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미래기술 미래사회>
직장에서 로봇을 상사로 섬겨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해마다 10대 전략 기술을 발표하는 미국 시장조사 기업 가트너가 최근 선정한 ‘2016년 10대 전략 기술’에 따르면 2018년 300만 명의 노동자가 로봇 상사(Roboboss)의 통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로봇 상사는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부하의 실적을 평가해 인사에 반영하거나 상여금을 산정할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지시를 받던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단계를 지나 마침내 사람을 부하로 부리는 세상이 오고야 마는 것 같다.
1980년대 후반부터 산업용 로봇이 수십만 대로 증가하면서 공장 노동자들에게 위협적 존재가 됐다. 기업주들이 로봇을 사람이 힘들어하는 ‘지루하고, 더럽고, 위험한’ 이른바 3D 작업에 우선하여 배치해 종업원을 보호하기보다는 노무비 절감이나 노사 문제의 해결책으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들의 실직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됐다.
게다가 인공지능의 발달로 기계가 단순 반복 노동에 기반을 둔 사무직에서조차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함에 따라 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가 세계 공통의 현상으로 나타났다. 가령 공항 무인발권기로 항공권 출력과 좌석 배정까지 한꺼번에 끝낼 수 있게 되면서 기계가 항공사 사무직원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결과가 빚어지는 실정이다.
에릭 브린욜프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경영학 교수는 “기계가 단순노동자의 일을 대신하기 때문에 대부분 나라에서 빈부 격차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출간된 《기계와의 경쟁(Race Against the Machine)》에서 그는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기계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기술 발전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계량화한 연구 성과로 자리매김한 논문을 내놓았다. 2013년 9월 발표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Employment)〉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은 미국 702개 직업을 대상으로 컴퓨터에 의한 자동화(Computerization)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 분석했다. 직업에 영향을 미칠 대표적 기술로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이동 로봇공학(Mobile Robotics)이 손꼽혔다. 이 두 가지 인공지능 기술은 반복적인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고도의 인지 기능이 요구되는 직업도 대체할 것으로 밝혀졌다.
가령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 곧 무운전차(Driverless Car)는 결국 운송 관련 직업의 자동화를 예고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송 업체의 운전자들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이 논문은 기계학습 같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라 자동화가 되기 쉬운 직업은 절반에 가까운 47%나 되고, 컴퓨터의 영향을 중간 정도 받을 직업은 20%, 컴퓨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쉽게 대체될 것 같지 않은 직업은 3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는 두 가지 추세를 나타낸다. 첫째, 중간 정도 수준의 소득을 올리던 제조업이 인공지능으로 자동화되면서 일자리를 상실한 노동자들이 손기술만 사용하므로 자동화되기도 어렵고 소득 수준도 낮은 서비스업으로 이동한다.
둘째, 비교적 높은 수준의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는 상위 소득 직업은 여전히 일자리가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소득이 높은 정신노동 직업과 소득이 낮은 근육노동 시장으로 양극화되고 중간 소득 계층인 단순 반복 작업의 일자리는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2015년 5월 미국 벤처기업가 마틴 포드가 펴낸 《로봇의 융성(Rise of the Robots》 역시 인공지능에 의해 변호사나 기자 같은 전문직도 로봇으로 대체된다고 주장한다. 21세기에 살아남을 일자리는 인공지능이 취약한 부분, 예컨대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 기능이 요구되는 직업일 수밖에 없다. 환경미화원이나 경찰관처럼 세상을 깨끗하게 만드는 직업이 패턴인식 능력이 필요해 로봇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