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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9. 2016

00. <사이보그 시티즌> 연재 예고

<사이보그 시티즌>

참여하여 지킬 것인가, 방관하여 자멸할 것인가!

<엑스마키나>(Ex Machina, 2015)라는 영화를 보면, 사이보그를 창조한 인간은 인간 특유의 오만함으로 인해 결국 사이보그에게 조종당하고 죽음을 맞는다. 전기가 끊어진 밀폐공간에 갇혀 절규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곧 닥칠 인간의 음울한 미래에 대한 은유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사이보그에게 자비심과 같은 감정을 기대하는 것은 몹시 인간적인 행위임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사이보그’의 정의는 무엇인가. 그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인간의 정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책 《사이보그 시티즌》은 사이보그의 정의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한다. 독특하게도 저자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범위의 사이보그를 넘어, 예방접종을 한 사람부터 인공장기나 보철을 한 사람들까지 모두 사이보그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의 모두가 사이보그이며, 사이보그 사회 한가운데에 살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이보그 시티즌》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기술로 인해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는 현실 속에서, 사이보그와 인간의 정의와 그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와 사회, 문화, 성적 함의에 대하여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적 담론을 통해 논의한다.
     
사이버 문화 전문가인 저자 크리스 그레이는 ‘나’라는 개인의 문제부터 성과 가족의 탄생, 포화가 쏟아지는 전쟁터까지, 사이보그화가 우리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또 어떤 분야에서 사이보그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토대로 이런 변화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선명한 혜안도 보여 준다.
     
끝없이 진화하는 기술과학 혁명은 인간의 정의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사이보그와 인간의 경계에 선 인간의 몸은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우리는 인간과 사이보그의 권리를 공평하게 보호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도, 혹은 지상낙원을 만들 수도 있을 기술적 미래의 핵심쟁점들을 개인과 사회, 국가적인 전망과 상상력으로 정교하고 폭넓게 짜 맞춘 포스트휴먼 시대의 필독서이다.     



사이보그화는 얼마나 진행되었나?

사이보그 기술은 의학 분야에서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장기이식뿐만 아니라 인공 안구, 인공신장, 인공 간 심지어 인공심장까지, 인공장기에 의한 인간의 의학적인 개조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의 생식에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늘날에는 난임인 여성도 기술의 도움으로 충분히 아이를 가질 수 있다. 심지어 뇌사에 빠진 임산부에서 아이를 살려 낳을 수 있게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정치적인 의문을 불러온다. “이미 죽은 어머니를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사이보그 자궁으로 계속 살아 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은 태아의 권리와 비교했을 때 여성 권리에 대한 가치절하로 이어질 수 있다. 만일 법정이 죽은 어머니에게 사이보그 자궁이 되라고 명령할 수 있다면, 살아 있는 어머니를 우선 자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리 엉뚱한 소리가 아니다.”
    
장기이식의 문제에서 ‘뇌사’는 매우 정치적인 이슈이다. “죽음의 정치학과 이식의 정치학이 밀접하게 뒤엉켜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이의 죽음이 다른 이의 생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장기이식을 위해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고, 의사들이 생명, 의식과 죽음 그리고 비인간의 정의를 선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죽음이 인간에게 유혹이자 가장 커다란 두려움이기에, 인간은 DNA를 조작하는 등 유전학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새로운 생명(복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것은 무서운 미래를 암시한다. 이런 발전은 “결국 평균 이하의 지능이나 신장 그리고 외모를 지닌 태아들은 낙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이보그 기술이 대리모, 남성 출산 등의 가족 문제와 성전환 등의 젠더적인 문제, 미래의 섹스, 노동과 스포츠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과학이 나아갈 미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과학의 관점에서 인공두뇌학과 나노기술, 사이보그학을 다시 한 번 정의하며, 사이보그 인식론과 윤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제 “좌파와 우파의 정치적 관점들만 가지고는 사이보그화를 향한 태도들”을 예측할 수 없다.    




지은이 l 크리스 그레이(CHRIS HABLES GRAY)

그레이트폴스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고더드대학교 과학기술문화학과 교수, 오하이오 주의 실험적 연합대학인 ‘유니언 인스티튜트 & 유니버시티’의 핵심 교수진이다. 나사(NASA)와 스미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특별연구원으로 일했다. 사이버 문화 전문가이자 활동가 겸 《사이보그 핸드북》(1995) 편집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컴퓨터 전문가 모임(Computer Professionals for Social Responsibility)’의 회원으로서, 이 모임에서 설립한 ‘무기와 평화 특별자문위원회(the Weapons and Peace Working Group)’의 의장을 맡는 등 실천적인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제 l 이인식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이자 문화창조아카데미 총감독. 과학문화연구소 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카이스트 겸직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과학 칼럼니스트 1호로서 <조선일보> <중앙선데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겨레> <부산일보> 등 신문에 530여 편의 고정칼럼을, <월간조선> <과학동아> <주간동아> <한겨레21> <나라경제> 등 잡지에 170편 이상의 기명 칼럼을 연재하며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융합한 지식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2011년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월간지 <PEN>에 나노기술 칼럼을 연재하며 국제적인 과학 칼럼니스트로 인정받기도 했다.   




[연재 목차 및 일정]

01. 사이보그, 그 발상에 주목하라. 
02. 인간-기계 무기시스템 
03. 미래의 전쟁_핵, 화학, 생물학, 정보 그리고 나노 
04. 사이보그 어린이를 프로그래밍하다. 
05. 식물인간, 산송장 그리고 불사신 
06. 대리가족이 탄생한다. 
07. 미래의 섹스, 새로운 성이 만들어진다. 
08. 미래 기술노예들의 반란
09. 사이보그 프로 선수가 뛴다. 
10. 인간 이후의 사이보그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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