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완주의 조건, 열정으로 갈아신어라

트렉스타는 어떻게 아시아 최고가 되었을까?

by 더굿북

“아니, 등산화가 무슨 운동화입니까?”
“이제는 등산화는 포기하고 운동화를 만듭니까?”
‘290g 초경량 등산화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싸웠던가. 그런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삼삼한 책수다>가 이번 주에 선정한 책은 <완주의 조건, 열정으로 갈아신어라>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잘 아는 신발 브랜드 ‘트렉스타’의 권동칠 대표이사입니다. 중국에서나 원가를 맞출 수 있는, 이미 사양산업이 되어버린 신발산업에서 이들은 어떻게 성공을 일궜을까요?

겨우 달걀 네 개 무게인 290g 등산화 ‘윙’이 탄생했을 때 ‘왜 이런 등산화를 만들었을까?’ 하고 고객조차도 갸우뚱했다고 합니다. 사실 등산화는 단순해 보이지만 200개의 부품이 조립된 과학의 산물입니다. 등산화가 무거운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윙이 탄생할 당시에는 600g이 등산화의 표준무게였으니, 문제가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 게 당연했습니다.

사실 일반 등산화의 절반도 안 되는 무게로 등산화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등산화 윙을 만들기 위해 연구진은 물론 전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처음으로 고어텍스를 신발에 도입하고, 뒤틀림 방지 쇳조각을 카본으로 대체하고, 무재봉 접착법을 도입하는 등 끝도 없는 시도가 거듭되었습니다. 그렇게 실패와 도전의 몇 해가 흘러 ‘윙’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직원들은 각자 윙을 들고 산으로 갔습니다. 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에게 등산화를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등산객들은 ‘세상에 이런 등산화가 어디서 나왔느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트렉스타가 단숨에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등산화 브랜드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릴 등산화는 아니겠지만, 가장 사랑받는 등산화가 된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하나의 혁신적 신발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평균 열 번의 실패를 맛본다고 합니다. 윙이 성공한 다음 프로젝트는 ‘거미 신발’이었습니다. 암벽등반이나 고층빌딩 작업에 활용하는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의 관심은 물론 선주문을 하겠다는 업체도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뉴스 하나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신창원, 가스 배관을 타고 사라지는 탈주범의 뉴스였습니다. 갑자기 거미 신발이 탄생하면 안 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백 가지 좋은 일보다 단 한 번 나쁜 일에 이 신발이 사용된다면 누군가는 피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거미 신발은 그렇게 개발된 채로 사라졌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는 안정보다 사활을 건 모험을 좋아한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제품이 아니라 나를 팔아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회에 긍정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 길이다. 실패 없이 얻어진 성공은 진짜 성공이 아니다. 전 직원이 쉬지 않고 책을 읽어야 미래가 있다.”

기술고문인 엄홍길 대장이 ‘휴먼 원정대’를 이끌고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아 에베레스트로 떠날 때, 회사는 모든 기술을 모아 전문 등산화를 새로 개발하고 경비를 마련했습니다. 이들이 하는 일, 실패 속에서 성공을 일구는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인간다운 일에 열정을 불어넣는 것입니다.

20년 전 사라진 사양산업을 세계 최고로 키우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삼삼한 책수다> 오수진이었습니다.




북 큐레이션 ㅣ 오수진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중문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후, 현재 KBS에서 기상 캐스터로 근무하고 있다. 더굿북의 북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홍보 대사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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