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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4. 2016

01. 4차 산업혁명, 변화는 시작되었다.

<빅픽처 2017>

재미교포 1.5세인 초보메이커 제임스 박이 설립한 핏빗(Fitbit)은 창업 8년 만에 뉴욕 증시 상장 총액 4조8,000억 원으로 LG전자 총액의 반에 해당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핏빗은 만보계 같은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더한 스마트밴드이다. 걸음 수, 심박 수, 수면 패턴 등의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해 점검할 수 있고,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도 알려주는 핏빗은 그동안 3,000만 대가 팔렸다. 이 스마트밴드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제약·의료·보험 분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연결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핏빗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연결이 가치를 만들어낸다. 네이버·구글 등 검색 서비스가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고,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SNS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 전자 상거래 사이트는 사람과 상품을, 우버·카카오택시는 사람과 자동차를, 에어비앤비는 사람과 숙박 장소를 연결한다. 직접 제품 생산을 하지 않아도, 소유하지 않아도 연결만으로 기존 경쟁 산업을 넘어 큰 수익을 내는 신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과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더해지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산업혁명,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생물과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산출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물리적 세상과 사이버 세상을 함께 연동하여 최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왜 ‘4차’ 산업혁명인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과 면 공업의 확산으로 나타난 영국의 1차 산업혁명, 포드 자동차공장의 생산조립 라인과 대량생산으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이 가져온 3차 산업혁명에 이어 또 하나의 혁명적인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2016년 1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은 디지털 혁명과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만들어질 이 혁명적인 변화를 4차 산업혁명으로 정의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촉발했다. 무인 운송 수단, 로봇, 3D 프린팅, 소재 등 물리적 기술과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 유전체 편집 등 생물학 기술의 영역 간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하면서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반면 《3차 산업혁명》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융합하여 세계를 변화시키는 제3차 산업혁명의 잠재력이 발휘되지 않는 상황에서 4차를 이야기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1948년 원자력에너지 등장, 1955년 전자공학의 등장, 1984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 등 큰 기술적인 변화가 왔을 때마다 이미 여러 번 사용됐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클라우드가 기존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여 나타나는 혁신을 뭐라고 부르든 간에,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혁명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 이 변화는 앞으로 상당 기간 빠르고 광범위하게 이어지리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데이터의 축적이 혁명을 불러왔다.

4차 산업혁명은 자동화와 연결성의 극단에서 꽃핀다. ‘자동화의 극단’이란 인간이 프로그램화한 대로 움직이는 것에서 스스로 판단해 최적화된 조치를 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연결성의 극단’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는 상태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가능성 큰 경우의 수에 가중치를 주는 패턴적 사고를 거쳐 최적의 결정을 하는 수준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학습과 결정을 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데이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데이터를 낳는 것은 ‘연결’이다.

시스코시스템즈(Cisco Systems)는 2020년에 500억 개의 디바이스가 인터넷에 연결될 것으로 예측한다. 인텔은 현재 100억 개인 센서가 2022년까지 1,000배가 늘어나 1조 개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500억 개 디바이스와 1조 개 센서 인프라를 기반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나 기기 주변의 상황을 파악하고 개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신산업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데이터가 최근 얼마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들은 많다. 예를 들면 2000년에 데이터의 25%만이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었으나 7년 만에 그 비율은 90%가 되었고 디지털 데이터양은 매년 50%씩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2년 동안 세계 디지털 데이터의 90%가 생성되었다. 우리의 일상이 이루어지는 생활 공간만 둘러보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수집 외에도 각종 센서와 영상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환경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최근에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데이터 때문이다. 알파고가 학습과 훈련을 통해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수천만 개의 기보를 확보한 덕분이었다. 코넬・스탠퍼드 등 미국의 주요 대학교 연구진이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로보 브레인 프로젝트(Robo Brain Project)’도 로봇 학습을 위해 로봇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거대한 데이터 저장소를 아마존 클라우드 웹에 만드는 것이다. 
     
IBM이 2016년 11월에 출시한다고 소개한 ‘왓슨 포 사이버 시큐리티(Watson for cyber security)’도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에 20년간 축적한 보안연구 리소스(X-Force) 라이브러리를 결합한 것이다. 보안 이벤트, 시스템, 로그 사용자 행동 등에 대한 외부 데이터와 전문가 피드백을 통해 데이터 패턴과 확률이 높은 답을 제시하는데, 이 역시 방대한 데이터 덕분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IBM 측의 주장이다.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고부가가치 신산업 가운데 퍼스널 헬스케어가 있다. 앞으로 의료 서비스는 증상에 따라 치료하는 대증요법 중심에서 휴대전화나 센싱 섬유가 들어간 의복을 통해 얻는 심박 수, 혈압, 혈당수치, 생활습관 데이터를 활용하여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의료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발표한 암 정복 프로젝트(Cancer Moonshot Program)도 의료 데이터 수집과 공유를 기반으로 진단과 치료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암 백신과 면역요법 개발, 나노기술을 활용한 표적 치료를 추진한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데이터의 축적・접근・활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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