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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7. 2016

02. 베트남의 빅맥지수와 예금 금리

<글로벌 금융 탐방기>

어떤 나라의 물가 수준을 살펴보려면 맥도날드에서 빅맥의 가격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빅맥 지수’가 있는데요. 저는 비슷하게 그 나라가 세계 경제에서 어떠한 대우를 받는지 보고 싶으시면 은행에 가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곳 은행의 인테리어 상태나 직원의 친절함도 물론 중요하지만, 주의 깊게 보셔야 할 부분은 은행에서 주는 달러 정기예금 금리입니다.

   
여담입니다만, 보통 금융기관은 하나같이 교통이 좋은 위치에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춘 화려한 빌딩 1층에 입주해 있는데요. 이는 금융기관이 많은 돈을 벌어서가 아닙니다. 비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지급해서라도 눈에 잘 띄고 좋은 건물에 입주하려는 이유는 금융상품이라는 것이 사실상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들이라도 좋게 보이려는 의도 때문입니다. 
     
예금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은 은행마다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알록달록 예쁘게 디자인된 통장이나 카드 외에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비싼 비용을 지급해서라도 ‘우리는 이 정도의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다.’라는 것을 은연중에 내세우기 위한 부분이 큽니다.
     
다시 돌아와서, 예금 가운데서도 ‘달러’ 예금 금리를 보면 그 나라의 상황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데요. 달러 예금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 빌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국내와 국외에서 달러를 빌릴 수 있습니다. 먼저 국내에서 빌리는 방법은 개인 혹은 회사로부터 달러 예금을 받아서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고, 국외에서 빌리는 방법은 해외 은행에서 직접 달러를 빌려오거나 해외 투자자들에게 ‘달러 채권’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채권이란 ‘돈을 일정 기한까지 빌리고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주겠다’는 일종의 ‘차용증’입니다. 즉 ‘달러 채권’이라 함은 차용증을 쓰고 일정 기한까지 이자와 원금을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 달러를 빌려오는 것이죠. 그래서 만일 A국 은행의 달러 예금 금리가 높다면 이것은 보유한 달러가 부족하기에 높은 이자를 주고서라도 달러 예금을 유치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달러가 부족한 이유를 국내 사정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A국 기업의 수출이 부진해서 벌어들인 달러가 없을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국민이 A국 정부와 은행을 믿지 못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예금을 맡기지 않고 집에 보관하거나 해외로 빼돌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해외 사정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국제 금융시장에서 A국의 채권, 즉 A국이 쓴 차용증을 잘 믿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A국은 신용이 불량하기에 달러를 빌려주는 쪽에서는 위험을 지는 셈이니 높은 금리로 빌려 가라는 것이죠. 반대로 달러 예금 금리가 낮다면 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가 충분하다거나 그만큼 신용이 좋고 갚을 능력도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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