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본의 힘>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든, 어떤 신분의 사람이든, 누구나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게 되어 있다.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괜히 말 한 마디 잘못해서 상대방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당신은 사람을 설득하는 게 그렇게 어렵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생소하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이야기하는 것에는 자신 없어 하거나 막연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럼 잘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좋은 이야기란 무엇일까?
내용이 충실하며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려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야말로 그런 좋은 이야기다. 스토리텔링 고수들은 이야기의 이런 힘을 이용해 상대방이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육교에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남루한 옷을 입고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이 남자아이의 큰 눈망울은 지식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앞에는 글이 쓰인 나무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에요. 저희 아빠는 건설 현장에서 험한 노동을 하셨고, 저희 엄마는 다른 사람들 대신 노인 분들을 보살펴드리고 계세요. 저는 돈이 많지는 않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여 지금 병원 침대에 누워 계세요. 저희 집의 경제 상황은 매우 어려워졌어요. 어머니가 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학교를 다닐 수 없어요. 엄마는 제가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할 거라고 하셨지만 엄마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저는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저는 계속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여러분, 제 꿈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육교를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 글을 보고 눈물을 참지 못 했다. 그러고 나서 얼른 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 남자아이 앞에 있는 모금함에 넣어주었다.
보통 사람들은 거리에서 거지를 보면 ‘진짜 거지가 맞을까?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일할 능력이 되면서도 쉽게 돈을 구걸하는 건 꼴사나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 글에서 남자아이의 간절한 눈망울을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아이를 믿기로 결정한다. 대체 어떤 점이 다른 거지와 이 아이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어떻게 단순한 몇 마디 말이 사람의 생각과 태도를 180도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일까?
앞에 쓰인 문장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끔 하는 특징들이 숨어 있다. 예를 들면, 아이의 지식에 대한 갈망, 부모를 향한 사랑과 같은 것들 말이다. 발걸음을 바쁜 행인들은 길에 있는 거지에 대해 더 이상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게 되었지만, 아이의 이런 말들은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려 구원의 손길을 뻗게 만들었다.
당신이 어떤 일을 시도해보고 싶거나 남에게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을 때 적절한 이야기를 해보라. 좋은 이야기는 힘을 적게 들이면서도 큰 성과를 내게 해주고, 청자와 화자 간에 보이지 않는 다리를 놓아준다. 위 이야기처럼 이야기가 사람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면 그 이야기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말하는 그 순간에 발휘되는 효과는 사실적인 정보의 나열보다 더 강하다. 이야기가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릴 수 있는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펼치고 3분 안에 당신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책이라면 내려놓아라.”
한 유명 작가가 한 말이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몇 분 안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하는 이야기는 실패한 것이다. 순식간에 사람을 빠져들게 할 수 있는 이야기만이 상대의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야기의 내용이 기쁜 것이든 화나는 것이든 슬픈 것이든 즐거운 것이든 상대의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만 공감을 이끌어내며, 결국 강한 설득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