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교시 연애능력 평가고사>
연애 3개월째, 애인이 스킨십을 너무 좋아한다. 둘이 함께 있기가 무서울 정도다. 어떻게 해야 할까?
1) 헤어진다.
2) 맞춰주며 만난다.
3) 곧 시들겠지 하며 만난다.
4) 고소한다.
5) 햇볕을 받으며 데이트한다.
스킨십 사전에 ‘후퇴’란 단어는 없다. 오직 전진만 있을 뿐이다. 처음에는 만나서 스킨십을 하지만 일정 궤도에 오르면 그때부터는 만나서 스킨십을 하는 것인지, 스킨십을 하려고 만나는 것인지 헷갈리는 때가 온다. 스킨십의 과정에서 강요나 강제, 폭력성이 수반된다면 문제가 되지만, 그냥 욕구가 강한 정도라면 헤어지기도 모호하다.
그러나 당장 욕구를 채우는 것도 즐겁지만, 행복한 연애를 오래 하고 싶다면 햇볕을 받으며 하는 데이트를 해야 한다. 목마를 때 마시는 물은 시원하고 달콤하지만 계속 마시다 보면 어느새 마셔도 시원하지 않고 맛도 없어진다.
스킨십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통제할 수 없다면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 단둘이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서 스킨십을 안 하기란 매우 어렵다. 차라리 상황을 안 만드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애인이 스킨십을 좋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스킨십을 절제시키는 과정에서 욕구를 참지 못하고 관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건 잘못된 관계다.
스킨십을 하려는 욕구보다 스킨십을 거절할 권리가 더 중요하다. 상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좋은 연애 상대가 아니니 현명한 판단을 하길 바란다.
그런데!
내 애인이 모텔에서 다른 이성과 나오는 것을 봤다면 어떻게 할까?
1) 헤어진다.
2) 상황을 물어본 후 헤어진다.
3) 용서를 빌면 봐주고, 아니면 헤어진다.
4) 그 이성을 추적해 다리를 부러뜨린다.
5) 인터넷에 애인이 바람피운 사실을 공개한다.
마음 같으면 애인이 다니는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바람피운 사실을 공개하고 싶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그러면 안 된다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리고 싶으나 선택은 자유다. 바람피운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빈다고 그냥 용서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함께 바람피운 상대를 추적해서 다리를 부러뜨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아니다. 오히려 연애하는 동안 앞으로 몇 명의 다리를 부러뜨려야 할지 모른다. 우리 착한 애인을 저 못된 인간이 꼬신 것 같지만 아니다.
문제는 당신의 애인이다. 당신 애인이 숙주고, 상대는 기생체에 불과하다. 그래서 정답은 2번이다. 용서 못 해도 헤어지고, 용서하고 싶어도 헤어져야 한다. 소위 ‘연애의 싸가지’라 불리는 술, 바람, 폭력, 도박 등이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람피운 애인을 쿨하게 용서하면 가뜩이나 재발 위험이 큰 바람피울 가능성은 더 커진다. 미련 없이 헤어져라. 그래서 애인이 석고대죄하는 정도가 돼야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은 한 번 더 바람피우면 끝이겠구나”란 사실을 말이다.
주변에서는 그냥 이번 기회에 정리하라고 할 것이다. 솔직히 내 마음도 그렇다. 신뢰란 벽돌로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시간을 들여 정성껏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는 것이다. 쌓는 것은 힘들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렇게 무너진 신뢰는 복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완전히 복구되지 않고 앙금으로 남아 연인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튀어나온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