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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2. 2016

08. 세상에서 가장 진화한 군화

<완주의 조건, 열정으로 갈아신어라>

우리 장병들에게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발이 편한 군화를 만들어줄 수 있게 된 것은 군화를 인도에 수출한 지 꼭 10년 만이었다. 개발팀은 국산 군화를 만드는 데 그동안 쌓아온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했다. 

     
우리 장병을 위한 군화는 인체공학적 설계로 맨발에 가장 가까운 신발 제작 기술인 ‘네스핏’을 적용했다. 또한, 세계 최경량 등산화를 만든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군화보다 130g 가볍게 만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각 군 고유의 작전을 수행하는 데 따른 특수 기능을 장착했다. 군화라고 해서 다 같은 용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해병대 군화는 바다와 육지에서 동시에 작전하는 특성을 살려 겉을 ‘세무’라 불리는 스웨이드(suede) 처리를 해 만들었다. 특전사 군화는 앞뒤가 직각으로 파이게 바닥 창을 제작했다. 눈 위를 달리면서 작전하는 특전사 요원들이 스키를 원활하게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든 홈이었다. 공군 조종화는 비행기에 올라야 하는 조종사들을 위해 미끄럼 방지 기술을 적용했다. 해양경찰관용 경찰화는 불법조업을 하는 외국 선원을 검거할 때를 대비해 특별하게 만들었다. 작전 수행 중 신발을 벗고 바다에 뛰어드는 일을 고려한 것이다.
   

  
이 모든 군화의 밑창에는 2만여 명의 족형(발 모양)을 연구해 만든 첨단 시스템을 적용했다. 군화의 성능 테스트 역시 정교하게 실시했다. 그래서 개발팀원들은 직접 새 군화를 신고 야산에 오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주민들이 간첩으로 오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8년 군 복무 중에 휴가를 나온 직원의 군화를 보고 처음으로 막연하나마 품격 있는 군화를 꿈꾸었다. 마침내 그 목표가 10년 만에 이루어졌다. 나는 지금도 거리를 걷다 휴가 나온 병사를 볼 때면 가장 먼저 이들이 신고 있는 군화를 본다. 이 군화에는 내가 군화를 신던 때와는 달리 첨단 기술이 오롯이 깃들어 있다. 실로 엄청난 군화의 발전이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기술을 우리 군화에 적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군 장병이 인터넷에 올린 군화 사용 후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이제는 군화 때문에 발이 고생하는 일은 절대 없다면서 양질의 군화를 만들어준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신발장이’로 사는 기쁨과 보람이 한껏 밀려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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