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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0. 2016

05. 'YES'가 아니라 'NO'를 끌어내라.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합동테러대책팀 소속일 때 나는 마틴이라는 뉴욕 시 경찰국 부서장과 함께 일했다. 그는 완고한 사람이었고 무엇을 질문하더라도 짧은 부정문으로 답했다. 그와 조금 친해졌을 때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 “크리스, 부서장의 업무는 거절이야.”라고 말했다.

     
처음에 나는 그 말이 상상력 실패를 암시하는 자동 응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나 역시도 10대 아들을 똑같이 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아들에게 ‘아니’라고 말한 다음에는 아들이 하려는 말을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자기방어를 하고 나면 느긋한 마음으로 좀 더 편안하게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요’는 협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리는 ‘아니요’라는 단어를 두려워하도록 길들었다. 그러나 ‘아니요’는 사실을 진술하는 경우보다 지각을 진술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아니요’가 “나는 모든 사실을 검토했고 합리적인 선택을 했습니다.”라는 의미인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현재 상태를, 그것도 대개 일시적으로 유지하려는 결정인 경우가 많다. 변화는 두려운 일이고 ‘아니요’라는 말로 그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짐 캠프(Jim Camp)는 《노로 시작하라(Start with No)》라는 책에서 협상 초기 적수(상대)에게 ‘아니요’라고 말하도록 허용하라고 말한다. 캠프는 이를 가리켜 ‘거부권’이라고 부른다. 그는 인간은 ‘아니요’라고 말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우므로 상대에게 거부권을 주고 나면 협상이 단번에 한층 더 건설적이고 협조적인 분위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캠프의 책을 읽으면서 인질 협상가들은 오래전부터 이 점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인질범이 밖으로 나오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자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질범과 충분히 대화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자수를 요구하며 밖으로 나오라고 ‘명령’하면 언제나 농성 상태가 훨씬 길어지고 때로는 희생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는 본질에서 자율을 원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은 통제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당신의 생각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허용함으로써 상대의 자율성을 지켜주면 감정은 차분해지고 상대는 당신의 제안을 자세히 검토하며 거절할 권리를 갖는다. 
     
또한, 당신은 자신이 제안하는 변화가 현재 상태보다 더 유리하다고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특출한 협상가는 ‘아니요’라는 답을 모색한다. ‘아니요’라는 답을 끌어냈을 때 진짜 협상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공손하게 ‘아니요’라고 말하고 ‘아니요’라는 말을 침착하게 듣고 상대에게 얼마든지 ‘아니요’라고 답해도 된다고 말하면 어떤 협상에서든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상대가 ‘아니요’라고 말하도록 이끄는 작업은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유익한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이는 ‘아니요’를 거부가 아닌 다른 뜻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응답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군가에게 ‘아니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말의 의미가 다음 중 하나가 아닐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 아직 동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 저를 불편하게 하네요.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 그럴 형편이 안 되네요.
□ 제가 원하는 건 따로 있어요.
□ 정보가 좀 더 필요해요
□ 다른 사람과 상의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해본 다음에 해결책에 근거한 질문을 하거나 그 효과를 명명하라.
     
“이 방안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세요?”
“그 일을 진행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네요.”
   
사람들은 ‘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러니 언젠가 듣게 될 것이라고 그저 생각만 하고 있지 말고 일찍 말하게 유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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