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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24. 2016

04. 원금도 보장되고 수익률도 높다고?

<그 월급에 잠이 와?>

얼마 전 서울에서 셋방살이하던 친구가 공기업 지방도시 이전으로 대구로 내려가면서 그곳에 집을 장만했다. 그 이후 친구가 산 집값이 많이 뛰었다. 정말 운이 좋은 친구다. 그래서 술이나 한잔 사라고 했는데,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고 직장도 이제 대구에서 옮길 일이 없으니 이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니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팔 계획이 없는 사람한테 집값이 올라간다고 좋아할 이유가 있겠나? 집값이 오르면 재산세만 늘어날 뿐이다. 그러니 어차피 살아야 할 집이라면 단기간의 등락에 기뻐하거나 슬퍼할 이유가 없다. 집값은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나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주식에 투자했을 때는 어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주식가격이 떨어지면 불안해서 걱정, 오르면 팔까 말까로 걱정이다. 깔고 앉아 있는 부동산에 비해 주식은 눈에 자주 띄니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슬플 때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숫자에 대한 이성적 개념도 약화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성 친구와 헤어진 슬픔을 못 이겨 포장마차에 갔다면, 이때는 메뉴판을 보고 가격과 맛을 생각하면서 안주를 시키지 않고 대충 아무거나 시킨다. 다시 말해, 슬플 땐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투자자 입장에서도 돈을 벌면 행복하지만, 잃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시장이 하락하면 사람들의 기분도 나빠지고 손실이 커질수록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온다. 바로 이 때, 투자심리학에서는 원래 가격보다 싸게 팔아치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투매로 연결되면서 손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것이 위험이고 ‘변동성’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변동성은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출렁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출렁임 자체가 투자의 속성이다. 이것만 견뎌낼 수 있으면 투자에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보다는 주식과 같이 고수익을 기대하는 상품은 예측할 수 없이 오르내리는 변동성, 즉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변동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당연히 거쳐야하는 산고의 과정이라 인식하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 같은 긴 호흡에 자신이 없으면 그냥 출렁임이 작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하다.

“어느 정도의 수익을 원합니까?”

고객과 상담할 때 간혹 이런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체로 이렇다.

“10% 정도요. 그리고 가능하면 원금 보장되는 상품이면 좋겠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원금이 보장되면서 10% 수익을 안겨줄 만한 상품은 없다. 만약 있다면 그건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를 하려면 위험, 즉 변동성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위험을 좀 줄여볼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밤늦게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갈 때, 반대편에서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를 향해 조금씩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불안한 마음과 동시에 ‘뒤돌아갈까?’ ‘뛸까?’ ‘전화를 하는 척해볼까?’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생각이 솟구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그 같은 불안감은 아예 없거나 적을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투자하는 대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있으면 두려움은 크게 줄어든다. 예컨대, 주가가 떨어지지만 그 현상이 내가 투자한 기업과는 상관없이 외부로부터 오는 시장 전체의 일시적 충격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참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그걸 알지 못하면 불안해서 못 견디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2014한국부자보고서』(KB경영연구소)를 살펴보면, 자산이 많을 수록 지식 수준이 높고 적극적인 투자형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부자들이 부자로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은 우선 경제지식이 풍부하고 부동산, 주식,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부동산 투자를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 이야기만 듣고 투자하지 않는다. 경제 흐름에 대한 판단뿐만 아니라, 여러 데이터를 비교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 눈으로 확인한 후 최종 투자를 결정한다. 금융상품도 마찬가지다. 0.1~2%의 상품 수수료 차이조차 그 이유를 확인한다. ‘아무거나 찍었는데 재수가 좋아 올랐더라’와 같은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돈을 벌려면 부자들처럼 해야 한다.

고객들에게 자신의 투자성향을 물어보면 대체로 ‘안정형’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경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안정적인 성향이 강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원금 보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개 시장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이 크다. 주가가 왜 등락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심장이 조마조마하고 견딜 수 없어 한다. 이런 경우에는 예·적금처럼 안정적인 상품들이 나을 수 있다.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은, 바꿔말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위험도 그만큼 높다. 따라서 원금이 깎이는 것이 두렵다면 공격적인 상품에 투자하면 안 된다. 반대로,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은 당연히 공격적인 상품에 투자해야 하지만 동시에 경제에 대한 이해도도 그만큼 높아야 한다.

결국 돈을 벌고 못 벌고는 이처럼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결정한다. 경제위기가 지나간 다음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커지는 상황도 이로써 설명할 수 있다.


경제 이해도 투자수익

따라서 경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방향도 모른 채 빨리 달릴 수 없으며 숲을 보지 못하는데 어떤 나무가 좋은지 알 수 없는 법이다. 이것은 곧, 세계경제를 알아야 한국경제를 판단할 수 있고 한국경제를 알아야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혹시라도 남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했는데 우연히 수익이 났다면, 그러한 행운은 시간이 지나면서 꺾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투자 대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일시적인 충격이 오면 견디지 못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위험을 줄이는 것은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에 힘쓰면 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특히 평범한 월급쟁이가 월급 이상의 돈을 불리기 위해서는 경제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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