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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8. 2016

05. 밀당을 해야 한다, 아니다?

<9교시 연애능력 평가고사>

호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갑자기 오늘 저녁에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냐고 물어본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1) “당연히 좋죠.”라고 말한다.
2) “그럼 팝콘은 제가 살게요.”라고 한다.
3) 단호박처럼 거절한다.
4) 오늘 저녁은 약속이 있다고 하고 다음 주에 보자고 한다.
5) 너랑은 같이 숨도 쉬기 싫다고 한다.
     
“귀찮게 밀당 같은 게 뭐가 필요해?”라고 생각한다면 1) 번이 답이다. 당신이 여자라면 개인적으로 2) 번은 추천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 남자에게 중요한 것은 ‘팝콘을 누가 살까?’가 아니다. 그러니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그가 팝콘도 사고, 밥도 사게 놔둬도 된다. 그럴수록 그는 당신이 더 좋아진다. 괜히 “명길 씨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요. 팝콘은 제가 살게요.” 이런 배려를 할 필요 없다.
     
당일 약속이 부담스러워 거절해야 한다면 단호박처럼 거절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요즘은 이성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남자들이 많아 한 번 거절당하면 끝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레인체크 전략이 효과적이다.
     
‘Give a rain check.’는 나중으로 연기한다는 뜻으로, ‘rain check’는 비 때문에 야구가 연기됐을 때 주는 ‘우천시 입장 보상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명길이가 정미에게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그런데 정미가 “제가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요. 죄송해요.”라고 하면 명길이는 충격을 받고 정미에 대한 용기도 꺾일 것이다. 반대로 정미가 “죄송해요. 제가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요. 대신 다음 주에 보여주시면 안 돼요?”라고 한다면 어떨까? 명길이는 거절을 당해 아쉽지만 다음 주 약속을 기다리며 기대감이 차오를 것이다. 물론 정미에 대한 용기도 꺾이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좋아할 때 밀고 당기기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1) 밀당을 해야 한다.
2) 관심 없는 듯 밀어야 한다.
3) 밀당은 효과가 없다.
4) 밀당 따위는 필요 없다.
5) 엄마한테 물어보고 결정한다.
     
혼자서 좋아한다. 그래서 열심히 전화하고 카톡을 보내는데, 상대 반응이 시원치 않다. “내가 너무 따라다녀서 날 우습게 보나?” 문득 자존심이 상하자 연락을 하지 않기로 한다. 하루, 이틀, 삼일 마침내 일주일이 지났다. 목소리가 듣고 싶었지만 정말 꾹 참은 일주일이 지나고 생각한다. 전화하면 날 반갑게 맞아주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그러자 상대가 말한다. “뭐가 오랜만이야. 그저께 통화 했으면서.” 실패하는 연애의 정석이다.
     
연애 초반, 나는 상대에게 관심이 있는데 상대는 그 정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 ‘밀당’이 아닌 ‘당밀’이 효과적이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내가 튕긴다고 날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경우 ‘살짝 당기는 것’이 먼저다. 이를 통해 상대가 나에 관한 관심이 생기게 되고, 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당겨’ 상대에게 스며들어야 한다. 내가 며칠 동안 연락을 안 하면 “왜 요즘 조용하지?”라고 기다릴 정도까지 당겨야 한다. 밀기는 그 이후부터다.
     

그렇다면 3년째 연애 중이라면 어떨까? 밀당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그래도 밀당 따위 필요 없다.
2) 이성 친구를 만든다.
3) 밤에 자꾸 나간다.
4) 양다리를 걸친다.
5) 잘 먹여서 돼지를 만든 후 나밖에 못 만나게 한다.
     
연애 초반에는 ‘당밀’이 효과적이지만, 연애 중 ‘밀당’ 전략 같은 것을 쓰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밀당은 ‘상대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한 친구가 있어야 하며, 몰입할 수 있는 일과 취미도 있어야 한다. 상대의 전화만 기다리며 카톡 메시지 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신이 어디 가서 나 같은 사람을 만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것. 나를 더 멋지게 만들어 그 때문에 상대도 멋져지게 하는 것. 그것이 연애 중에 할 수 있는 진정한 밀당이다. 나머지는 소소한 잔기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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