청난 노력 끝에 탄생하는 거미 신발이었다. 암벽등반과 같은 전문 등산화부터 선박과 같은 미끄러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제품이 탄생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선주문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제야 비로소 ‘엽기적’이라고 손가락질당하던 나의 기발한 발상이 빛을 보는 것인가.

“사장님예, 큰일 났심더. 신창원이, 신창원이 검거됐다고 합니더.”
“이것 좀 보이소.”

‘탈옥수 신창원, 아파트 벽 가스 배관 타고 베란다 안을 자유롭게 드나들어’
‘스파이더맨의 부활, 가스 배관 타고 아파트에 잠입’

그로부터 사흘 후, 또다시 뜻밖의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신창원 모방 사건’이었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된 후 이를 모방한 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가 베란다 안으로 침입하는 사건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기사를 보자마자 나는 주저 없이 거미 신발의 출시를 포기했다. 이 신발을 개발하는 데 일 년이 넘는 시간과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이를 포기하는 결정은 단 하루면 충분했다.

‘범죄에 악용되는 신발을 만드는 기업이 될 수는 없다.’


'열정' 없이 만들어지는 '일등'은 없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경공업으로 일어섰다. 그러니까 지금의 중국처럼, 지금의 동남아처럼 생산기지를 대신하며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산업이 고도화하고 중공업과 전자산업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이들 산업은 설 자리를 잃었다. 어쩔 수 없이 중국과 같은 나라와 원가 경쟁을 하는 산업들은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신발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더구나 중국과 같은 경쟁자들이 만드는 제품은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제품들이다.

돌파구는 하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경쟁자들이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만들어 압도하고 시장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들은 '창조적 혁신'을 목표로 모든 것을 원점에서 생각하는 '창조적 파괴', 전 직원이 아이디어로 R&D를 지원하는 '집단지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열정을 불어넣어야 했다.

이들은 무엇으로 세계 최고에 다가서고 있을까?

<완주의 조건, 열정으로 갈아신어라>에서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원동력, '열정'을 만나세요!




지은이 ㅣ 권동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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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신발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1988년 창업하고, 5년 만에 OEM(주문자 생산방식)에서 탈피해 우리 고유의 토종 브랜드 ‘트렉스타’를 출범시켰다. 이후 세계 최경량 등산화, 아이스그립, 네스핏, 핸즈프리 등의 신기술을 연이어 선보이며 세계 아웃도어 업계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특히 인간의 맨발에 가장 가까운 신발을 만들어내는 네스핏 기술은 세계 3대 스포츠용품박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신발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20대 명품 브랜드로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그의 세심한 ‘관찰’과 외길인생의 ‘열정’이 만들어낸 트렉스타의 신기술들은 2010년 디자인대상, 2015년 독일 ISPO 황금상 수상으로 이어지며, 세계 아웃도어 업계로부터 ‘한국의 신발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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