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월급에 잠이 와?>
해마다 연말이면 그동안 미뤄놨던 숙제를 하느라 정신들이 없다. 연초에 세웠던 이런저런 목표와 계획들을 확인하느라 바쁜 것이 아니라(그것들은 잊은 지 오래다.) 1년 동안 낸 세금에서 혹시 돌려받을 돈이 없나 하는 관심 탓이다. 특히 그때쯤이면 정부에서도 새로운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더욱 그렇다. 어쨌든 아는 게 돈이다. 이 말을 당장에 적용해서 돈 되는 분야가 있다면 단연코 세금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상품 종류가 너무 많고 갈수록 복잡해지기 때문에 금융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경우엔 자칫 혜택을 놓치거나 심지어 폭탄을 뒤집어쓸 수도 있으며 관심 자체를 가지지 않는 방법은 편리하긴 하나 돈을 잃는다.
각 금융기관별 저축/투자 상품의 세금 내용
그러니 우선 전체적인 큰 틀에서 기본적인 것들만 챙겨보자. 2016년 1월 1일 기준, 은행·증권·보험 등 각 금융기관별로 저축/투자 상품들에 대한 세금 내용을 정리하면 대체로 앞의 표와 같다.
이 표를 보면 종류도 참 많고, 용어도 어렵고 복잡하다. 특히나 도표에 알레르기 있는 사람들이면 현기증이 밀려온다. 하지만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의 수익을 돌려줄 때 알아서 세금을 징수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원천징수’라고 한다.
조금 더 간단히 정리해보자
현재는 모든 금융소득에 대해서 금융소득세 15.4%(주민세 포함)를 떼게 되어 있다. 이것이 원칙이다. 여기에다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중요한 예외 조항만 기억하면 된다.
1. 국내주식(펀드)을 이용하여 번 돈(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즉 세금 안 뗀다.
2. 해외주식(ETF)으로 돈을 벌었다면 22%만 뗀다. 단,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 동안 가입할 수 있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의 경우에는 투자금액 최고 3,000만 원까지에 대해 가입 후 10년 동안의 수익금은 세금 안 뗀다.
3. 저축성보험에 가입한 후 10년 이상 유지하면 그 수익금 대해 세금 안 뗀다.
4.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성 상품(연금저축, 퇴직연금, IRP)은 수익이 생겼더라도 세금을 당장 떼지 않고 나중에 은퇴하여 연금을 받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뗀다. 그것도 연금 받는 나이에 따라 3.3~5.5%로 아주 적게 뗀다.
5.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가입할 수 있는 ISA, 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저축하거나 투자한 수익금은 최대 200만 원까지 비과세를 적용하며, 200만 원이 넘는 수익금에 대해서는 9.9%만 뗀다.
여기서 추가로 이해가 필요한 용어 중 하나는 종합과세다.
종합과세는 금융상품으로 얻은 소득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그 외 다른 소득(근로소득, 사업소득 등)과 합산하여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자·배당소득 등을 포함해 금융상품에서 얻은 소득이 2,000만 원(2015년 기준)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액만을 종합과세하며, 연금소득의 경우 1,2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그 소득 전액을 종합과세한다. 만약 종합과세에 해당한다면 소득이 있는 연도의 다음 연도 5월에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하여 종합소득세를 별도로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세금이 많아질 수 있으므로 특히 비과세 상품들을 꼼꼼하게 확인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종합과세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금융자산이 있다는 의미이며, 이 경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해당 금융기관들이 먼저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민은 늘 없는 사람들의 몫이다. 있는 사람들은 저절로 잘하게 되어 있다.
다음으로 해외주식(ETF) 양도차익에 붙는 22%의 세금이 종합과세되지 않고 분리과세된다는 것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경제가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해외투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하는 반면,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해외주식 및 ETF에 대한 직접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연말정산은 앞의 표를 기본으로 그 정책이 확정될 때마다 ‘촉’을 세워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알다시피 거의 해마다 연말정산에 관한 정책이 수정·확대·신설되며 카드 사용액 공제 등 소득자들의 개별적인 형편, 예를 들어 외벌이, 맞벌이는 물론 소득 구간에 따라 적용의 실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린 숙제하듯 대충 해치운다는 생각보다 평소에 전체적인 절세전략을 수립한 다음 연말정산은 일종의 팁처럼 간단히 챙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