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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8. 2016

06. 부작용과의 싸움

<112일간의 엄마>

나는 나오에게 이대로 계속 항암제를 맞게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항암제를 맞지 않으면 나을 가능성, 생명을 연장할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러나 항암제를 맞으면 보기 딱할 정도로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나는 나오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이제 항암제를 끊고, 다시 말해 ‘치료하기 위한 치료’를 그만두고 ‘통증을 가라앉히는 완화’로 전환하는 편이 나오를 위한 길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결국 완화로 전환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나을지도 모르는데……. 아직은 병을 고치고 싶다는 마음이 컸고 나오에게서 ‘희망’을 뺏고 싶지 않았다. 이제 막 엄마가 된 나오에게 ‘치료가 아니라 완화로’라는 말을 꺼낼 용기도 없었다.

그렇지만 또다시 열이 39도로 치솟고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구내염에 시달리는 아내를 보자 너무 고민이 됐다. 이렇게 고통받게 놔둬도 되는지, 이게 정말 옳은 방법인지, 진정 나오가 바라는 일인지…….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갈등했다. 전이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남은 시간이 한 달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맹세했다. 나오에게 고통스럽고 힘겹고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그런데도 결국 고통 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항암제 효과가 떨어지면 어김없이 열이 났다. 39도가 넘는 고열이었다. 일단 열이 오르고 나면 내릴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난방을 세게 해도 오한이 멎질 않았다. 보온주머니를 계속 끌어안고 있어야 했다. 백혈구・적혈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혈압도 내려갔다. 곧바로 수혈을 받아 간신히 진정돼도 그 이상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다. 다음 항암제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항암제를 맞으면 구내염과 고열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런데도 나오는 항암제를 맞고 싶다고 졸랐다.

“나한테 이건 영양제나 마찬가지니까.”

11월 초의 1쿨은 혈액검사나 CT 검사상으로도 효과가 나타났었다. 그러나 항암제 효과는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투여해도 생각만큼 효과가 없었다. 12월에 접어들어 의사의 호출을 받았다.

“생각보다 효과가 별로 없네요. 앞으로 한 달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두십시오.”

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냐고. 하느님은 항암제라는 마지막 동아줄마저 빼앗으려 하는 건가. 그리고 이런 제안을 받았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집에 돌아간다고 해서 병세가 회복되는 건 아니었다. 몸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계속 입원해 있는 편이 낫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집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의사의 배려인 동시에 마지막 통고였다.

우리 집으로 돌아온 뒤로 나오는 생기가 넘쳤다. 좀 편히 있으라고 해도 부엌에 서서 요리를 했다. 

아들의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였다. 열이 나도 변함없었다. 나는 한 달 만에 우리 집에서 출근했다.

“다녀오세요.”

나오가 웃는 얼굴로 나를 배웅해주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렇게 배웅받으며 출근할 수 있을까. 나는 웃는 얼굴로 나오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등을 돌린 순간 눈물이 솟구쳤다. 낮 동안에는 장모님이 빈자리를 메워주셨다. 아무래도 나오 혼자 아이를 돌보기엔 체력이 달렸다.

“결혼하니까, 이제 나오가 해주는 것밖에 못 먹겠어.”

농담 삼아 던진 나의 한마디를 나오는 기억해주었던 듯, 아무리 장모님이 “내가 할게”라고 말씀하셔도 한사코 마다했다고 한다.

“켄 씨는 내가 만든 것만 먹는다니까.”

항암제 부작용으로 힘들 때조차 나오는 웃으며 밥상을 차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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