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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1. 2016

02. 피할 수 없는 위기와 기회의 시대가 온다.

한국경제 선진국 소비시장에 달렸다

다가오는 5년 안에 한국 경제는 2000년과 비슷한 매우 극심한 불황을 경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우리 경제의 팔자가 그렇기 때문이다. 여기서 팔자타령을 하는 이유는 한국 경제가 빠른 공업화를 시작했던 1960년대 초반 이후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형성했고,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해외 경기 여건에 민감한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선진국의 경기가 조금만 나빠지면 한국 경기는 아주 괴멸적인 타격을 받는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폐렴에 걸리는 구조’, 이게 한국 경제의 정체다. 아무리 외환보유고를 쌓고, 또 외환시장에 적기에 잘 개입해도 이 원천적 구조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 따라서 이 구조를 잘 이해하는 것이 돈을 지키고 나아가 앞으로 미래의 자산을 쌓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 경제, 선진국 소비시장에 달렸다
   

글로벌 경기의 변동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비다. 그것도 미국 등 선진국의 소비다. 이것을 이해하면 한국 등 개도국 경제가 왜 그렇게 자주 경기 침체와 상승을 경험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미래 경기의 변동을 대체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럼 왜 미국 등 선진국 소비자 행동이 개도국은 물론 세계 경기의 변동을 초래하는가?

그 이유는 바로 개도국의 소비 지출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권으로 성장했지만, 2013년 기준 중국의 저축률은 무려 49.5%에 이른다. 다시 말해 중국인은 벌어들인 소득 중에서 50.5%만 지출할 뿐, 나머지를 모두 저축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13억 거대 시장이라고 중국을 묘사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저축률로 인해 중국 내수시장 규모는 세계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불과하다. 참고로 세계 2위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 소비시장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한국과 타이완 등 신흥공업국(NIEs)의 2.9%에도 미치지 못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북경대학의 페티스 교수는 각국의 저축률을 결정짓는 변수는 경제 내 가계 비중, 소득 불평등,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의 발전 정도인데, 중국의 경우 이 세 가지가 모두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장 중요한 저축률 결정 요인은 GDP에서의 가계 비중이다. 가계 비중이 높으면 저축률이 낮고, 반대로 가계 비중이 낮으면 저축률은 높아진다. 두 번째 저축률 결정 요인은 소득 불평등이다. 소득 불평등이 높으면 높을수록 저축률은 상승한다. 마지막 요인은 소비를 뒷받침하는 신용 기능 여부다.

이런 요인 중 한둘을 바꾸는 정책은 즉각 저축률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경제의 성장은 저평가된 통화가치, 낮은 임금 상승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낮은 이자율로 인해 가계 부문에서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받은 결과였다. 높은 경제 성장 속에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가계 비중은 급감했고, 그 과정에서 저축률은 급증했다.

중국 경제의 가계 비중은 여전히 낮고, 소득 불평등이 해소될 여지가 없다는 측면에서 중국의 저축률이 앞으로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융기관의 발전은 보다 가속화하겠지만, 최근 지방정부의 부채를 채권으로 교환(Swap)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권의 손실 부담 구조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결국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 보면, 중국 등 신흥국 소비시장보다 선진국 소비시장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2009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른바 G-7(선진 7개국) 국가가 세계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1.2%에 이르며, 특히 미국은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0.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세계 경제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제일 먼저 미국 소비자의 동향에 관해 이야기한 후, 다음으로 유럽과 일본의 소비자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투자보다 소비 지표가 더 중요한 이유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선진국이 중요한 것은 알겠는데, 굳이 소비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언론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 않는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경기 변동의 영향을 이야기하면서 왜 선진국 소비지출 통계에 집중하는가?

첫 번째 이유는 선진국일수록 소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의 소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2/3에 이른다. 세계 경제의 영향력 측면에서 소비는 그 비중만큼이나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소비의 본격적인 개선이 있은 뒤에야 기업의 투자가 나타나며, 반대로 소비가 둔화되는 징후가 나타날 때는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대규모 동시다발 테러 이후의 시기처럼, 소비와 생산 모두 함께 감소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특별한 경우로, 테러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는 가운데 대부분 소비자가 소비를 급격히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기업은 소비자의 일시적인 지출 변화에 대응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나간다.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이 확인되고, 또 재고가 기업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을 크게 하회하기 시작하면 기업은 생산을 늘리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이익은 빠르게 증가한다. 이때 기업의 이익이 빠르게 개선되는 이유는 기존의 설비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아주 약간의 비용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생산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아주 ‘약간’의 비용이라고 말하느냐 하면, 일반적인 기업의 매출원가에서 인건비를 비롯한 변동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업의 수익과 주가가 상승한 다음에야 투자가 시작된다. 생산 증가 이후 6∼12개월이 지나서야 설비투자가 시작되는데, 투자가 소비 및 생산에 거의 1년 이상 뒤늦게 반응하는 이유는 투자에 따른 위험 요인이 무척 많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사 보유의 여유 자금뿐만 아니라 빚을 내서도 투자하기에, 투자하기 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만에 하나 투자가 마무리되기 전에 수요가 줄어들면 기업 실적 악화는 물론, 빚을 갚지 못해 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은 생산이 충분히 증가하고 미래 수요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할 때 투자를 시작한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즉각적인 고용의 증가로 연결된다. 왜냐하면, 기업은 생산이 증가하는 초기에는 근로자의 근로시간 연장을 통해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 하지만 설비투자를 단행할 정도로 수요가 증가할 때는 고용을 늘리는 게 훨씬 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신규 고용의 본격적인 증가는 노동시장의 수급 균형을 점차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에 실질 임금의 상승 가능성을 높인다. 물론 2008년과 같은 극심한 불황이 발생한 뒤에는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기업의 투자가 본격화하고 고용 여건이 개선되면 결국 실질임금도 상승하게 된다.

이야기를 정리하면, 먼저 소비가 증가하기 시작하면 0∼6개월 뒤에 기업의 생산이 증가한다. 그리고 생산 증가가 6∼12개월 이상 진행되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 서서히 설비투자 및 신규 고용이 재개된다. 물론 유휴 노동력이 많지 않다면 이 과정에서 임금 상승까지 나타나 경제는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접어든다. 반대로 실질소비지출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생산 감소가 뒤를 따르며, 이후에는 자본 지출 및 고용까지 감소하는 본격적인 경기 후퇴가 진행된다. 즉 가장 중요한 것은 민간 소비의 변동이며, 그 이외의 요인은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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