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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7. 2016

09. 집, 살까? 말까?

<그 월급에 잠이 와?>

“월세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머님이 어차피 집은 하나 있어야 하니 빚을 내서라도 장만하라고 하시네요.”

전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특히 이런 고민들은 최초 계약 후 2년이 지나 재계약 날짜가 가까워져 오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집을 왜 사고 싶나요?” 하고 물어보면, “이사 다니기 싫어서” “안정된 생활을 위해서” “계속 오를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재산이 적을수록 이런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한다는 사실이다. 전월세를 살더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아예 고민 자체를 하지 않는다. 결국 돈이 없어서 집을 사려고 한다. 돈만 있으면 전세금을 올려주든지, 요즘 같은 저금리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이자만 내든지 하면 되기 때문에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한 저항은 그리 크지 않다. 돈이 없으니 비슷한 전월세 가격대를 찾아 이사를 하고, 도시 변방으로 조금씩 밀려나다가 지칠 때쯤, 누군가가 부추기면 덥석 사버릴까 생각하게 된다.

일반 사람들은 주로 대중 매체들을 통해 부동산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전망이 제각각이라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또한 수많은 부동산 관련 기사나 정보들이 건설회사 쪽의 영향을 받거나 아예 광고비를 지급하면서까지 홍보성 기획기사를 만드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판단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예를 들어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사진과 함께 아파트 청약 열풍이라는 타이틀로 올라오는 정보들을 보면 당장에라도 줄을 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실제 청약률은 형편없는 경우도 많다. 알고 보니 분양업체에서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사람들로 줄을 길게 세운 것이다. 또한 가족 단위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현상도 있다. 

특히 아파트 가격에 대해서는 잘 생각해야 한다. 새 아파트는 대부분 분양가가 비싸다. 물가가 계속 오르니 원자재 가격도 당연히 오를 것이고, 갈수록 고급 자재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격이 예전보다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비싼 아파트가 청약 과정을 통해 거래가 되면 주변 시세가 오르지 않아도 그 지역의 평균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마치 주변에 있는 모든 아파트가 오른 것처럼 보인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급에 공부 잘하는 학생 하나가 전학을 오면 그 학생 덕분에 반 평균점수가 오르지만 그렇다고 그 학생 때문에 다른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반면, 부동산 가격 폭락을 예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것 역시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집은 한 번 사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바뀌면서 주택에 대한 선호도도 바뀌기 때문이다. 옷장에 옷이 없어서 새 옷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있는 옷들이 구식이기 때문에 유행에 맞는 옷을 사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새로운 주택 수요가 생겨나지 않더라도 다른 형태 부동산에 대한 대체수요가 어느 정도 존재한다. 또한 실물자산인 부동산은 원가 이하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이 떨어져야 하나 어떠한 이유로 인하여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나 대체수요는 주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전체 아파트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체수요로 인한 착시현상에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불확실한 정보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곧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새로 짓는 집보다 사는 사람이 더 많으면 가격은 오를 것이고 그 반대라면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공급 측면을 생각해보자.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신규 수요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부동산 대체수요는 있기 때문에 수요가 과잉인지 부족인지에 대한 기준을 잡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내가 집이 있더라도 수입이 많아지면 더 쾌적한 곳에서 살고 싶은 수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는 오히려 소득이라는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공급은 시장 상황에 따라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잉과 부족 여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짓는 것과 그에 따른 가격 변동은 대체로 2~3년을 주기로 반복되어왔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영향을 끼친 전형적인 현상이다. 이것은 아파트를 착공하고 입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슷하다. 즉,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건설사들은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대대적인 분양과 함께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 기간이 앞으로 2~3년간 지속되면서 분양한 아파트가 다 지어지면 이때부터 초과 공급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더 이상 아파트를 짓지 않고 가격 하락이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 하락이 진정되면서 다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리해보면, 공급 측면에서는 건설 경기에 따라 가격 등락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아파트 착공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보는 것이 좋다.

반면, 집을 사려는 사람, 즉 수요 측면에서는 양적인 면에서 주택 구매 연령층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고용 감소로 인한 구매력이 약해지고 있다. 이것은 상당 기간 지속될 현상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수요 측면으로만 보면, 앞으로의 집값이 의미 있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긴 힘들다. 하지만 대체수요도 있어 질적인 측면에서의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고용 동향을 통해 주택 구매층의 소득 변화 추이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이 같은 수요와 공급을 기준으로 미래의 부동산을 예측해보면, 인구구조의 큰 변화로 인해 양적인 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때까지는 대세 상승과 대세 하락은 없을 것 같다. 다만, 박스권 내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따라서 ‘부동산이 오를 것 같아요, 떨어질 것 같아요?’라는 질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철저하게 지역적·국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다른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것, 같은 가격이라면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택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럼 과연 집을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을 반드시 듣고 싶다면, 아무래도 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쪽에 더 가깝다. 그 이유는 위의 수요공급 법칙에 더하여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우리나라와 미국의 일반적인 금리 수준과 함께 두 나라의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겠다.

2015년 6월 1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5%로 낮추었다. 그로 인해 은행에서 대출받는 주택담보대출금리 역시 3% 이하인 2.5~2.9%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기준금리가 이미 0%라는 미국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4%가 넘는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은 기본적으로 고정금리 대출로, 30년짜리 장기 고정금리 상품이 표준이다. 현재 미국의 주택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은 무려 86%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은행들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 30년 동안의 금리 변동 가능성을 기준으로 대출금리를 결정한다. 즉,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은 고스란히 은행에게 있다. 

반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변동금리 대출이 70%로, 미국과는 정반대의 구조다. 앞으로의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을 대출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 당시 과도한 변동금리 대출이 터진 결과였으며, 그 이후 미국은 변동금리 대출을 거의 반강제적으로 축소했다. 그런데 그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의 그림자가 천천히 한국에 드리워지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이미 예고된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이미 3%대로 올랐다.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그로 인한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둘째는 인구절벽이다

인구절벽이란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가 겹치면서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 가능 인구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당장 2016년부터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전체 자산의 80%에 육박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와 맞물리면서 특히 주택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적지 않으리라 예상된다.


셋째는 절대적으로 비싼 주택가격이다.

부동산 전문업체인 부동산114는 2015년 6월 기준, 전국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평당 938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런저런 비용을 합했을 때, 20평은 약 2억 원이며 30평은 3억 원이다. 1년 전 782만 원에서 20% 가까이 인상된 결과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엔 평당 2,341만 원으로 2014년 6월의 1,538만 원에 비하면 무려 50% 이상 폭등했는데, 이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때 필요한 돈은 20평이 4억 6,000만 원이다. 여기에 이것저것 다른 비용을 합치면 5억 원이 필요하고, 30평은 무려 7억 원이 넘는다. 게다가 전월세 대란에 지쳐 울며 겨자 먹기로 떠밀려 집을 구입하다 보니 집값의 60%를 대출로 충당한다. 사실 이렇게 절대적으로 비싼 주택을 아무런 대출 없이 구입할 만한 수요자층은 많지 않다. 따라서 신규분양 물량을 제외하고 나면 현재의 가격으로 앞으로의 주택 거래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그렇게 구입한 주택을 막상 팔아야 하는 경우에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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