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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4. 2016

08. 일론 머스크가 말하는 '물리학적 사고'

<현대인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신 겁니까? 페이팔, 솔라시티, 테슬라모터스, 스페이스X…… 서로 완전히 다르고 규모도 어마어마한데 도대체 한 사람이 이 모든 혁신을 어떻게 이룰 수 있지요? 당신에게 무엇이 있는 것입니까?”

테슬라모터스, 스페이스엑스, 솔라시티의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


TED 기획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머스크에게 이렇게 물었다. 만약 그 비밀을 알려준다면 교육과정에 담고 싶다면서 말이다. 모든 이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떻게’에 대한 비밀이 풀린다면 많은 이들이 혁신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앤더슨의 질문에 대해 머스크는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자신만의 생각 프레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물리학적 사고’다.
     
“저는 생각에는 좋은 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물리’죠. 아시겠지만 논리의 첫째 원칙입니다. 일반적으로 저는 이런 방식으로 생각합니다. 물질의 근본적인 것까지 파고들고, 그것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데, 유추하는 방식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머스크가 말한 물리학적 사고법과 유추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우리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타인의 삶과 사고를 바탕으로 조금씩 다른 걸 추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즉,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조금 변형을 가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이러한 사고법을 따르는데, 기존의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머스크처럼 세상에 없던 그 무엇을 만드는 ‘혁신’을 위해서는 ‘유추(analogy)’의 사고법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문명을 바꾸는 혁신가들은 직관이나 유추에 의지하지 않고 철저히 ‘원리(principle)’를 통해 생각을 발전시킨다. 물질의 근본적인 곳에까지 파고들고, 그것에서부터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머스크의 수많은 혁신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로켓 개발이다. 이것 역시 물리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루어낸 성과다. 독학으로 우주공학을 배운 머스크는 로켓 개발을 선언하면서 기존의 데이터와 결과를 배제했다. 그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로켓 제작에 필요한 재료비가 전체 개발비의 단 2%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NASA가 참여한 ‘델타 4호’의 개발비가 25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였다. 머스크는 ‘이 비용의 10%로 로켓을 쏘아 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러한 발상은 기존 데이터를 활용한 유추를 통해서는 불가능하다. 머스크가 로켓 개발에 핵심적인 기본 원리부터 파헤쳤기 때문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NASA에서 생중계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1단 로켓 바지선 회수 성공 장면


스페이스X를 창업할 때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우리 비즈니스의 첫 번째 목표는 로켓 제작 회사에 오랫동안 만연해온 기존의 사고방식을 깨뜨리는 것이다.”라고 공언했다. 이 역시 물리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머스크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열중한 것은 물리학이었다. 물리학을 전공한 이들조차도 머스크만큼 다양한 분야에 철저히 ‘물리학적 사고’를 적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가 자신의 비즈니스 전 영역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도전을 감행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이 바로 ‘원리로 사고를 전개하는’ 데 있었다. 

     
유추의 함정을 피하는 데에는 ‘전두엽의 실행 기능’ 중에서 ‘점검하기’ 능력이 매우 요구된다. 자신의 판단이나 분석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책을 읽거나 생각을 전개할 때, 자신의 가정이 맞는지 아닌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정말 그게 맞아?’라고 한번 의문을 품어보는 것이 바로 ‘점검하기’의 시작이다. 일론 머스크는 아마도 자기 생각의 흐름을 물리학의 공식처럼 눈에 보이게 만들어서 한 단계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점검했을 것이다. 이 ‘점검하기’ 능력을 키우려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정확히 확인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메모하며 정리하든,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든, 방법은 다양하다. 
     
이미 어린 시절을 보내버린 어른이 일론 머스크의 이러한 사고 능력을 갖추고 싶다면 어떻게 독서를 하면 좋을까? 가만히 보면 머스크의 학습 방법은 정약용의 공부법과 맞닿아 있는 것도 같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지금 보고 있는 한 권의 책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모르는 것이 있다면 더 깊이 들어가서 하나하나 완전히 익히는 공부법을 견지한다면 만 권의 책을 읽지 않아도 내가 공부하거나 일하는 분야에서는 유추의 함정을 피해 원리 추론적 사고법을 구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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