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긍정의 힘을 활용하라!

<무기력의 비밀>

by 더굿북

아이들이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깊은 속뜻을 알고 바로 기력을 얻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역설적인 태도나 접근을 통해 일어나는 확실한 변화에 대해 아이들에게 물으면 아이들은 인색한 답변을 내놓는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대하는 것은 어떠니?”
“조금 달라졌어요.”
“어떻게 달라졌는데?”
“조금 잘해줘요. 이상하긴 한데 나쁘진 않아요.”
“많이 변화한 것은 아니니? 완전히 태도가 달라지신 것 같은데.”
“글쎄요, 저러다 언제 또 돌변할지 알 수가 없어서요.”
“어른들은 조금 변화가 있는데 너는 어떠니?”
“전 아직 힘들어요. 아직은 어렵고, 의욕이 나질 않아요.”

어찌 보면 전형적 패턴의 대화다. 아이들은 역설적인 부모나 선생님의 긍정적인 접근에 반가움은 갖지만 그것이 곧바로 변화의 다리를 건너게 하지는 않는다. 마음은 조금씩 깨어나지만 몸이 깨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표현대로 ‘조금’ 나아진 것뿐, 누워 있던 몸을 아주 조금 일으켜 가능성의 문을 연 것뿐이다. 몸이 깨어나서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역설적인 경험들의 축적과 함께 다른 부가적이고 중요한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부모나 교사가 아이가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철저한 수용과 공감을 했다면 이제 아이들에 대한 ‘긍정’을 발휘해야 한다. 역설에 기초한 긍정적 관점으로의 전환은 휴전을 부를 뿐 아니라 평화의 계기를 만든다. 즉, 긍정은 관계 회복을 불러온다. 아이가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관점을 가지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수용과 함께 아이를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시선뿐만 아니라 말까지 따뜻하게 건넬 수 있게 된다. 죽도록 미웠다가 이제는 이해가 되고, 나아가 측은지심이 생겨서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느낌을 전달하면 아이는 드디어 변화할 마음의 동기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단계에서 극적인 변화는 생각보다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사례를 소개해보겠다.

미술을 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재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다. 공부에 대한 흥미가 없어서 미술로 바꾼 것인데 유망 대학에 갈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실망해서 게임에 빠져들게 되었다. 진료실에서 그 아이를 만났을 때 부모가 품은 핵심적 감정은 게임중독에 빠진 배은망덕한 아이, 자기조절이 잘 안 되고 양심이 없는 아이였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지만 내력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시 미술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굳어진 것이 문제였다. 아이와 상당 시간 이야기를 나눈 결과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는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가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모든 걸 포기하고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며 무기력하게 지내게 된 사정을 공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머니부터 이해를 해주시면서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바꾸어보기로 했다. 미움과 조롱과 차가움에서 측은함과 안타까움과 따뜻함으로, 아이에게 잘해주기 시작했고 역설적으로 일정 시간의 게임을 허락하기로 하는 대신 열심히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동안 다니던 미술 학원에 출석만이라도 해주기를 당부했다. 3개월이 지나자 아이는 서서히 게임하는 시간을 반납했고 집에서도 거실에 나와서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던 가족의 아픔에 반전이 보였고 부모님은 과거의 목표를 내려놓고 뭐든 즐겁게 해줄 것을 바랐다. 가족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고 약속을 어기는 일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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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는 고3이 되었고 가족은 몇 년 만에 찾아온 관계의 평화에 매우 흡족해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이다. 아이에게 무기력이 찾아오기 전 남몰래 혼자 겪었을 좌절을 이해한 뒤에 이에 대한 공감을 한 것이 변화의 출발이었다.

무기력한 아이들에 대한 역설적 태도와 긍정적 접근은 아이를 다시 삶의 현장으로 불러내는 가장 강력한 초대장이다. 물론 이 초대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부모와 교사다. 무기력한 아이들과 본격적으로 함께 하려면 관점의 전환과 이에 기초한 측은지심으로 아이들에게 초대장을 써서 보내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초대장을 받아줄 것이다.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비난과 꾸중 그리고 더 가혹한 처벌을 약속하는 초대를 한다면 아이들은 그냥 죽은 듯이 사는 쪽을 택할 것이다. 무기력한 아이들을 무기력 시스템에서 구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 목적에 맞는 행동이 역설과 긍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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