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월급에 잠이 와?>
“수수료는 어떻게 되나요?”
가끔 펀드를 추천하면 이런 질문을 먼저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기대하는 수익률이 같다면 수수료가 싸면 더 좋다. 하지만 수수료가 펀드 선택의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당연히, 수익률이 잘 날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하는 게 더 중요하다. 수수료는 전체 적립금(원금+수익)에서 공제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체 적립금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종종 이런 글들을 본다.
‘주식시장 전체의 평균가격을 목표로 운영하는 인덱스 펀드는 수수료가 저렴하다.’ ‘인덱스 펀드를 통한 장기 투자는 결국 주식시장 전체의 평균수익률과 비슷해지기 때문에 수수료가 적은 인덱스 펀드를 선택해서 장기적으로 묶어두면 좋은 성과가 난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놓치는 것이 있다. 이것은 한 국가에만 투자할 때 액티브 펀드 등 수수료가 비싼 다른 공격형 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인덱스 펀드가 좋다는 뜻이다.
그럼, 오랫동안 한 국가에만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까? 아니다. 장기 투자의 핵심은 해외시장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과 자산(주식, 채권, 통화)에 얼마나 분산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 정말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수수료를 조금 더 주더라도 운용을 잘하는 펀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잘되는 펀드들의 선택 기준에 대해 알아보자.
1. 투자철학이 명확한 펀드를 골라라.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과 기준이다. 원칙과 기준이 명확하다면 시장상황과 심리적 오류에 휩쓸릴 가능성이 낮다. 좋은 펀드는 이러한 자산운용 철학이 명확하다. 이런 내용들은 해당 펀드를 운영하는 자산운용회사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회사 소개를 보면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증권회사나 은행이 펀드를 팔더라도 그 펀드를 만들고 실제 운용하는 회사는 자산운용사들이다).
2.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지 확인하라.
금융회사 창구에 가서 펀드 상담을 받을 때면 대부분 이렇게 물어본다.
“요즘 어떤 게 좋아요?”
이럴 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형태의 대답이 돌아온다.
① “네, 요즘에는 ○○펀드가 잘 나갑니다. 1년 수익률이 ○○%이며,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의 수익률을 내고 있습니다.”
② “네, 앞으로는 ○○펀드가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입니다만, 앞으로는 시장상황의 변화로 좋은 성과가 기대됩니다.”
자, 만약 당신이 그 펀드를 파는 금융회사 직원이라고 생각해보자. 고객에게 어떤 펀드를 더 쉽게 팔 수 있을까? 아마 ①번일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의 수익률이 높은 상품이 마케팅 1순위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지금 수익률이 좋다고 앞으로도 계속 좋다는 보장은 없다. 이를테면, 올해 1등 하는 펀드가 내년에도 1등을 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상위 20% 범위 내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곳이 더 믿음직하다. 이런 정보들은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있는 펀드수익률 비교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절대 최근 수익률 순위에 집착하지 말 것!
3. 운용조직이 안정되어 있는지 확인하라.
식당에 주방장이 바뀌면 음식 맛이 변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맛집일수록 고집이 있고 오래된 집이 많다. 펀드도 마찬가지다. 해당 펀드를 운영하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주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런 정보들은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의 펀드매니저 공시에서 찾아볼 수 있다.
4. 운용 규모(설정액)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지 확인하라.
앞서 언급한 잘되는 식당의 선순환 효과, 즉 잘되는 식당은 손님이 밀려들어 재고 없이 좋은 식자재를 계속 쓰게 되므로 더 좋은 음식맛을 유지할 수 있어서 사람들이 더 몰린다는 점을 기억하자. 돈이 꾸준히 몰리는 펀드에 올라타야 한다. 이에 관한 정보도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의 펀드공시에 나타나 있다.
5. 신생 펀드에 관심을 가져라.
철학이 있는 회사에서 출시한 신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뭐든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면 초기 마케팅과 정착 여부가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펀드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초기에 시장 진입에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사의 각오가 남다르게 마련이고, 이를 위해 수익률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매번 최고의 성과를 내줄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잘못된 펀드 선택으로 인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익률만으로 좋은 펀드 여부를 판단하는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외모가 멋진 사람한테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것은 성형을 통해서도 만들어낼 수 있다. 외모보다는 내면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