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본의 힘>
미국의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전 대통령이 말했다.
“우리는 천만 명의 이라크인과 한 명의 자전거 수리공을 처단할 예정입니다.”
CNN 기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자전거 수리공이요? 왜 자전거 수리공을 처단하려고 하시죠?”
부시는 아무 말없이 몸을 돌려 옆에 있던 콜린 파웰(Colin Powell) 전 장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내 말이 맞지 않은가? 이제는 내 말을 믿겠지? 아무도 천만 명의 이라크인에게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위의 이야기는 유머러스한 시사 일화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서 한 가지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 사람들은 늘 특이한 일에 더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제품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진열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야기 역시 다르지 않다. 당신이 전하고자 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이야기에 담아 청중의 관심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야기에 담긴 정보는 간단하면서도 호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받아들인다. 만약 당신의 이야기가 신선하고 독특하며 유일무이한 것이라면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듯 소비자들은 그 이야기와 당신에게 매료될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적합하게 이뤄지기만 한다면 무명이던 제품도 여느 유명 제품처럼 시장에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자는 시장이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과일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과일에 이야기를 입히면 전혀 뜻밖의 반응이 나온다. 유자를 파는 노점이 많은데 유독 한 집에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고 유자를 사겠다는 이들이 북적인다. 모두 다 같은 유자인데 왜 유독 이 집에만 사람들이 몰릴까?
그 비결은 이랬다. 이 집에서 파는 유자에는 다른 집의 것과는 달리 그 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어떤 유자에는 긴 생머리를 흩날리는 아름다운 여인이, 어떤 유자에는 천진난만하게 대나무를 먹는 판다곰이, 또 어떤 유자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인어공주가 그려져 있었다. 이처럼 색다른 유자였기에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유자 위에 그려진 그림에 관심을 보이며 입을 모아 칭찬했다. 이는 고스란히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비단 유자만을 구매한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 가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구매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이야기의 매력은 독창성에 있다. 독창적인 이야기가 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 좋은 이야기는 수천만 원, 아니 수억 원의 광고비 절감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그렇기에 바로 이야기를 ‘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광장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수만 마리의 비둘기들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빌딩 창문으로 날아갔다. 이 기이한 광경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에 사람들은 서로 이 광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비둘기가 날아간 그 빌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문사나 라디오,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경찰에 신고를 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기자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조사를 벌였다. 비둘기들이 떼를 지어 날아간 곳은 다름 아닌 오늘 개업한 한 회사의 창문이었다. 이 회사의 홍보 책임자가 즐거운 듯 말했다.
“비둘기들이 너무 귀여워요. 이렇게 앞다퉈 개업을 축하해주다니, 정말 감동했습니다.”
방송국은 이 일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현장에서 생중계했다. 게다가 각 신문사들은 ‘수만 마리 비둘기가 개업 축하인사를!’이라는 타이틀로 이 기이한 사건을 보도했다. 이 소식은 날개가 달린 듯 도시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이 신기한 사건으로 무명에 지나지 않았던 한 회사가 일약 스타가 됐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둘기 사건이 이 회사의 계획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이 회사는 개업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수많은 방법을 고민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이야기가 있어야 했다. 그들은 방송국이나 잡지에 광고를 낼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내 포기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물론 비용 문제 때문이었다. 게다가 두 번째 이유는, 설령 광고를 낸다고 해도 뚜렷한 효과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 광고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이를 금세 잊고 만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홍보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직원 모두 이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홍보 책임자가 광장 상공을 맴돌고 있는 비둘기를 발견했다. 그 순간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비둘기를 이용하지 못할 것도 없지! 이 비둘기로 좋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거야.’
책임자는 그 길로 비둘기 먹이를 사오도록 시켰다.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각에 창문 밖으로 먹이를 던졌다. 배고픔에 굶주린 비둘기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먹이를 보고 하나둘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속되자 비둘기들은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다. 매일 그 시각이 되면 먹이를 찾아 빌딩을 향해 날아왔다.
개업 날, 책임자는 먹이를 뿌리던 창문을 봉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먹이가 나올 시간인데도 먹이가 보이지 않자 비둘기들이 동시에 창문으로 날아들었고, 그렇게 믿기 힘든 장관이 펼쳐진 것이다.
이 비둘기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해주었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상해낸 좋은 스토리텔링의 예에 속한다. 이 회사는 비둘기 먹이 값 정도를 투자해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덕에 성공적으로 개업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 또한 수만 마리의 비둘기가 창문으로 날아간 이야기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면서 이 회사의 이름과 지혜도 함께 기억됐다. 이로써 회사는 막대한 광고비를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거부감 없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했던 말 가운데, 사람들이 이라크인 천만 명보다 자전거 수리공 한 명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분명 특이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야기에 독창성을 가미한다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